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약세에 뉴욕 증시 하락…파월 연설 앞두고 투자자 경계 심화

플로리다 올랜도발(로이터) —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올해 랠리를 주도해 온 빅테크 종목들의 급락에 발목이 잡히며 일제히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이번 주 예정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기조연설을 앞두고 위험자산 노출을 줄이며 관망세로 돌아섰다.

2025년 8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나스닥지수는 1.5% 밀려 하락 폭이 가장 컸고, 다우지수는 장중 사상 최고치인 45,207포인트를 기록한 뒤 상승분을 반납했다. 반면 유럽 증시는 우크라이나 휴전 기대가 부각되며 소폭 올랐으나, 아시아 신흥국 증시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주요 종목·섹터 동향
• 인텔(INTC)은 소프트뱅크가 20억 달러 규모 지분을 취득했다는 소식에 7% 급등했다.
• 엔비디아(NVDA)는 3.5% 하락해 4개월 만에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 기술 섹터를 2% 가까이 끌어내렸다.
• 캐나다 달러는 부진한 물가 지표 영향으로 달러당 1.3855캐나다달러까지 0.5% 약세를 보였다.
• 브라질 헤알화는 5.50헤알까지 밀리며 1.2% 하락, 6주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채권·원자재 시장
미 국채 수익률은 장기물을 중심으로 4bp 하락해 수익률 곡선이 평탄화됐다. 영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27년래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종가 기준으로는 하락 전환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은 배럴당 62.35달러로 1.7% 내려 6월 2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치·지정학 이슈

전날 미 백악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그리고 다수 유럽 정상들이 참석한 ‘우크라이나 평화정상회담’이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을 약속한다”고 밝히면서 유럽 증시는 장 초반 오름세를 보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결국 협상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발언하자 낙관론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직접적인 시장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전쟁 장기화와 미·유럽 관계 균열, 트럼프·푸틴 간 불안정한 협력 구도는 중장기적으로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지표 가늠자 ‘리테일 실적주’ 주목

이번 주 미국 주요 유통기업 2분기 실적이 줄줄이 발표된다. 홈디포가 이날 결과를 공개했고, 20일에는 로우스·타깃·TJX, 22일에는 월마트가 실적을 발표한다. 전문가들은 상·하위 소득층 간 소비 양극화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실적 결과가 미 소비·경제 전반을 가늠할 결정적 힌트를 제공할 것으로 내다본다.

S&P500 소비재(임의소비) 지수는 연초 이후 보합권에 머물고, 필수소비재 지수는 6% 오른 반면, S&P500 전체는 8%, 정보기술·통신 섹터는 13% 안팎 상승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글로벌 통화정책 이벤트

20일 뉴질랜드·인도네시아·중국 중앙은행이 연이어 정책금리를 발표한다. 시장은 뉴질랜드·인도네시아가 동결, 중국 인민은행(PBoC)이 3개월 연속 1년·5년 LPR을 각각 3.50%, 5.50%로 고정할 것으로 본다.

4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쇼크 이후 17년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던 위안화 환율은 최근 구조적 경기부양 기대와 함께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인민은행이 차입비용을 10bp만 인하하고 지난 19주 중 16주 동안 위안화 기준환율을 상향 고시한 점도 환율 안정에 기여했다.


트럼프와 월가의 ‘미묘한 밀고당기기’

“시장만이 트럼프 정책을 제어할 수 있는 마지막 견제장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 관세 폭탄을 발표하자 S&P500은 이틀간 10% 폭락하며 2조 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관세를 보류했고, 지수는 35% 급반등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독립성 압박, 노동통계국(BLS) 국장 해임, 인텔 CEO 사퇴 압력, 비경제적 이유로 브라질·인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비정통적 정책을 이어가는 데도 증시는 잠잠하다. 시장의 ‘과소반응’이 오히려 정책 리스크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풋(Trump put)’‘연준 풋(Fed put)’을 비교한다. 트럼프 풋은 대통령이 증시 급락 시 정책을 수정할 것이라는 기대, 연준 풋은 위기 시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믿음을 의미한다. 단, 두 개념 모두 리스크 프라이싱을 왜곡시켜 잠재적 충격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가 필요하다.


해설: ‘풋’ 용어 설명

금융시장에서 ‘’은 원래 옵션 상품 중 매도권(put option)을 가리킨다. ‘연준 풋’은 시장이 급락할 때 연준이 금리 인하나 자산 매입으로 구제에 나설 것이라는 신뢰를 뜻하는 은유적 표현이다.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 풋’은 트럼프 대통령이 증시 낙폭이 커지면 정책을 되돌릴 것이라는 기대를 가리킨다.


내일의 핵심 일정

• 뉴질랜드·인도네시아·중국 기준금리 결정
• 일본 6월 기계수주·7월 무역수지
• 영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 독일 7월 생산자물가(PPI)
• 유로존 7월 소비자물가 최종치
• 미 재무부 200억 달러 규모 20년물 국채 입찰
• TJX·로우스·타깃 등 미국 소매기업 실적


전문가 관전 포인트

1) 빅테크가 주도해 온 상승장이 최근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는지 여부
2) 미 소비지표와 소매업체 실적의 온도 차
3) 글로벌 금리 동결 기조 속 중국의 선택적 경기부양 가능성
4)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동성과 시장의 내성 강화간 상호작용
5) 8월 잭슨홀을 앞둔 파월 의장의 발언 수위

현재 S&P500 변동성지수(VIX)는 연중 최저권, 미 국채 변동성지수(MOVE)는 3년 반 만의 저점이다. 변동성이 과도하게 눌린 상태에서 예상치 못한 요인이 터질 경우 시장 충격이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편집 Rod Nick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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