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관세는 우리가 먼저 흡수”…물가 전가 임박 경고

미국 기업들이 당장의 관세(tariff) 부담을 스스로 떠안고 있지만, 그 인내심이 머지않아 한계에 이를 것이라는 월가의 경고가 나왔다.

2025년 7월 2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이 부과한 높은 수입 관세가 결국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돼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기업들이 제품 수입 시 발생하는 세금을 수익 감소 또는 마진 축소라는 형태로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시장 참여자들은 하반기 이후 이러한 전략이 한계에 도달하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국이 관세 대부분을 부담”

해외 수출업체들이 추가 관세 비용을 흡수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런던에 본사를 둔 도이치은행 전략가 조지 사라벨로스(George Saravelos)는 “거시 지표가 명확히 보여주듯 관세 비용은 주로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평균 30%가 넘는 관세에 직면했지만,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산 제품의 달러 기준 가격은 오히려 1% 하락했다.” — 조지 사라벨로스, 도이치은행 전략가

그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관세 인상 이후에도 큰 폭으로 뛰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 결과, 미국 수입업체들이 가격 인상 대신 이윤 감소를 감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3분기 핵심(Core) CPI 3.2%까지 뛸 것”

하지만 상황은 변할 수 있다. 파이퍼 샌들러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낸시 라자(Nancy Lazar)는 8월 1일 관세 시한 이후 기업들이 가격을 전가하기 시작하면서 핵심 CPI*가 3분기 연율 3.2%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2.1%) 대비 급등세다.

경기 침체(stagflationary)적 물가 상승과 제한적인 성장 위험이 커지고 있다.” — 낸시 라자, 파이퍼 샌들러

*핵심 CPI(core CPI)식료품·에너지처럼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물가지표로, 기조적 물가 흐름을 평가할 때 사용된다.

라자는 미국이 소비재 관세의 약 90%를 부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수입기업이 60%를, 최종 소비자가 30%를 떠안으며, 해외 수출업자는 “거의 부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가격 변동이 뚜렷한 품목들

일부 품목에서는 관세 효과가 이미 나타났다. UB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도노번(Paul Donovan)은 “미국 소비자들은 가전제품을 3월 대비 평균 3.6% 더 비싸게 구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유럽·영국·멕시코·캐나다 소비자는 0.3~1.9% 저렴하게 구입 중이다.


기업 실적 ‘적신호’

관세 이슈는 2분기 어닝콜에서도 뜨거운 화제가 됐다. 유전 서비스 업체 베이커휴즈의 최고재무책임자 아흐메드 모갈(Ahmed Moghal)은 “높은 관세로 2분기 EBITDA가 1,500만 달러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강관(steel) 등 원자재에 붙은 고율 관세는 유전 장비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 식품업체 코나그라 브랜즈(Conagra Brands)의 CEO 션 코널리(Sean Connolly)는 “현행 관세율이 원가를 약 3% 상승시켜 연 2억 달러 이상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커피 머신·탄산음료 회사 큐리그 닥터페퍼(Keurig Dr Pepper)의 CEO 티머시 코퍼(Timothy Cofer) 역시 관세가 하반기 커피 사업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관세 영향이 두드러질 것” — 티머시 코퍼, 큐리그 닥터페퍼 CEO


전문가 해설: 왜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나?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둔화높은 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비정상적 경제 상태를 뜻한다. 성장이 멈춘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면 가계 실질소득은 감소해 소비 위축이 심화되고 기업 투자도 둔화된다. 관세 부담이 최종 가격으로 전가될 경우 이러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지므로 시장은 연준(Fed)의 정책 대응 가능성까지 주시하고 있다.

또한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무형자산상각 차감 전 이익)는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관세로 EBITDA가 감소하면 투자·배당·부채상환 여력이 약화돼 기업 가치와 신용등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당장은 기업이 관세를 흡수하며 소비자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전문가들은 3분기를 기점으로 기업이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이는 미국 경제가 고물가·저성장이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