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Nasdaq)이 미국 상장 주식과 거래소상장상품(ETP)의 거래 시간을 대폭 연장해 평일 기준 사실상 24시간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나스닥은 이를 위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할 서류를 준비 중이며, 승인될 경우 새로운 거래 일정은 2026년 하반기에 시행될 예정이다.
2025년 12월 16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나스닥은 현재 평일 기준 하루 16시간 운영되는 시장을 주당 23시간으로 확대하는 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동부시간 기준 오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를 ‘주간 세션(day session)’으로 운영한 뒤, 시스템 점검·테스트·청산을 위한 1시간의 일시 정지(오후 8시~9시)를 거쳐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야간 세션(night session)’을 다시 여는 방식이다.
현행 체계 및 업계 동향
현재 나스닥은 평일 세 가지 거래 세션을 운영하고 있다. 프리마켓(pre-market)이 동부시간 오전 4시~오전 9시30분, 정규장(regular session)은 오전 9시30분~오후 4시, 애프터마켓(after-hours)은 오후 4시~오후 8시다. 로빈후드(Robinhood) 등 소매 투자자 중심의 중개업체들은 이미 일부 미국 주식과 암호화폐에 대해 확장된 혹은 사실상 24시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평일 22시간 운영 안을 추진 중이며, 이는 데이터 피드 업그레이드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2월에 SEC의 초기 승인을 받았다.
업계 반응과 우려
“This is literally the worst thing in the world,” 라고 웰스파고 트레이딩 데스크는 고객에 보낸 메모에서 표현했다. “이보다 주식시장을 더 ‘게이미파이(gamify)’ 할 수 있는 조치는 생각하기 어렵다. 이는 거래를 도박과 더 가깝게 만드는 전형이다.”
전직 뉴욕증권거래소(NYSE) 마켓메이커 출신인 제이 우즈(Jay Woods), 현재 Freedom Capital Markets의 수석 시장 전략가는 상장기업 측면에서의 부작용을 제기했다. 그는 “상장기업은 시장을 움직이지 않는 시점에 공시를 하고 회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그런 시간을 빼앗는 것이다. 새로운 문제의 소지를 여는 셈”이라고 말했다.
유동성과 변동성에 관한 논쟁
웰스파고는 메모에서 유동성(liquidity)이 대부분 장 개시와 마감에 집중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거래시간을 늘리는 것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메모는 “거래량의 대부분은 개장과 마감에 몰린다. 시장 구조에 대한 불만은 대부분 낮은 거래량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업계가 거래 시간을 더 늘리려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부 회의론자들은 거래시간 연장이 실제 참여자 확대를 담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애널리스트와 시장 참여자들은 “오전 9시30분~오후 4시 사이 대부분의 트레이더와 큰 기관들이 활동한다. 야간에 이를 대체할만한 충분한 기관과 인력이 상시 배치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한다. 우즈는 “우리는 휴식이 필요하다. 휴식은 시장이 정보를 소화하고 참여자들이 재정비하는 기능을 한다”고 덧붙였다.
용어 설명
프리마켓·애프터마켓는 정규 거래시간 전후로 일부 투자자와 기관이 거래할 수 있는 시간대다. 이 시간대에는 통상 정규장보다 거래량이 적고 호가 스프레드(매수·매도 가격 차)가 넓을 수 있다. 유동성은 시장에서 원하는 시점에 자산을 사고팔 수 있는 능력으로, 유동성이 낮으면 가격이 급격히 변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마켓메이커는 특정 종목의 호가를 지속적으로 제시해 시장의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기관을 말한다. ETP(거래소상장상품)은 상장지수펀드(ETF) 등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거래되는 투자상품을 일컫는다.
시장·제도적 영향 분석
거래시간 연장은 시장 구조, 특히 유동성 분포와 변동성 패턴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먼저 유동성 분산이 예상된다. 현재 개장·마감에 집중된 유동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으나, 야간 세션에서의 낮은 참여로 인해 개별 거래의 가격 영향(price impact)이 커질 위험이 있다. 즉, 얇은 유동성(thin liquidity) 속에서 대형 주문이 나올 경우 가격이 급등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 변동성(volatility) 관리 문제가 대두된다. 거래소가 공식적으로 야간 세션을 제공하면 뉴스·실적 발표·국제 이벤트가 시장에 즉시 반영되어 시차에 따른 급격한 가격 이동이 빈번해질 수 있다. 이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 측면에서 규제 당국의 감시와 추가 조치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운영·청산(클리어링) 리스크가 증대할 수 있다. 거래시간 확대는 결제·청산 시스템의 업타임 요구를 높이며, 시스템 오류나 사이버 리스크 발생 시 영향 범위가 커질 수 있다. 1 또한, 1시간의 정기적 점검 시간을 두더라도 그 외 시간대의 예기치 못한 장애는 시장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
넷째, 인력·비용 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관과 중개업체는 24시간 대응을 위해 인력 운용을 재편하거나 외부 서비스에 의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는 단기적으로 운영비용(incremental operational costs)을 상승시키며, 소규모 중개업체에겐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시장 전망과 투자자 대응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몇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보수적 시나리오에서는 야간 세션이 제한적 유동성 속에서 존재하며, 대형 기관은 여전히 정규장 집중 거래를 선호해 시장 집중도는 완만히 감소하는 수준에 그친다. 공격적 시나리오에서는 글로벌 뉴스의 실시간 반영으로 야간 거래가 활성화되며, 일부 상품과 종목에서 24시간 프리미엄(거래 편의에 따른 추가 수요)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거래소·중개사·청산기관의 규정·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소매 투자자들은 야간 세션의 낮은 유동성과 높은 변동성을 고려해 리스크 관리 수단(예: 지정가 주문, 거래량 제한, 포지션 사이징)을 활용하는 것이 권고된다.
결론
나스닥의 제안은 글로벌 증시의 시간대 차이를 줄이고 투자자에게 더 많은 거래 기회를 제공하려는 취지지만, 유동성 분산·변동성 확대·운영 리스크·인건비 증가 등 실질적 비용과 제도적 과제를 동반한다. SEC의 심사 과정과 업계의 추가 논의 결과가 향후 시장 구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