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의 ‘주 5일·23시간 거래’ 도입 시나리오 — 미국 증시의 운영시간 연장은 무엇을 바꿀 것인가

나스닥의 ‘주 5일·23시간 거래’ 전환: 시장 인프라·유동성·규제의 대전환을 예고한다

미국 최대 거래소 중 하나인 나스닥이 거래시간을 대폭 확대해 주중 사실상 24시간(하루 23시간)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SEC에 제출할 계획이라는 보도는 단순한 업무시간 변경을 넘어 자본시장 인프라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이 칼럼은 나스닥의 제출 움직임과 DTCC(미국 예탁결제청)의 연중무휴 청산 준비계획 등 관련 뉴스 흐름을 바탕으로 향후 1년 이상 지속될 중장기적 파급영향을 심층 분석한다.


요약: 핵심 쟁점과 결론

나스닥이 추진하는 운영시간 확대는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 제고라는 명확한 이점을 제공하지만, 시장 미시구조, 유동성 분산, 청산·결제 시스템, 시세정보(SIP) 배포 및 규제감시의 전면적 재설계를 요구한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자·시차 투자 수요 흡수, 일부 섹터(예: 시간대별 뉴스 민감 섹터)의 가격발견 효율성 개선, 그리고 거래소 수수료·데이터 수익의 추가 확대가 기대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유동성 분산으로 인한 스프레드 확대와 비정상적 변동성, 시간외 세션의 얇은 시장을 노리는 알고리즘·초단타 매매 전략의 과도한 활용, 그리고 청산·결제의 리스크 관리 비용 증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왜 지금인가: 제도적·수요 측면의 배경

나스닥은 제출 계획에 대해 해외 투자자들의 ‘연중무휴’ 접근 수요, 글로벌화된 포트폴리오 운용의 편의성, 그리고 거래소 매출 다변화를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DTCC가 연중무휴 청산을 2026년 말까지 도입한다는 계획을 공개한 점은 인프라 측면에서 거래시간 확장에 대한 현실적 근거를 제공한다. 기술적 진전(클라우드 기반 청산·정산 시스템, 실시간 리스크 관리 툴)과 글로벌 투자 수요의 증가가 결합된 결과로 봐야 한다.

주목

또한 이미 대체거래시스템(ATS)과 장외 플랫폼은 확장된 시간대에 일부 거래를 제공해 왔고, 암호화폐 시장의 24/7 거래가 기관과 개인 모두에게 새로운 기대치를 제공했다. 나스닥의 제안은 기존 정규장 중심의 구조가 글로벌 투자 패턴과 기술적 현실에 뒤처졌다는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다.


장기적 영향 분석 — 시장 구조와 참여자별 파급

1) 유동성 분산과 거래비용의 재구성

정규장 유동성이 밤 시간대로 분산되면 기존 정규장의 호가집적도는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정규장이 낮은 스프레드와 높은 체결확률을 제공하는 현재의 장점이 약화될 수 있으며, 거래비용의 총합(스프레드+시장임팩트)은 오히려 상승할 여지가 있다. 특히 시간외 시간대는 참여자가 제한적이어서 호가갭과 슬리피지가 심화될 위험이 높다. 이는 소액 투자자와 유동성 약한 중소형주에 더 큰 비용으로 귀결될 것이다.

2) 가격발견의 ‘연속성’ vs ‘소음’의 문제

하루 23시간 가격이 형성되면 새벽발(overnight) 가격이 다음날 기준 가격 산정에 영향을 주어 가격발견의 연속성이 증가한다. 그러나 동시에 정보 충격이 비정규 시간대에 즉각 반영되며, 낮 시간의 투자자들이 그 충격을 과도하게 재해석하는 ‘과잉 반응’이 잦아질 수 있다. 사건·뉴스에 대한 즉각적 반응이 24시간 전반에 걸쳐 파급되면 일시적인 유동성 진공(하루 중 특정 시간대의 얇은 유동성)에서 왜곡된 가격이 정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3) 청산·결제와 시장 리스크의 시간적 재분배

DTCC의 24/7 청산 도입은 거래소의 연장된 거래시간 가정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 조건이다. 그러나 청산과 결제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고 해서 리스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24/7 체계는 다음과 같은 추가 고려사항을 야기한다.

주목
  • 운영비용 증가: 시스템 가동·모니터링·스태프 비용이 연중 확대된다.
  • 유동성 제공자(프라임 브로커·마켓메이커)의 자본·마진 정책 변경: 장기 약정 리스크와 단기 변동성에 대한 준비 필요.
  • 글로벌 자금·환율 리스크의 시간대 차이 확대: FX 결제 창구와 달러 유동성 공급이 비정규 시간에 제한적일 수 있음.

4) 규제·감시·집행의 난제

SIP(증권정보프로세서)의 업그레이드와 통합된 호가·체결 데이터의 신뢰성 확보는 필수적이다. 연장된 거래시간에서의 호가·체결 정보가 공정하고 시의적절하게 배포되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잘못된 베스트 익스큐션 판단을 할 수 있으며 공정시장 원칙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 또한 시장감시(시장조작, 시세조종) 탐지 시스템도 24/7 데이터 스트림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섹터별·참여자별 영향 — 누가 이익을 보는가, 누가 부담을 지는가

수혜자

  • 해외 투자자: 아시아·유럽의 기관투자자들이 본국 업무 시간 내 실시간 미국시장 접근을 확보해 환 헤지 및 시차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 데이터·결제 인프라 공급사: SIP 업그레이드, DTCC의 24/7 청산, 클라우드·시스템 모니터링 수요가 확대되어 관련 기술업체의 수혜 가능성.
  • 거래소: 연장시간 거래수수료, 데이터피(data fee) 수익 증가.

부담자

  • 중소형주·유동성 취약 종목: 얇은 시간대의 거래로 스프레드 증가 및 변동성 확대.
  • 중소형 브로커·리테일 중개사: 24/7 주문·거래 감시·리스크 관리를 위한 시스템 투자 부담.
  • 기관 투자자(운용사): 베스트익스큐션·보고 체계의 복잡성 확대, 운영시간·인력관리 필요.

실무적 고려사항 — 거래소·청산기관·중개사에게 필요한 준비

나스닥이 제안한 운영 체제 전환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 준비사항을 요구한다.

  1. SIP의 실시간 업그레이드: 모든 시차에서 동기화된 호가·체결 정보의 무결성 확보.
  2. DTCC의 청산 규정·마진 체계 개편: 연장시간 특성(유동성 저하·심야 변동성)을 반영한 마진 산출 방식과 긴급자금공급(Liquidity backstops) 확보.
  3. 브로커·딜러의 프리-트레이드 리스크 통제: 주문거래 제한·프리-트레이드 체크 등 운영 절차 정비.
  4. 옵션·파생시장 정합성: 옵션·선물 만기·정산 시간의 재설계 및 관련 규정 조정.
  5. 시장감시·증거보전 강화: 24/7 데이터로 인한 감사·조사 역량 강화.

규제적 쟁점 — SEC와 의회의 역할

거래소의 거래시간 확대는 SEC의 광범위한 검토 사안이다. SEC는 다음 항목을 판단해야 한다.

  • 공정시장 유지 가능성: 연장시간 거래가 소수 참여자에 의한 가격조작을 초래하지 않는가.
  • 베스트익스큐션 의무의 적용범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실행원칙을 연장시간 거래에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 정보비대칭 완화책: 시장 데이터 접근성(특히 소매 투자자)에 대한 규칙.

의회는 특히 연장시간 거래가 금융안정·시장 충격 전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 대형 사건 발생 시 24/7 체계에서의 ‘서지(surge)’ 대응 역량과 재난복구 계획은 공적논의 대상이 될 것이다.


실무적 권고: 정책·시장참여자·투자자별 체크리스트

거래소·청산기관에 권고

  • 단계적·파일럿 기반 전환을 권고한다. 일부 섹터·상품군에서 파일럿으로 시작해 유동성·감시 역량을 점검한 뒤 전면 도입.
  • DTCC와 협의하여 ‘심야 마진’·’심야 유동성 백스톱’ 규정 마련.
  • SIP 공급자와 공동으로 데이터 지연·오류에 대한 SLAs(서비스 수준협약)를 재정비.

중개사·운용사·마켓메이커에 권고

  • 비정규 시간대 전문 유동성 공급부서를 육성하거나 외부 유동성 프로바이더와 제휴할 것.
  • 베스트익스큐션 준수를 위해 주문 라우팅·실행 보고 시스템을 재설계할 것.

개인·기관 투자자에게 권고

  • 비정규 시간대의 시장은 얇고 변동성이 크므로 시장가 주문을 자제하고 리밋오더 사용을 권장한다.
  • 포지션의 밤새 리스크(overnight gap risk)를 줄이기 위해 옵션을 활용한 헤지 전략을 검토할 것.
  • 장기 투자는 ‘시가·종가’의 의미 재정립에 유의. 펀드·ETF의 NAV·인덱스 구성은 별도 규칙에 의해 조정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공시를 주시할 것.

나의 전문적 통찰 — 제도적 설계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5가지 원칙

거래시간을 연장하는 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설계의 문제’다. 다음 5가지 원칙을 충족하는 설계만이 장기적으로 시장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1. 유동성 집중의 보존 — 정규장 내 핵심 유동성이 사라지지 않도록 시간외 세션에는 의무적 유동성 공급자(pool makers)를 지정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2. 데이터의 동등한 접근성 — 모든 시장참여자가 동일한 시세와 체결 정보를 동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유료데이터로 정보 격차가 심화되면 소규모 투자자는 불리해진다.
  3. 청산의 시간적 확장과 자금버퍼 — DTCC 등 청산기관은 심야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예비자금과 신속 결제체계를 갖춰야 한다. 자본·운영 레질리언스(resilience)를 입증하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4. 감시와 집행역량의 강화 — 24/7 데이터 스트림에서 시장조작을 탐지할 수 있는 상시 모니터링·AI 기반 이상거래 탐지 체계가 필요하다.
  5. 투명성·교육 — 개인 투자자와 기관 모두에게 새로운 운영시간의 리스크와 전략을 안내하는 교육·공시가 필수다.

시나리오별 장기 전망(1~3년)

시나리오 주요 결과 시사점
안정적 전환 (낙관) DTCC·SIP 업그레이드 완료, 유동성 제공 인센티브 작동, 규제·감시 체계 정비 해외 자금 유입 확대, 거래소 수익 증가, 장기적 시장 효율화
불완전 전환 (중립) 기술적 문제·운영비 증가, 일부 종목 유동성 악화, 규제 보완 요구 단기적 변동성 확대, 비용-편익 논쟁 지속
난항·후퇴 (비관) 중대한 운영 오류·결제중단 위험, 규제상 문제 제기로 시행 중단 시장 불신·거래소 신뢰도 하락, 해외 투자자 회피

맺음말 — 구조적 전환의 설계는 ‘속도’보다 ‘품질’이 중요하다

나스닥의 거래시간 확대 추진은 미국 자본시장의 ‘다음 단계’를 촉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다만 그 성패는 기술적 완비보다 제도적 설계와 세부 실행계획의 품질에 달려 있다. 연장된 거래시간이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고 글로벌 자본의 분산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기회이나, 시장의 핵심 자산인 유동성과 신뢰를 훼손하는 시행착오는 장기적 비용으로 귀결될 것이다.

정책결정자와 거래소 운영진, 청산기관, 중개사, 그리고 투자자 모두가 향후 수개월 동안 전례 없는 수준의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필자는 단계적 파일럿, 공개된 기술·운영 표준, 그리고 시장참여자의 공정한 데이터 접근성 보장을 전제한 전환만이 지속가능한 성공을 보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속도는 중요하지만, 시장의 신뢰와 안정성을 훼손하는 ‘패스트 트랙’은 결국 모두의 손실로 귀결된다.

필자: (작성자 명의) —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애널리스트. 본 칼럼은 공개된 기관 발표(나스닥 보도자료, DTCC 계획, SEC 공지)와 시장 데이터, 업계 인터뷰를 종합해 작성되었으며 특정 금융상품 매매 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