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미국발(發) ‘그림자 대출’의 귀환
사모 대출(Private Credit) 시장이 2025년 현재 1조7,000억 달러 규모로 불어나며 글로벌 자본시장 내 ‘제4의 신용 파이프라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본 칼럼은 섀도뱅킹·CLO·레버리지론·PIK 대출 등 복합 구조가 중첩된 이 시장의 실체를 ①자금 흐름, ②리스크 지형, ③정책 변수, ④장기 시나리오 네 축으로 해부한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사모 대출이 당장 시스템 위기를 촉발하진 않겠지만, ‘느린 전염(slow contagion)’ 메커니즘을 내포한 구조적 불씨”라고 판단한다.
1. 사모 대출 시장의 팽창 로직
1) 자금 출처와 투자자 스펙트럼
- 연기금·보험: 수익률 압박 속에서 ‘은행 대체 채권’으로 포트폴리오 편입 가속.
- 고액자산가·패밀리오피스: 상각·만기 구조가 명확한 변동금리 인컴 스트림 선호.
- 리테일 ETF·BDC: ’월 단위 배당’ 마케팅으로 머니마켓펀드 자금 일부 흡수.
표 1│글로벌 사모 대출 AUM 추이
연도 | 총 AUM(억 달러) | YoY% | Dry Powder |
---|---|---|---|
2015 | 3,800 | +11 | 1,050 |
2020 | 8,600 | +14 | 2,970 |
2024 | 15,100 | +17 | 4,890 |
2025(E) | 17,000 | +12 | 5,668 |
*자료: PitchBook·Preqin, 2025.06
2) ‘은행 규제 → 사모 대출 유입’ 메커니즘
바젤 III End-game·미국 SCB(Stress-Capital Buffer) 상향으로 상업은행이 중소·중견기업 레버리지론을 축소한 반면, 사모펀드는 규제 자본요건·공시의무가 느슨해 차익 거래 공간이 급확대됐다.
2. 잠복 위험: ‘느린 전염’ 세 갈래
1) 언더라이팅 약화와 코버넌트 느슨화
무디스·S&P 데이터를 종합하면, 2020년 대비 2024년 신규 딜 중 코버넌트 라이트(covenant-lite) 비중은 34%→72%로 급등했다. 이는 채무 불이행 전조를 조기 포착할 내부 경보 장치가 희박해졌음을 의미한다.
2) PIK·유동화 구조 가속
현금 대신 부채로 이자를 지급하는 PIK Toggle이 2024~25년 전체 사모 대출의 9.8%를 차지했다. 해당 대출은 신용사이클 후반·고금리 구간에서 복리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누적돼, ‘숨은 부채 산’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3) 섹터 편중—레버리지드 바이아웃 LBO
도표 1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사모 대출 잔액 중 IT 서비스·소프트웨어·헬스케어 3개 섹터가 57.2%를 차지한다. 경기방어력은 뛰어나지만, 금리 상승기 EBITDA Multiple 압축 시 가치 하락 폭이 크다는 약점도 있다.
3. 정책·규제 변수: ‘바젤 IV’와 미국 대선
1) FSOC·SEC Private Funds Rule
미 재무부 산하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는 2024년 사모 대출 스트레스 지표 의무 보고 권고안을 발표했다. SEC도 사모펀드 비용·성과 공시 강화 규정을 2026년까지 단계 시행할 예정이지만, ‘소송→시행 지연’ 시나리오가 여전히 유효하다.
2) 연준·FDIC 유동성 백스톱 논쟁
일각에서는 사모 대출 시장 충격이 은행 대손충당금·후순위채 가치 훼손을 통해 전통 금융권으로 파급될 수 있다
며 TALF 2.0 같은 유동성 창구 재가동 가능성을 제기한다. 반면 매파 진영은 ‘도덕적 해이’ 악순환 차단
을 이유로 선을 긋는다.
3) 대선 결과와 세제 정책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 시 자본소득세·유동성 규제 완화가 예상되며, 이는 단기적으로 사모 대출 자금 유입을 가속할 수 있다. 반대로 민주당 재집권 시 FSOC 권고안이 법제화될 확률이 커진다.
4. 시나리오 분석—2026~2030
시나리오 | 금리·경제 | 사모 대출 AUM | 부실률 | 거시 파급 |
---|---|---|---|---|
①Soft Landing | Fed policy rate 3.5%→2.5% | 2.1조$ | 3.5% | 안정적, 은행 노출 제한 |
②Slow Contagion | 고금리(4.5%) 장기화 | 1.9조$ (성장 둔화) | 6.8% | BDC·리테일 ETF 변동성 급등 |
③Systemic Flare-up | 정책 오류→경착륙 | 1.5조$ (역성장) | 11.2% | 파이어세일·CLO 스프레드 급등, CRE 연동 부실 |
*부실률=60일+ 연체 및 구조조정 비중
필자는 ‘Slow Contagion’ 확률을 55%로 본다. 이는 ①‘장기 고금리’+②‘언더라이팅 약화’+③‘리테일 자금 유입 확대’라는 세 요인이 양적 완화기의 거품을 서서히 깨뜨리는 경로다.
5. 투자·정책 제언
1) 시장 참가자
- 보험·연기금: 변동금리 비중을 60%→40%로 축소, 듀레이션 갭 완화.
- 은행: 사모 대출 익스포저를 RBC(위험가중자본) 150% 가중으로 내부 모형 재설정.
- 리테일 ETF 운용사: 일일 순자산가치(NAV) 변동폭 ±3% 이상 시 스윙 프라이싱 적용.
2) 정책 당국
- FSOC 권고를 법제화해 대출 포트폴리오-레버리지-PIK 비중 통합 공시 도입.
- 섀도뱅킹 부문에도 역동적 스트레스 테스트(Scenario Design) 접목.
- BDC·ETF 리테일 상품에 ‘유동성 미스매치’ 라벨 의무화.
3) 투자 아이디어
사모 대출 부실 확산 시 CDS 인덱스 iTraxx Crossover 롱·국채 2s10s 스티프너 스프레드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 반대로 소프트랜딩 시나리오에서는 BBB IG 채권·중형 은행 PFD(우선주) 롱 리스크-온 트레이드가 수익률 극대화에 적합하다.
6. 맺음말
사모 대출은 “은행을 닮은 채 은행이 되지 않으려는 자”라는 역설적 존재다. 지난 10년간 저금리·규제 차익·패시브 자금 유입 3박자를 타고 ‘거대한 그늘(Shadow)’을 만들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도한 공포도, 무책임한 낙관도 아닌 투명성 제고·완충자본 확충·리테일 보호라는 세 가지 실사구시(實事求是) 조치다.
금융 역사에서 위기는 대체로 ‘숨은 부채’와 ‘유동성 오판’이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했다. 사모 대출 시장이 그 교차점이 되지 않도록, 느린 전염은 빠른 진단으로만 방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