스위스 식품 공룡 네슬레(Nestlé)가 커피·코코아 가격 급등과 미국발 관세 부담 심화에 따라 2025년 하반기에도 킷캣(KitKat) 초콜릿 바와 네스프레소(Nespresso) 커피 캡슐의 가격을 추가로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2025년 7월 24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네슬레 최고경영자(CEO) 로랑 프렉스(Laurent Freixe)는 1분기와 2분기에 걸쳐 단행된 광범위한 가격 인상에 “대체로 만족한다”고 평가하면서도 “추가적인 가격 조정이 필요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프렉스 CEO는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
가격 인상을 조금 더 단행해야 할까? 아마도 약간의 추가 인상이 필요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조치는 이미 시행됐으며 향후 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이다
“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런던증권거래소에서 네슬레 주가는 이날 오전 10시 50분(현지시간) 4.9% 하락세를 보였다.
1. 상반기 실적: 가격 인상으로 방어, 그러나 매출은 감소
세계 최대 포장식품 기업 네슬레는 2025년 상반기에 유기적(organic) 매출 성장률 2.9%를 기록했다. 이는 애널리스트 컨센서스 2.8%를 소폭 웃돈 수치다. 같은 기간 가격 인상 효과는 2.7%로 집계됐으며, 전문가 예상치 2.5%를 상회했다. 그러나 총 보고 매출은 1.8% 감소한 442억 스위스프랑(약 557억 달러)으로, 시장 기대치(446억 스위스프랑)를 소폭 하회했다.
또한 기초 영업이익률(Underlying Trading Operating Profit, UTOP)은 전년 대비 0.9%p 하락한 16.5%를 기록했다. 재무 담당 최고책임자(CFO) 안나 만츠(Anna Manz)는 “강세 스위스프랑에 따른 환율 역풍과 미국 관세의 초기 영향이 상반기 실적에 부담을 줬다”고 설명했다.
2. 하반기 전망: 관세·원자재·환율 삼중고
만츠 CFO는 “
하반기 마진은 상반기보다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인상 효과가 원재료 비용, 관세, 환율 요인의 상승 폭을 상쇄하지 못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네슬레는 그럼에도 2025년 전체 가이던스를 유지하며 2024년 대비 개선된 유기적 매출 성장과 16% 이상 UTOP 마진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프렉스 CEO는 “커피와 코코아 두 핵심 원자재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하면서 업계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시장 리더로서 발 빠른 대응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3. ‘더 적게, 더 크게, 더 좋게’ 전략과 6대 빅 베트
네슬레 주가는 최근 몇 년간 유니레버(Unilever)·다논(Danone) 등 경쟁사 대비 부진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률과 반복적인 가이던스 하향 조정, 그리고 원가 상승·PB(Private Brand) 확대 압박에 기인한다. 지난해 9월 취임한 프렉스 CEO는 전임자가 추진한 잦은 인수·합병(M&A)이 “기업의 결속력(fabric)을 약화시켰다”고 진단하면서 ‘Fewer, Bigger, Better’ 전략을 천명했다.
그가 지목한 6대 빅 베트(Big Bets)는 다음과 같다:
① 영·유아 조제분유(Infant Formula 9), ② 네스카페 에스프레소 콘센트레이트, ③ 마기(Maggi) 에어프라이어 전용 라인, ④ 초코베이커리(Chocobakery), ⑤ 퓨리나 고급 피라미드형 고양이 사료, ⑥ 네스카페 돌체구스토 네오.
회사는 동시에 비타민·건강보조식품 부문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네이처스 바운티(Nature’s Bounty), 오스테오 바이플렉스(Osteo Bi-Flex) 등 일부 브랜드에 대한 전략적 검토를 진행 중이다. 필요 시 매각(divestment) 가능성도 시사했다.
4. 용어·배경 설명
유기적 매출 성장(Organic Sales Growth)은 환율·M&A 효과를 제외한 본업 매출 증감을 나타내는 지표다. 기초 영업이익률(UTOP)은 일회성 비용 및 구조조정비용 등을 제외한 실질 영업이익률로, 경영 효율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로 쓰인다.
관세(Tariff)는 국가 간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기업의 수익성에 직접 영향을 준다. 특히 미국은 2025년 들어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유럽산 식품·음료에 추가 관세를 부과해왔다. 네슬레처럼 프랑화 강세에 노출된 스위스 기업은 환율 변동성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이중·삼중 비용 압박’에 놓여 있다.
5. 기자 시각 및 전망
네슬레는 글로벌 시장점유율과 강력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지만, 원재료 시장 급등→관세 부과→소비자 가격 전가 한계라는 악순환 고리에 직면했다. 하반기에 원·달러가 아닌 스위스프랑 강세가 이어질 경우, 환산 매출 감소분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반면, 6대 빅 베트 중심의 제품 혁신이 조기에 성과를 내면 프리미엄 카테고리에서 마진 방어가 가능하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특히 에스프레소 콘센트레이트·돌체구스토 네오 등 RTD(Ready-to-Drink)·캡슐 신제품은 ‘홈카페’ 트렌드의 수혜가 예상된다. 다만 경기 둔화와 고금리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추가 가격 인상이 소비자 이탈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결론적으로 네슬레는 원가·환율·정책 환경이라는 복합 변수 속에서도 리더십 강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관건은 2025년 하반기 실제 마진 방어 능력과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편 속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