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세계 2위 금 생산업체인 배릭 골드(Barrick Gold Corp.)의 마크 브리스토(Mark Bristow)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정부의 금괴(bar) 관세 부과 여부에 대해 “업계는 백악관의 명확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채굴업체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8월 1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세관국경보호청(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CBP)이 지난 9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시한 판결문에서 “미국에서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금괴를 국가별(원산지) 차등 관세 대상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해석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어 백악관 관계자는 로이터에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대통령 행정명령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됐다.
이 같은 관세 논란은 전 세계 귀금속 물류 흐름을 뒤흔들며 11일 금 현물 가격을 하루 만에 2.4% 하락시켰다. 브리스토 CEO는 인터뷰에서 “
“현재로서는 모두가 추측만 하고 있다. 공식 입장이 나와야 상황을 평가할 수 있다.”
며 차분히 대응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프라이스 테이커(Price Taker)’란 무엇인가?
채굴사는 통상 국제 시세(런던 금속거래소·COMEX 등)로 결정된 가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구조다. 이를 ‘프라이스 테이커’라고 부른다. 브리스토는 “관세가 금 현물 시세를 끌어올린다면 채굴사는 추가 비용 없이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분기 실적 “금 가격 상승 덕에 시장 기대치 상회”
같은 날 발표된 배릭 골드의 2025년 2분기 순이익은 애널리스트 컨센서스(Refinitiv 기준)를 상회했다. 금값 상승이 말리(Mali) 등 일부 지역 생산 차질을 만회한 결과다. 특히 말리 루올루-군코토(Loulo-Gounkoto) 광산에서는 말리 군사정부와의 갈등으로 올 1월 중순 수출이 전면 중단됐고, 일부 임원이 구금되면서 생산량이 급감했다.
로이터는 지난달 말리군 헬리콥터가 루올루-군코토 단지에서 금괴를 공수했다는 사실도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지 법원이 임명한 관리자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괴 매각을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브리스토 CEO는 “현재 단계에서 제3자에 루올루-군코토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배릭 골드는 광산 통제권 상실에 따라 이번 분기 재무제표에 10억3천만 달러(약 1조3,600억 원)의 손상차손(impairment)을 반영했다.
시장의 시각과 향후 변수
전문가들은 미국이 실제로 금괴 관세를 도입할 경우 “금의 실질 공급 차질보다 심리적 요인이 가격 변동을 주도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경로, 중국·인도 등 주요 실물 수요국의 소비 동향 역시 금값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관세 이슈를 “단기 변동성 유발 이벤트”로 규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미·중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 확대 기조가 금 가격의 하방을 지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 규모는 200톤을 넘어섰다.
로이터가 집계한 컨센서스에서는 금 가격이 향후 12개월간 온스당 평균 2,2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미 정부의 정확한 관세 정책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순간적인 급등·급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도 이어진다.
배릭 골드를 포함한 글로벌 금광업체 주가 역시 관세 진통 속에서 변동성이 확대됐다. 11일 뉴욕증시에서 배릭 주가는 2.1% 하락 마감했으나,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8%가량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종합
결국 관세 여부가 금 시장의 중장기 흐름을 결정짓기보다는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업계 인사들은 “
“관세 부과가 실현되더라도 최종 수요국은 여전히 금을 찾을 것이며, 채굴사는 변함없이 금을 캐낼 것”
이라며 파장을 축소 평가하는 분위기다. 백악관이 예고한 행정명령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얼마나 해소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