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극단적 기상 현상’이 급증하는 미국 11개 도시, 은퇴 이주 시 재고해야

은퇴를 앞둔 사람들이 선택할 미국 내 도시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요소는 생활비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단 비용 문제를 잠시 접어두고 ‘어디서 편안하고, 아름답고, 겨울이 온화한가’만을 생각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근 몇 년 사이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미국 전역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극단적 기상 현상(extreme weather events)이 눈에 띄게 늘었다. 홍수·폭염·허리케인·산불 등이 대표적이다.

2025년 8월 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온난화로 인한 평균기온 상승과 함께 ‘극심한 폭염일(extreme heat days)’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홍수 피해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은퇴자에게 매력적인 휴양·관광 도시 상당수가 기후 리스크 측면에서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비영리 단체 AARP(American Association of Retired Persons)은 지난해 말 ▲도시별 극심한 폭염 임계치(extreme heat threshold) ▲1970년 대비 연간 폭염일 증가폭 ▲평균 연간 홍수 피해액 ▲2050년까지 예상되는 홍수 손실 증가율 등을 종합 평가해 ‘기후 위험도가 높은 11개 은퇴 인기 도시’를 선정·발표했다.

※ 용어 설명
Extreme Heat Threshold : 해당 도시 주민이 ‘위험 수위’로 체감하는 기온 상한선.
Extreme Heat Days : 위 임계치를 초과한 날의 횟수로, 1970년과 비교해 얼마나 늘었는지 산출.
Average Annual Flood Loss : 연평균 주택·인프라·경제 피해액(달러 기준).
Projected Increase in Flood Loss 2050 : 2050년까지 예상되는 홍수 피해 증가율.


10위. 프로보(Provo), 유타주

해당 지역의 폭염 임계치는 93°F(섭씨 약 34°C)다. 1970년보다 연간 폭염일이 15일 늘었으며, 연평균 홍수 피해액은 740만 달러(약 101억 원)다. 2050년에는 홍수 손실이 3.8% 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10위(공동). 댈러스-포트워스(Dallas–Fort Worth), 텍사스주

폭염 임계치는 99°F(37.2°C)에 달한다. 연간 폭염일이 14일 증가했고, 연평균 홍수 피해액은 7,840만 달러(약 1,073억 원)다. 2050년 홍수 손실 증가율은 5.5%로 전망됐다.

9위. 더럼(Durham), 노스캐롤라이나주

폭염 임계치는 91°F(32.8°C)다. 1970년 대비 폭염일이 34일 증가했으며, 홍수로 인한 연평균 손실액은 540만 달러(약 74억 원)다. 2050년에는 손실이 13.3% 늘어날 수 있다.

8위. 휴스턴(Houston), 텍사스주

폭염 임계치는 97°F(36.1°C), 폭염일은 33일 증가했다. 연평균 홍수 피해액이 1억 4,580만 달러(약 1,995억 원)에 달하며, 2050년 피해 규모는 무려 52%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7위. 찰스턴(Charleston),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폭염 임계치는 92°F(33.3°C)다. 폭염일이 14일 증가했고, 연평균 홍수 피해액은 1억 5,620만 달러(약 2,141억 원)에 이른다. 2050년에는 100.4% 증가가 예상되며, 사실상 피해 규모가 두 배로 뛸 수 있다는 의미다.

6위. 보이시(Boise), 아이다호주

폭염 임계치는 92°F이고, 폭염일이 23일 늘었다. 연평균 홍수 피해액은 2,290만 달러(약 313억 원)이며, 2050년까지 24.7% 증가가 예측된다.

5위. 오스틴(Austin), 텍사스주

폭염 임계치는 101°F(38.3°C)로 조사 대상 도시 중 가장 높다. 폭염일이 28일 증가했고, 연평균 홍수 피해액은 3,660만 달러(약 500억 원)다. 2050년 피해액은 8.4%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4위. 칼리지스테이션(College Station), 텍사스주

폭염 임계치는 99°F다. 폭염일은 24일 증가, 연평균 홍수 피해액이 430만 달러(약 59억 원)다. 2050년에는 5.8% 증가할 전망이다.

3위. 롤리(Raleigh), 노스캐롤라이나주

폭염 임계치 91°F, 폭염일 증가폭 34일로 9위 더럼과 동일하다. 연평균 홍수 피해액도 540만 달러, 2050년 증가율도 13.3%로 같아 ‘쌍둥이 리스크’ 도시로 불린다.

2위. 윌밍턴(Wilmington), 노스캐롤라이나주

폭염 임계치는 90°F(32.2°C)로 11개 도시 중 가장 낮지만, 이는 곧 더 낮은 온도에서도 위험할 수 있음을 뜻한다. 폭염일은 5일 증가에 그쳤으나, 연평균 홍수 피해액이 2,170만 달러(약 297억 원)이고 2050년에는 68.5% 급증 가능성이 있다.

1위. 머틀비치(Myrtle Beach),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폭염 임계치는 91°F다. 특이하게도 폭염일이 18일 감소했지만, 이는 홍수 위험을 상쇄하지 못한다. 현재 연평균 홍수 피해액이 3,990만 달러(약 546억 원)에 달하며, 2050년까지 58.8% 늘어날 것으로 예측돼 종합 위험 지수가 가장 높다.


전문가 시각 및 시사점
노후 생활은 건강·재정·삶의 질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러나 기후리스크가 높은 지역에서는 의료비·보험료·주택 수리비 등 ‘숨은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은퇴자를 상담하는 재무설계사들은 ‘온화한 겨울’이라는 이점만으로 특정 도시를 선택하기보다는 장기적 기후 시나리오, 인프라 회복력, 주택 보험료, 지역 정부의 재난 대응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텍사스·사우스캐롤라이나·노스캐롤라이나처럼 해안과 내륙 홍수 리스크가 겹치는 주(州)에서는 재산세·보험료가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 반면, 동(同)주에 거주하더라도 고지대·내륙 심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으므로, 도시 내 세부 입지까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시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홍수 방재 인프라 확충 ▲기후 적응형 도시계획 도입 ▲고령층 보호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 궁극적으로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해 기후위기 자체를 완화하는 것이 장기적 해법이 될 것이라는 데 전문가 의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