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중앙은행, 미국 관세 영향 ‘제한적’ 전망

[프리토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중앙은행은 최근 발효된 미국발 고율 관세가 국내 경제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완만한 수준’에 그칠 것이며, 물가 상승률에는 변화를 거의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 8월 8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레세차 크가냐호(Lesetja Kganyago) 총재는 이날 프리토리아에서 열린 중앙은행(SARB)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은 지난 7월 말부터 남아공산(産) 수입품에 대해 30%의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이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관세 인상은 남아공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기한 내에 새로운 양자 무역협정을 타결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우리의 예비 분석 결과, 관세 및 세계 경제의 기타 불확실성이 성장률에 주는 충격은 경미하며, 소비자물가(CPI)는 대체로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 레세차 크가냐호 총재

크가냐호 총재는 미국이 남아공의 중요한 교역 상대국인 것은 사실이나, 유럽연합·중국·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에 비하면 비중이 낮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남아공 국세청(SARS)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미국은 남아공 수출의 7%를 차지한 반면, 중국 12%, 독일 8%로 집계됐다.

중앙은행은 최신 전망에서 관세 인상분을 반영했음에도, 2025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겨우 0.1%포인트 하향 조정하는 데 그쳤다. 크가냐호 총재는 “이는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결코 치명적이지 않다”면서, 2025년 예상 성장률 약 1%는 지난 10여 년간 지속돼 온 구조적 둔화의 연장선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반응 및 업계 전망

총재의 발언과 궤를 같이하듯, 이번 주 요하네스버그 증권거래소(JSE)와 남아공 렌드화(ZAR) 환율은 관세 발효에도 안정적 또는 상승세를 보였다. 금융조사업체 ETM 애널리틱스는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은 남아공 기업들이 대체 시장을 확보하거나 공급망을 재조정해 관세 영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평가했다.


추가 해설: ‘관세’와 ‘무역협정’

관세(tariff)란 국가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국내 산업 보호·무역수지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 자유무역협정(FTA)은 관세를 철폐하거나 낮춰 교역 장벽을 완화한다. 이번 사례는 양국 간 협정 부재가 즉각적인 세율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SADC(Southern African Development Community)는 남아공·탄자니아·앙골라 등 16개국이 속한 역내 경제 공동체다. 남아공 기업들이 이 지역과의 무역을 확대함으로써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 시장 안팎에서 제기된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변수

필자가 취재한 복수의 경제학자들은, ① 교역 다변화, ② 비교적 낮은 대(對)미 수출 비중, ③ 서비스·광산업 등 경쟁력을 근거로 남아공 경제의 충격 흡수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자동차·농산물 등 특정 업종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고,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이 겹치면, 성장률 추가 하락 리스크도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하우텡주(Gauteng)의 고용시장 타격이 현실화할 경우, 중앙은행이 현재 정책금리 동결 기조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이라 하더라도, 성장이 더 둔화되면 중앙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결론

요약하면, 30% 관세라는 높은 장벽에도 불구하고, 남아공 중앙은행은 경제 전반의 충격을 ‘제한적’으로 진단했다. 통화당국의 낙관적 스탠스는 금융시장 안정과 맞물리며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관세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 둔화라는 이중 변수는 여전히 잠재적 위험으로 남아 있어, 향후 정책과 기업 전략의 유연성이 더욱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