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은행 독립성 수호를 위한 경고
독일 분데스방크(Bundesbank) 총재 요아힘 나겔(Joachim Nagel)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Fed)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공세에 맞서 유럽이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9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나겔 총재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연준 이사 리사 쿡(Lisa Cook)을 해임하려는 시도까지 이어지는 상황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의 지도자들이 지나치게 조용하고,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외교적 수사를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우리 체제와 민주주의, 그리고 공동의 가치를 떠받치는 초석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이제는 더 큰 목소리로 연대를 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중앙은행 독립성(Central Bank Independence)이란?
중앙은행 독립성은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통화정책 결정권을 보호해 장기적인 물가 안정과 금융시장 신뢰를 확보하려는 제도적 장치다. 이 원칙은 1970년대 인플레이션 경험을 거치며 확립됐으며, 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 연준 모두 법률에 의해 고도로 보장되고 있다. 정치 지도자가 단기적 이익을 위해 금리 조정을 압박할 경우, 인플레이션 급등·통화가치 불안·국가신용도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이 축적돼 있다.
특히 연준 의장·이사는 정해진 임기가 보장되며, 의회 인준 없이 대통령이 임의로 해임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통화정책의 일관성을 신뢰하도록 하는 핵심 장치다.
■ 주요 발언 세부 내용
• 나겔 총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X(옛 트위터) 등을 통해 “강력하고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거듭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또한 트럼프 진영에서 리사 쿡 Fed 이사의 해임 시도를 진행 중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정당성을 갖춘 통화정책 의사결정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 나겔 총재는 “유럽 지도자들이 말없이 지켜보고 있을 경우,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에 부정적 파급효과가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왜 유럽의 목소리가 중요한가?
유럽은 세계 외환보유액 중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과 ECB·영국은행(BoE)·스위스국립은행(SNB) 등 주요 중앙은행의 정책 영향력으로 인해, 국제 통화질서 유지에 핵심 축을 담당한다. 나겔 총재는 “유럽이 연준 독립성 수호에 동참할 경우, 글로벌 투자자에게 강력한 정책 일관성 시그널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트럼프의 연준 압박, 과거 사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이던 2018~2020년,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해 “뻔뻔스럽게 금리를 올리고 있다”, “경제 살인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이 같은 언행은 당시에도 “미국 역사상 전례 없는 직접적 개입”으로 평가받았고, 달러 가치 변동성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지목됐다.
리사 쿡 이사는 2022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해 임명됐으며, 연준 첫 흑인 여성 이사이자 거시경제·노동시장 불평등 연구자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측은 “정치적 편향”을 이유로 해임을 추진하고 있으나, 연준법(Federal Reserve Act)에 따르면 대통령이 이사를 임의로 해임할 법적 권한은 없다.
■ 국제 사회와 시장 반응
영국계 투자은행 관계자는 로이터에 “만약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교체하고 금리 결정에 직접 개입한다면, 장기 국채금리가 급격히 상승하고 달러 신뢰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유럽계 자산운용사는 “나겔 총재의 발언은 유럽이 사실상 ‘통화정책 연대’를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결론
요약하면, 나겔 분데스방크 총재는 30일 런던 연설을 통해 유럽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연준의 독립성을 적극 방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준 압박이 민주주의 원칙과 세계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