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극한 기후 현상’ 급증…은퇴자들이 이주를 재고해야 할 미국 11개 도시

은퇴 이후 ‘평온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미국 베이비붐 세대가 늘고 있지만, 기후변화가 그 선택지에 커다란 제약을 가하고 있다. 최근 AARP(전미은퇴자협회)는 극심한 폭염과 홍수 피해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미국 내 11개 도시를 선정해 ‘은퇴자 주거지로서의 위험 신호’를 발령했다.

2025년 8월 14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해당 도시는 ‘Extreme Weather Events’―즉 극한 기상 현상―발생 빈도가 이미 증가했거나 2050년까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AARP는 ▲도시별 극한 폭염 임계치(Extreme Heat Threshold)* ▲1970년 대비 연간 극한 폭염 일수 ▲현재 연평균 홍수 손실액 ▲2050년까지의 홍수 손실 증가율 전망 등 네 가지 지표를 종합해 순위를 매겼다.

*Extreme Heat Threshold란 통상적으로 해당 지역 주민이 ‘건강에 위협이 되는 폭염’으로 인식하는 기준 기온을 말한다. 도시마다 기후·습도·적응 수준이 달라 임계치 역시 차이가 난다.


위험도가 높은 11개 도시 세부 지표

10위(동순위) 프로보(유타주)
• 극한 폭염 임계치: 93°F(약 33.9℃)
• 1970년 대비 극한 폭염 일수: 연 15일 증가
• 연평균 홍수 손실액: 740만 달러
• 2050년 예상 증가율: 3.8%

10위(동순위) 댈러스-포트워스(텍사스주)
• 극한 폭염 임계치: 99°F(약 37.2℃)
• 1970년 대비 극한 폭염 일수: 연 14일 증가
• 연평균 홍수 손실액: 7,840만 달러
• 2050년 예상 증가율: 5.5%

9위 더럼(노스캐롤라이나주)
• 임계치: 91°F(32.8℃)
• 폭염 일수: 연 34일 증가
• 홍수 손실액: 540만 달러
• 증가율: 13.3%

8위 휴스턴(텍사스주)
• 임계치: 97°F(36.1℃)
• 폭염 일수: 연 33일 증가
• 홍수 손실액: 1억 4,580만 달러
• 증가율: 52.0%

7위 찰스턴(사우스캐롤라이나주)
• 임계치: 92°F(33.3℃)
• 폭염 일수: 연 14일 증가
• 홍수 손실액: 1억 5,620만 달러
• 증가율: 100.4%

6위 보이시(아이다호주)
• 임계치: 92°F(33.3℃)
• 폭염 일수: 연 23일 증가
• 홍수 손실액: 2,290만 달러
• 증가율: 24.7%

5위 오스틴(텍사스주)
• 임계치: 101°F(38.3℃)
• 폭염 일수: 연 28일 증가
• 홍수 손실액: 3,660만 달러
• 증가율: 8.4%

4위 칼리지스테이션(텍사스주)
• 임계치: 99°F(37.2℃)
• 폭염 일수: 연 24일 증가
• 홍수 손실액: 430만 달러
• 증가율: 5.8%

3위 롤리(노스캐롤라이나주)
• 임계치: 91°F(32.8℃)
• 폭염 일수: 연 34일 증가
• 홍수 손실액: 540만 달러
• 증가율: 13.3%

2위 윌밍턴(노스캐롤라이나주)
• 임계치: 90°F(32.2℃)
• 폭염 일수: 연 5일 증가
• 홍수 손실액: 2,170만 달러
• 증가율: 68.5%

1위 머틀비치(사우스캐롤라이나주)
• 임계치: 91°F(32.8℃)
• 폭염 일수: 연 18일 감소
• 홍수 손실액: 3,990만 달러
• 증가율: 58.8%


기자 해설: ‘따뜻한 곳’의 역설적 위험

통상 은퇴자는 생활비 부담적당히 온화한 기후를 주요 고려 요소로 삼는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가속화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따뜻한 남부 도시’가 오히려 건강‧재산 리스크를 높이는 추세다. 특히 텍사스,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와 같은 해안·내륙 저지대태풍·허리케인·국지성 집중호우로 이어지는 이중·삼중 위험에 노출돼 있다.

예컨대 8위 휴스턴은 2017년 허리케인 하비(Harvey)로 기록적 강수를 경험한 바 있으며, 보고서에 반영된 2050년 홍수 손실 52% 증가 전망은 민간 보험료 인상과 지방정부 예산 부담을 수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1위 머틀비치는 폭염 일수가 감소했음에도 해수면 상승과 주택가 침수 위험이 커 홍수 손실액이 연간 4,000만 달러에 달한다.

재정 설계 관점에서도 변수는 크다. 기후 리스크가 반영되면 주택 가치 하락재해 복구 비용이 은퇴 생활비를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은퇴 후 20~30년을 고려할 때 ‘살기 좋은 도시’가 곧 ‘안전한 도시’가 아니다”라며 기후 데이터·재난 대비 인프라·보험료 추세를 반드시 체크하라고 조언한다.

한편 AARP 연구진은 “도시별 홍수 방어 인프라 구축열섬 완화 정책이 병행된다면 위험도는 완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각 지방정부의 재정 여력·정책 의지가 상이해, 은퇴자 스스로 ‘기후 적응 비용’을 산정하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평생 모은 은퇴 자금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전략은 ‘기후 회복탄력성(Climate Resilience)’이 입증된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따라서 해당 11개 도시는 물론이고, 홍수·폭염 경향이 유사한 인근 지역에 관심 있는 은퇴자는 장기 기후 모델지역별 재난관리 계획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아름다운 풍광’보다 ‘안전한 일상’이 은퇴 설계의 핵심이라는 점을 명심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