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중앙은행(Central Bank of Nigeria·CBN)이 5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번 결정은 현지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파급 효과를 예고하고 있다.
2025년 9월 2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CBN 통화정책위원회(MPC)는 정례회의를 마치고 정책금리(MPR)를 0.50%포인트(p) 내린 27.0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이후 5년 만의 첫 인하이며, 실질적으로 50bp(베이시스포인트) 조정에 해당한다.
회의 직전 LSEG(런던증권거래소 그룹)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명의 애널리스트 가운데 4명이 인하를 예상했는데, 결과적으로 예상이 적중했다. CBN은 동시에 ‘정책금리 통로(interest rate corridor)’를 ±200bp에서 ±250bp로 넓혔다. 이는 시중은행 간 단기자금 거래에 영향을 주는 상·하단 금리(대출‧예금 금리) 폭을 확대해 통화정책 전파력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금리 인하의 배경 — 1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 2성장 촉진
올래이 예룬 올리에미 카르도소(Olayemi Cardoso) CBN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두 가지 요인을 인하 배경으로 제시했다. 첫째, 헤드라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20.2%로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는 점이다. 그는 “물가 안정세가 뚜렷해져 통화당국이 완화적 스탠스로 전환할 공간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둘째 요인은 경제 성장세 지원이다. 전날 발표된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성장률은 4.2%(전년 동기 대비)로 1분기 3.1%보다 가속화돼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성장이 이미 탄력을 받은 상황에서 꼭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그러나 카르도소 총재는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더 공고히 하려면 사전에 완화 기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선제 대응임을 강조했다.
용어 해설 — 낯선 금융 전문용어를 짚어본다
베이시스포인트(bp)는 1bp가 0.01%p를 의미하는 금융용어다. 따라서 50bp 인하는 0.50%p 하락과 같으며, 금리 변동 폭을 세밀하게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된다.
정책금리 통로(interest rate corridor)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상하단을 설정해 시중 유동성 조절에 활용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상단은 CBN이 은행에 대출할 때 적용하는 ‘스탠딩 렌딩 패실리티’, 하단은 은행이 중앙은행에 초과지준을 예치할 때 받는 ‘스탠딩 디파짓 패실리티’를 뜻한다. 폭을 넓힐수록 금리 신호가 시중 금리에 빠르게 반영되는 효과가 있다.
시장 반응과 전망
카르도소 총재는 “거시경제의 안정이 지속되고 물가도 추가로 둔화될 것”이라며, 이번 인하가 향후 ‘공격적 완화 사이클’의 서막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일각의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초까지 최대 200bp 추가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으나, 고물가 재점화 리스크가 변수로 꼽힌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나이지리아 나이라화 약세에 주목하고 있다. 금리 인하는 환율 방어 여력을 낮출 수 있지만, 동시에 실질금리를 개선해 자본유입을 유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전문가 시각 — 기자의 추가 분석
이번 결정은 물가 안정과 성장 간 균형이라는 중앙은행의 고전적 과제에서 성장 쪽으로 한 발 더 기운 것으로 보인다. 나이지리아는 여전히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지만, 최근 유가 반등과 농업 생산 확대가 가격 압력을 완화했다. 또한 오는 2026년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성장 모멘텀 유지에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다만 27%라는 절대 금리 수준은 글로벌 기준으로도 매우 높다.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면 국가재정 부담, 기업차입 비용 상승, 가계 구매력 위축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금리를 내렸음에도 27%라는 수치는 통화 긴축적 스탠스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이라는 점이 시장의 또 다른 해석이다.
결국 CBN의 향후 정책 경로는 물가 지표 흐름과 외환시장 안정성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디스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외환 수급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면 추가 인하 여지는 넓어질 것이다. 반대로 식품·에너지 가격이 다시 급등하거나 나이라화가 급격히 약세를 보일 경우, 통화 완화 사이클이 조기에 중단될 수도 있다.
“물가 안정세가 확인된 만큼 통화정책은 보다 유연해질 것이다.” — 올리에미 카르도소 CBN 총재
한편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신흥국 통화당국들이 물가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했던 초고금리 정책이 점진적 정상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