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연방 관세 환급권을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해 일부 관세 비용을 선회수하고 있다. 이러한 거래는 기업이 향후 정부로부터 환급을 받을 권리를 미리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대표적 사례로 애틀랜타 기반 유아용품 제조업체인 Kids2가 있다.
2025년 12월 23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Kids2의 재무책임자(CFO)인 마크 민트먼(Mark Mintman)은 이를 “비용 회수(cost recovery action)”라고 불렀다. 그는 9월 뉴욕에서 은행가들과 가진 회의에서 잠재적 환급 청구권을 매각하는 시장이 비밀스럽게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이 거래 구조에서는 기업이 환급 가능액의 일부분을 선지급으로 받고, 법원이 관세를 위헌으로 판결해 정부가 환급하라는 명령을 내리면 기업은 이를 투자자와 나누게 된다. 반대로 관세가 유지되면 기업은 선지급을 그대로 보유하고 투자자는 아무런 지급을 받지 못한다. 이 같은 방식은 구조화된 소송 합의금의 장래 지급액이나 로또 연금(annuity) 지급권을 매각하는 시장과 유사하며, 과거 데이비드 보위가 저작권 수익을 담보로 현금흐름을 매각한 ‘Bowie Bonds’ 사례와도 비교된다.
민트먼은 제프리스(Jefferies LLC)의 한 부서와 협력해 매수자를 찾았으며, 매수자는 보스턴(Boston) 기반의 헤지펀드였다고 밝혔다. 그는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매수자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제프리스의 대변인은 이 같은 거래 중개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헤지펀드는 거래를 신속히 마무리할 것을 압박했다고 민트먼은 전했다. 매수자는 고등법원에서의 구두 변론(oral arguments) 전에 거래가 종결되기를 원했는데, 해당 구두 변론은 11월 초에 진행됐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구두 변론 후 수개월 내에 판결을 내리며, 트럼프 행정부는 신속한 결정을 요청했으나 시기는 불투명하다. 대법원이 트럼프의 긴급 관세 조치를 뒤집을 경우 기업들이 환급받을 수 있는 금액은 총합 기준으로 1,000억 달러(> $100 billion)를 초과할 수 있다고 보도는 전했다.
“We remain confident in the legal merits of the President’s lawful use of tariffs,” 라고 백악관 관계자는 로이터에 보낸 문자에서 밝혔다.
Kids2의 구체적 사례와 가격
민트먼은 Baby Einstein 등 브랜드로 알려진 Kids2가 중국에서 제품의 약 95%를 제조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9월까지 미 관세국(Customs)에 납부한 관세 총액 1,500만 달러($15 million) 중 일부에 대해 환급 청구권을 매각해 총 2백만 달러($2 million)를 받았다. 이는 관세의 약 23센트(달러당 0.23달러)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는 1977년 제정된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IEEPA)에 근거한 관세에 대해 적용된 가격이다. IEEPA는 대통령에게 국가비상사태 시 수입 규제 권한을 부여하는 법이지만, 관세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아 논란이 됐다.
한편, 펜타닐 밀수 차단을 명목으로 부과된 별도의 긴급 관세에 대해서는 회사가 달러당 9센트를 받았다고 민트먼은 전했다. 민트먼은 펜타닐 관세는 유지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 시장의 가정 때문에 매수가격이 더 낮았다고 설명했다.
시장 참여자와 가격 형성
이러한 거래는 ‘스페셜 시추에이션(special situations)’ 거래로 불리며, 법적 환급 청구권은 광범위한 금융시장과 상관성이 낮은 자산으로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다. 로이어 회사인 Orrick의 구조조정팀 파트너이자 팀장인 라니에로 다베르사(Raniero D’Aversa)는 로이터에 “즉시 유동성을 제공하려는 매수자들이 존재하는 확립된 시장이 있다”고 말했다.
Orrick의 구조조정팀 자문 변호사인 에이미 파사크레타(Amy Pasacreta)는 현재 매수자들이 펜타닐 관세 청구권에 대해 16~17%를, 상대적(복수국가·보복) 관세 청구권에 대해 26~28%를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비율은 달러당 지급 비율, 즉 회사가 환급 가능액의 몇 센트에 해당하는 선지급을 받는지를 의미한다.
파사크레타는 “대법원이 관세를 합헌으로 판단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일부 기업은 ’10, 20, 30센트라도 받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다”며 기업들이 불확실성 하에서 일부 금액이라도 회수하려는 동기를 설명했다.
기업들의 대응과 고려 요인
민트먼은 과거 사례를 근거로 실무적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팬데믹 기간 동안 고용유지를 장려하는 프로그램으로 받은 세액공제 환급을 완전하게 돌려받는 데 2년이 걸렸던 경험을 들며, 만약 대법원이 관세를 뒤집을 경우 미 관세국이 환급 처리를 위해 대규모 행정 부담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빠른 현금화가 중요한 기업 입장에서는 현재 자금을 받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민트먼은 또한 이번 행정부가 대법원에서 여러 사건에서 승소한 전례를 고려해 Kids2의 유리한 판결 가능성을 50대50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 한구석에는 200만 달러를 공짜로 받은 셈”이라고 발언했다.
반면 많은 기업들이 환급권 매각 제안을 거절하고 있다. 진공청소기 제조업체 Bissell Inc.의 최고경영자 마크 비셀(Mark Bissell)는 환급권 매각 제안을 받았으나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생명보험금 수령권을 매입하는 늦은 밤 광고와 비슷하게 느꼈으며, 대법원이 관세를 위법 판결하더라도 행정부가 다른 방안을 강구해 세금을 계속 걷을 것이라고 의심한다고 밝혔다.
용어 설명 및 시장 메커니즘
여기서 주요 용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IEEPA(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는 1977년 제정된 미국 법률로, 대통령에게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수입·수출 규제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그러나 법 조항에 관세를 명시하지 않아 긴급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스페셜 시추에이션 거래은 기업의 구조적·법적 이벤트에 기초한 현금흐름 또는 권리를 매매하는 전략을 말하며, 전통적 주식·채권과의 상관성이 낮아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단으로 활용된다. 폴리마켓(Polymarket)과 같은 예측 시장은 사건의 결과 확률을 거래를 통해 형성하는 플랫폼으로, 기업들이 법적 판결의 확률을 가늠하는 참고 지표로 사용하기도 한다.
금융·경제적 함의와 향후 전망
이 시장의 형성과 확산은 몇 가지 실무적·경제적 함의를 지닌다. 첫째, 기업들은 대법원 판결의 불확실성을 헤지(hedge)하기 위해 비전통적 금융수단을 활용함으로써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고, 이는 특히 중소형 제조업체에게 운영 자금을 안정화하는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둘째, 환급청구권의 매각은 기업의 장부상 현금흐름을 개선시키지만, 잠재적 환급에 대한 추가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므로 장기적 수익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셋째, 투자자 관점에서는 이러한 권리는 상대적으로 독립적 리스크(legal/event risk)를 제공하므로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가 있으며, 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도 있다.
만약 대법원이 긴급 관세를 위헌으로 판단해 정부가 대규모 환급을 명령할 경우, 재정적으로는 정부 지출 증가와 관세 수입의 환급으로 단기적 예산 집행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관세가 유지되면 매수자는 투자 원금 손실을 보게 되고 기업은 이미 받은 현금을 보유하게 된다. 시장에서 제시되는 달러당 지급 비율(예: 펜타닐 관세 16~17센트, 상호관세 26~28센트)은 투자자들의 위험 평가와 자본비용을 반영한다.
향후 관세 관련 소송의 판결 시점과 내용, 그리고 행정부의 대응 전략이 이 시장의 규모와 유동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대법원 판결이 지연될수록 해당 권리의 현재가치 할인(디스카운트)은 커지고, 매도기업의 선호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민트먼의 발언처럼 환급이 실제로 이루어지기까지 행정적 부담이 크다면 실무적으로 ‘현금 확보 우선’ 전략을 선택하는 기업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론
요약하면, 미국 기업들은 대법원의 관세 심리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일부 환급권을 매각해 즉시 현금을 확보하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시장은 기업의 유동성 확보 및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자리잡는 한편, 투자자에게는 사건 기반의 비상관 자산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한다. 향후 판결과 행정부의 대응에 따라 시장의 규모와 가격은 크게 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