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격 급락 속 변동성 확대… 엔화 강세·파운드 약세

뉴욕·런던발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달러 대비 강세로 돌아선 반면, 영국 파운드화는 예상치를 밑돈 물가 지표 여파로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2025년 10월 22일,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8%로 경제학자 컨센서스와 영란은행(BoE)의 예상을 모두 하회하면서 파운드는 장중 달러 대비 최대 0.5% 하락했다. 이후 낙폭을 다소 만회했지만 뉴욕장 마감 무렵에도 전일 대비 0.17% 내린 1.335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ING의 외환 애널리스트 프란체스코 페솔레는 “최근 BoE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신호를 보내온 근거는 인플레이션이 시장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가정이었다”면서 “그러나 이번 수치는 그런 가정을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BoE가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을 75%로 반영하고 있다. 물가 지표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같은 확률은 46% 수준이었다. 골드만삭스는 리서치 노트에서 “이번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된다는 의미 있는 신호”라며 “BoE가 내년 2월 회의가 아닌 더 이른 시점에 금리를 인하할 위험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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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일본 정책 동향

달러/엔 환율은 151.865엔으로 0.05% 하락(엔화 강세)했다. 전날 엔화는 1주일 만에 최저치를 찍은 뒤 반등했는데, 이는 새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13조9천억 엔(약 921억 달러)을 웃도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였다.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엔화는 한 달 새 2.5% 가량 절하돼, 7월 이후 가장 큰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페솔레 애널리스트는 “다카이치 총리는 당분간 시장을 진정시키려는 태도를 보이며 엔화 약세를 더 부추기지 않으려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완화적 재정·통화 정책의 강력한 옹호론자로 알려져 있으나, 전날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의 구체적인 결정은 일본은행(BoJ)에 달려 있다”고 선을 그었다.

새 재무장관 가타야마 사츠키도 “재정·통화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정부와 BoJ 간의 긴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oJ는 10월 30일 통화정책회의를 예정하고 있는데, 선물시장은 20% 확률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0.75%%로 끌어올릴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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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인덱스·미국 통화정책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을 가늠하는 달러 인덱스(DXY)는 사흘 연속 상승세를 멈추고 98.932로 0.044% 하락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민주당 지도부의 회담 요청을 거부하며 3주째 계속된 연방정부 셧다운 종료 전까지 만남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 같은 정치적 교착 상태는 10월 29일 열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통화정책회의의 부담 요소로 거론된다. 그럼에도 로이터가 경제학자 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Fed는 이번 회의와 12월 회의에서 각각 25bp(0.25%포인트)씩 두 차례 추가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여전히 예상된다.

LSEG 집계 Fed 펀드 선물 가격은 다음 주 25bp 인하 확률을 97%로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bp(베이시스포인트)’는 0.01%p를 의미하는 금융시장 용어다.


유로 및 기타 통화

유로/달러 환율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즉각 휴전을 거부하면서 트럼프-푸틴 정상회담이 연기된 가운데 0.03% 오른 1.16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국제 금 가격은 급락세를 보이며 전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했다. 통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이 현금화 수요를 늘리거나 포트폴리오 위험관리 차원에서 특정 통화(예: 엔화)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이날 엔화 강세와 금 약세의 동조화가 주목을 받았다.

용어 해설
달러 인덱스(DXY): 달러 가치를 6개 주요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대비 가중 평균한 지표로, 100 이상이면 달러 강세로 해석한다.
베이시스포인트(bp): 금리 변동 폭을 나타내는 최소 단위로 1bp=0.01%p다.
Fed 펀드 선물: 시장이 예상하는 미국 기준금리(연방기금 금리)의 향후 수준을 가격에 반영하는 파생상품이다.

시장 전망 및 분석
영국 물가 서프라이즈가 통화긴축 전망을 뒤흔들면서 파운드가 다시 한 번 약세 방향성을 확인했다. 반면 일본에선 재정 확장 기대가 커지기는 했으나 총리·재무장관이 잇달아 시장안정 발언을 내놓으며 엔화 낙폭이 일부 회복됐다. 미국의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 기대가 견고해 달러 강세 피로감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향후 주요 변수는 10월 말 BoJ, Fed의 연쇄 회의 결과와, 영국 11월 물가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