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12월 셋째 목요일 회의를 연다. 시장에서는 갑작스럽게 2026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월 회의 이후 공개된 자료들은 정책이 “좋은 위치(good place)“에 있다는 ECB의 수사(修辭)를 뒷받침하는 쪽으로 재확인됐고, 일부 경로(금리 추가 인하)를 제거한 투자자들은 ECB의 발언이나 전망 수정이 금리 경로에 대한 베팅을 지속시킬지 확인하려 하고 있다.
2025년 12월 1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ECB는 목요일(현지시각)에 기준금리를 연 2%에서 네 번째 연속으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 기사 작성자는 요룩 바첼리(Yoruk Bahceli)와 스테파노 레바우도(Stefano Rebaudo)다.
1. 이번 회의에서 ECB가 할 조치
최근 발표된 지표에 따르면 유로존 경제는 3분기 성장률이 0.3%로, ECB가 9월 예측에서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했다. 물가는 여전히 예상보다 더 끈질기게(스티키하게) 나오고 있다.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는 이미 지난주에 “good place” 메시지를 반복하며 정책의 현 수준을 옹호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기준금리 2% 유지가 유력하다.
2. 2028년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시사하는 것
이번 회의에서 ECB는 처음으로 2028년 전망을 제시한다.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2% 목표 혹은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향후 2년간 예상되는 물가 하락(슬럼프)이 일시적이라는 정책 입장을 강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한 원인으로는 EU의 새로운 배출권거래제(Emissions Trading System)가 2027년에서 2028년으로 연기된 점이 꼽혔다. 이 연기 때문에 2027년에는 물가가 목표치보다 더 낮게 수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반적으로 올해와 내년 전망치는 일부에서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이며, 라가르드는 이미 성장률 상향을 시사한 바 있다.
“The forecasts will provide more hawkish signals,”
라고 슈로더스(Schroders)의 이코노미스트 아이린 라우로(Irene Lauro)는 말했다. 이 발언은 전망치가 매파적 신호를 줄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3. 내년 ECB 통화정책은 어떻게 보이는가
트레이더들은 ECB가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지만, 2026년 말까지 약 30%의 확률로 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12월 초만 해도 금리 인하가 ‘테일 리스크(tail risk)’로 여겨졌으나, 매파 성향의 정책위원 이사벨 슈나벨(Isabel Schnabel)이 “다음 조치가 인상일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지난 월요일 시장 기대가 바뀌었다. 다만 슈나벨 본인은 곧바로 “곧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책위원 간에는 완화파든 매파든 공통적으로 단기적으로 금리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로이터가 실시한 이코노미스트 설문에서도 같은 견해가 반영됐다. 향후 정책 경로는 독일의 재정 부양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 올해 약 13% 상승한 유로화의 추가 절상 여부, 에너지 가격 하락과 저렴한 중국산 상품이 물가에 미치는 하방 압력 등에 크게 의존한다.
“German fiscal stimulus and the EU-wide defence spending will be almost fully offset by the drag from higher U.S. tariffs,”라고 뱅가드(Vanguard)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샨 라이타타(Shaan Raithatha)는 말했다. 그는 여전히 추가 금리 인하의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4. 우크라이나 협상은 ECB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특사가 협상 진전을 낙관적으로 본다고 밝힌 가운데, 평화 합의가 나오면 유럽 성장에 호재이고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단기적 즉시 효과가 ECB의 정책 판단을 바꿀 정도는 아닐 것으로 본다. 슈로더스의 라우로는 “유럽은 다시는 러시아 가스에 의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또한 EU가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출 재원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은, 통화 당국이 유로화의 국제적 지위를 높이려는 시점에서 유로화의 위상에 손상을 줄 경우 ECB에 우려가 될 수 있다. EU는 금요일에 해당 자산을 무기한 동결하기로 합의해, 현금을 사용하는 데 큰 장애물을 제거했다. 라가르드는 이전에 이 자산 사용이 법적·금융적으로 “stretched(무리하다)”고 표현했지만, 이후 최신 계획은 국제법에 가장 근접한다고 말했다.
5. ECB 집행이사회(Executive Board) 개편에 대해 알려진 것
ECB는 내년 초 부총재 루이스 데 귄도스(Luis de Guindos)의 임기 종료를 시작으로 향후 2년 동안 집행이사회의 대부분을 교체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규모가 작은 여러 국가들이 후보를 내면서, 처음으로 동유럽 등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 출신 인사가 배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다음 세 자리(이사회 구성원 중 세 자리)는 더 중요하며, 여기에는 총재직도 포함된다. 큰 경제국들이 이사회 지배력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은 ECB의 즉각적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변화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의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 옌스 아이젠슈미트(Jens Eisenschmidt)는 라가르드가 과거보다 ECB 정책 결정을 관장하는 집행이사회(Governing Council) 내에서 중재 역할을 더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새로운 총재도 대체로 동일한 접근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그 강도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어 해설
배출권거래제(Emissions Trading System, ETS)는 탄소 배출량에 가격을 매겨 거래하도록 하는 제도로, 기업이 배출권을 사고팔아 총량을 관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번 연기는 ETS 관련 비용과 공급 측면에서 2027~2028년 물가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매파(hawkish)/완화적(dovish)이라는 표현은 통화정책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중시해 금리 인상 성향을 보이는 쪽을 매파, 성장·고용을 우선해 완화적 정책을 선호하는 쪽을 완화파로 구분하는 용어다. 테일 리스크(tail risk)는 확률은 낮지만 발생하면 영향이 큰 위험을 뜻한다.
정책 변화가 시장과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분석
단기적으로 ECB의 금리 동결은 유로존 국채 수익률과 은행 간 대출금리의 안정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ECB가 전망치와 함께 보다 매파적 신호를 보낸다면(예: 2028년 인플레이션이 목표 상회 또는 하방 위험 축소), 시장은 장기 금리 상승을 통해 통화 긴축 가능성을 재가격할 것이다. 이는 주식시장에서는 성장주 대비 금융주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채권시장에서는 가격 하락(수익률 상승) 압력을 불러올 수 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더 완만하게 둔화하거나 독일 등 주요국의 재정 부양책이 성장에 큰 기여를 하면 ECB는 장기 동결 또는 완화적 스탠스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유로화의 추가 절상은 수출 경쟁력에 부담을 주고, 수입 물가 하락은 인플레이션을 더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에너지 가격과 중국산 저가격재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지속적으로 관찰할 변수다.
종합적 시사점
이번 회의는 당장 금리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새로운 2028년 전망 제시와 정책위원들의 발언이 장래 통화정책 경로에 중요한 신호를 줄 수 있다. 시장참가자들은 라가르드의 메시지와 ECB 전망치 조정의 ‘의미’를 면밀히 분석할 것이며, 특히 독일의 재정정책, 유로화 환율 움직임, 에너지 가격 및 중국 수입 물가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