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극단적 기상 재해’ 증가로 은퇴자들이 피해야 할 11개 미국 도시

미국에서 은퇴 후 정착할 도시를 고를 때 일반적으로는 생활비, 주택 가격, 세제 혜택과 같은 경제적 요인을 우선 검토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 기상 재해(extreme weather events)’ 위험이 빠르게 부상하면서, 아름다운 경관이나 온화한 겨울 날씨만으로 도시를 선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025년 7월 29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미국 퇴직자 단체 AARP는 기후 관련 데이터 분석 기관들과 협력해 ‘은퇴자들이 재고해야 할 11개 도시’ 명단을 공개했다. 선정 기준은 ① 고온 주의 기준(Extreme Heat Threshold), ② 1년 중 고온주의 일수 증가폭, ③ 연간 평균 홍수 손실액, ④ 2050년 예상 홍수 손실 증가율 등 네 가지다.

이 가운데 고온 주의 기준은 해당 도시 인구가 열 관련 스트레스를 체감하기 시작하는 기온으로, 예컨대 프로보(프로보) 93°F, 오스틴 101°F와 같이 도시별로 상이하다. 참고로 1°F는 약 0.56°C다.1

“과거 1970년 대비 고온 주의 일수가 두 자릿수 이상 늘어난 도시는 심혈관·호흡기 질환 위험이 커지며, 여름철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정전·불시 단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AARP 측 설명이다.


순위별 주요 도시 및 리스크 지표

10위. 프로보(유타주)
• 고온 주의 기준: 93°F
• 1970년 대비 고온 주의 일수: 연 15일 증가
• 연간 평균 홍수 손실: 740만 달러
• 2050년 예상 홍수 손실 증가율: 3.8%

10위(동률). 댈러스–포트워스(텍사스주)
• 고온 주의 기준: 99°F
• 1970년 대비 고온 주의 일수: 14일 증가
• 연간 평균 홍수 손실: 7억 8,400만 달러
• 2050년 예상 홍수 손실 증가율: 5.5%

9위. 더럼(노스캐롤라이나주)
• 고온 주의 기준: 91°F
• 1970년 대비 고온 주의 일수: 34일 증가
• 연간 평균 홍수 손실: 540만 달러
• 2050년 예상 홍수 손실 증가율: 13.3%

8위. 휴스턴(텍사스주)
• 고온 주의 기준: 97°F
• 1970년 대비 고온 주의 일수: 33일 증가
• 연간 평균 홍수 손실: 1억 4,580만 달러
• 2050년 예상 홍수 손실 증가율: 52.0%

7위. 찰스턴(사우스캐롤라이나주)
• 고온 주의 기준: 92°F
• 1970년 대비 고온 주의 일수: 14일 증가
• 연간 평균 홍수 손실: 1억 5,620만 달러
• 2050년 예상 홍수 손실 증가율: 100.4%

6위. 보이시(아이다호주)
• 고온 주의 기준: 92°F
• 1970년 대비 고온 주의 일수: 23일 증가
• 연간 평균 홍수 손실: 2,290만 달러
• 2050년 예상 홍수 손실 증가율: 24.7%

5위. 오스틴(텍사스주)
• 고온 주의 기준: 101°F
• 1970년 대비 고온 주의 일수: 28일 증가
• 연간 평균 홍수 손실: 3,660만 달러
• 2050년 예상 홍수 손실 증가율: 8.4%

4위. 칼리지스테이션(텍사스주)
• 고온 주의 기준: 99°F
• 1970년 대비 고온 주의 일수: 24일 증가
• 연간 평균 홍수 손실: 430만 달러
• 2050년 예상 홍수 손실 증가율: 5.8%

3위. 롤리(노스캐롤라이나주)
• 고온 주의 기준: 91°F
• 1970년 대비 고온 주의 일수: 34일 증가
• 연간 평균 홍수 손실: 540만 달러
• 2050년 예상 홍수 손실 증가율: 13.3%

2위. 윌밍턴(노스캐롤라이나주)
• 고온 주의 기준: 90°F
• 1970년 대비 고온 주의 일수: 5일 증가
• 연간 평균 홍수 손실: 2,170만 달러
• 2050년 예상 홍수 손실 증가율: 68.5%

1위. 마틀비치(사우스캐롤라이나주)
• 고온 주의 기준: 91°F
• 1970년 대비 고온 주의 일수: 18일 감소
• 연간 평균 홍수 손실: 3,990만 달러
• 2050년 예상 홍수 손실 증가율: 58.8%


전문가 해설 및 전망

텍사스·사우스캐롤라이나·노스캐롤라이나가 두루 이름을 올린 것은 기온 상승과 허리케인·호우 등 습윤성(濕潤性) 기후 재해가 중첩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찰스턴은 2050년 홍수 손실 증가율이 100%를 넘어, 현재보다 두 배 이상의 보험료 부담과 공공 인프라 비용이 예상된다.

반대로 마틀비치는 고온 주의 일수가 오히려 감소했음에도 홍수 피해 증가율이 58.8%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해수면 상승·조석 침수(tidal flooding)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방증한다.

금융자산 배분 관점에서 보면, 은퇴자들이 기후 리스크가 큰 지역 부동산에 집중 투자할 경우 자산 손실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미국 대형 보험사들이 위험지구 신규 보험 인수를 제한하거나 보험료를 2배 이상 인상한 사례도 잇따르고 있어, 거주 이전뿐 아니라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도 주의가 요구된다.

또한 극단적 고온이란 전력 사용 급증, 건강 악화를 동반하기 때문에, 실내 냉방 설비와 의료 접근성이 은퇴지 결정에 필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주택과 인근 병원 인프라를 갖춘 지역이 ‘차세대 은퇴지 골든 스탠더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아름다운 해변이나 따뜻한 겨울만을 보고 은퇴지를 정하기보다는 기후 리스크, 보험비용, 공공 인프라 투자 계획을 종합적으로 따져 장기 거주 적합성을 검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