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데뷔 첫날 44% 급등… 블록체인 대출업체 피겨, 시가총액 76억 달러 돌파

블록체인 기반 주택담보대출(HELOC) 플랫폼 ‘피겨 테크놀로지(Figure Technology)’가 나스닥 상장 첫날 주가가 44% 급등하며 기업가치 76억 2,000만 달러(약 10조 2,0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2025년 9월 1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피겨의 공모가는 주당 25달러였으나 시초가는 44달러로 형성돼 장중 내내 강세를 보였다. 해당 종목은 티커 ‘FIGR’로 거래되며, 상장 첫 날 거래대금이 급증해 시장의 관심을 입증했다.

피겨와 기존 투자자들은 이번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총 3,150만 주를 매각해 $7억 8,750만 달러를 조달했다. 이는 애초 예정 공모 구간(20~22달러)을 두 차례 상향한 뒤에도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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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늘 스스로 발목을 잡는 실수를 저질러왔다”

는 마이크 캐그니(Mike Cagney) 최고경영자의 발언은, 단순 가상자산 보유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주요 배경 및 시장 상황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2021년 이후 가장 붐비는 IPO 주간을 맞았다. 4월 이후 관세 불확실성으로 신주 발행 시장이 사실상 폐쇄됐으나, 최근 증시 랠리가 공모 문을 다시 열었다. 피겨의 호조는 크립토 테마 기업들의 첫날 ‘따상’(공모가 대비 두 배 이상 상승) 흐름을 이어간 셈이다.

그러나 순수 가상자산 보유 모델에 집중했던 기업들은 올해 초 규제 완화 기대감이 식자 주가가 급락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기술·수익 기반’ 블록체인 기업을 선호하며, 피겨는 주택금융이라는 현실 산업에 블록체인을 접목한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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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테크놀로지는 누구인가

마이크 캐그니 CEO는 2018년 피겨를 공동 창업하기 이전, 온라인 대출 플랫폼 ‘소파이 테크놀로지스(SoFi)’를 키워낸 바 있다. 그는 “블록체인 잠재력이 재무 전략에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즉, 대출 프로세스 전반을 디지털화해 비용·시간을 절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6월 30일 기준 12개월 동안 피겨가 중개한 주택순자산대출 규모는 6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특히 저금리 환경에서 주택 순자산(Home Equity)을 활용한 유동성 확보 수요가 늘어난 점이 성장의 발판이 됐다.

회사는 자체 개발한 ‘프로비넌스(Provenance) 블록체인’을 통해 대출 심사·승인·증권화 과정을 처리한다. 덕분에 문서 작업이 줄고 대출 실행 시간이 평균 5일 내외로 단축됐다. 캐그니 CEO에 따르면 미국 상위 20개 모기지 회사 중 10곳이 이 플랫폼으로 대출을 발행한다.

DCM 벤처스의 데이비드 차오(Chao) 파트너도 “이미 20개 이상의 대형 은행이 프로비넌스를 사용 중”이라며 확산 속도를 언급했다.


현장 전문가 시각

시장 참여자들은 피겨의 가치평가가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생태계 확장성’에 무게를 둔 결과라고 분석한다. 블록체인 적용 범위가 담보대출·대출채권 유동화·서류 공증 등으로 넓어질수록 네트워크 효과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금융 IT 전문가는 “블록체인 기반 원장 관리로 부채권 추적·양도가 실시간 가능해지면, 기존 주택담보대출(MBS) 시장의 고질적 문제였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용어 해설

IPO(Initial Public Offering)는 기업이 주식을 처음 공개시장에 발행해 자본을 조달하는 절차다. HELOC(Home Equity Line of Credit)은 주택을 담보로 한 한도 대출 상품이고, 블록체인은 분산원장 기술의 일종으로 거래 정보를 위·변조가 어렵게 한다. 나스닥(NASDAQ)은 미국 대표 기술주 중심 증권거래소다.


향후 일정 및 파급효과

윙클보스(Winklevoss) 형제가 이끄는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Gemini) 역시 9월 12일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있어, 피겨의 성공이 후속 기업 공모 심리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된다.

향후 은행 및 핀테크 기업들은 피겨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실물 담보+블록체인’ 모델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전통 금융기관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가속화하고, 가상자산 업계에도 ‘기술 실용화’ 트렌드를 촉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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