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달러 약세… 아시아 증시 숨 고르기

SINGAPORE/서울=로이터·경제미디어 종합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조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고,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비트코인의 강세가 이어졌다. 반면 그동안 가파르게 올랐던 아시아 증시는 차익 실현 움직임 속에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2025년 8월 1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달러 인덱스는 주요 6개 통화 대비 2주 만의 최저치로 밀려났으며, 트레이더들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MSCI가 집계하는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소폭 상승하며 2021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 근처에서 거래됐다. 이는 전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나스닥 종합지수가 이틀 연속 사상 최고 종가를 경신한 영향이 크다.

글로벌 증시를 포괄하는 MSCI 올컨트리월드지수 또한 이틀 연속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6거래일 연속 랠리 끝에 43,000선을 처음 돌파한 뒤 소폭 하락했다. 한국과 대만 증시는 약보합이었고, 중국 본토 블루칩과 홍콩 항셍지수는 상승했다.


달러ㆍ엔ㆍ금리 기대

달러 약세와 함께 엔/달러 환율은 장 초반 1달러당 146.38엔으로 3주 만의 엔화 강세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재무부 스콧 베센트 장관이 전날 “9월 회의에서 0.50%p(50bp) 인하도 가능하다”고 언급한 데 따른 영향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25년 미국이 25bp씩 세 차례, 2026년에 추가 두 차례 금리를 더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9월 인하 가능성을 100%로 반영했으며, 50bp 대폭 인하 확률도 불과 일주일 전 0%에서 7%로 뛰었다.

‘우리는 시장만큼 9월 25bp 인하를 확신하지 않는다. CPI와 고용지표가 두 차례 더 발표되므로 결과에 따라 인하 명분이 달라질 수 있다.’

호주커먼웰스은행의 이코노미스트 캐럴 콩은 이렇게 강조하며 시장의 ‘안일함’을 경계했다.

용어 풀이
베이시스포인트(bp)는 0.01%p를 뜻하는 금리·채권 시장의 단위다.
CPI(소비자물가지수)는 물가 상승률을 측정하는 대표 지표다.
페이롤(payroll)은 비농업부문 고용지표로 미국 노동시장 상황을 가늠하는 핵심 통계다.


가상자산·원자재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는 비트코인을 사상 최고가인 124,002.49달러까지 끌어올렸다. 2025년 들어 8월 현재까지 비트코인은 32% 급등했고,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은 41% 올라 2021년 11월의 역사적 고점에 근접했다.

대표 안전자산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3,371달러로 0.5% 상승했다. 유가도 전날 2개월래 저점을 찍은 뒤 강보합세를 보였으며, 시장은 16일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푸틴이 우크라이나 평화에 동의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필요하다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참여하는 2차 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과거 ‘양측이 영토를 주고받아야 전쟁이 끝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휴전 진전이 없더라도 러시아산 공급 차질이 심각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① 러시아의 대규모 원유 수출 ②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한 더 큰 가격 할인 가능성 ③ 인도·중국의 에너지 협력 지속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인도로부터 들어오는 수입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인도가 직간접적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치를 암시한 바 있다.


전망 및 분석

글로벌 투자자들은 연준의 ‘연내 세 차례 인하’ 시나리오를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 물가 상승률이 안정되는 가운데, 노동시장 둔화와 함께 연준 내 매파(긴축 선호)·비둘기파(완화 선호) 간 균형이 완화 쪽으로 조금씩 기울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9월 FOMC 이전에 예정된 두 차례의 CPI·고용보고서는 시장 전망을 언제든 뒤흔들 수 있어, 불확실성 헤지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고금리→완화 전환 국면에서 달러 약세와 위험자산 선호가 동시에 나타나는 ‘골디락스(성장 둔화 없는 완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미국 대선, 지정학 리스크, 공급병목 등 변수가 많아 달러·금·비트코인·유가 간 상관관계가 과거보다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50bp까지 단숨에 내릴 경우, 채권·외환시장이 이를 전면적으로 재평가하며 단기 변동성이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25bp 절차적 인하가 현실화하면 시장은 이미 상당 부분을 선반영한 만큼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판다’는 속담처럼 차익 실현이 먼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핵심은 미국 지표의 방향성정책결정자들의 발언이다. 다가올 잭슨홀 심포지엄과 8월·9월 고용·물가 지표는 연준의 최종 결정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