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브자트 데브라노글루와 에즈기 에르코윤 기자 보도: 금(금괴·금화)에 대한 애호가가 많은 터키인들이 지난 1년 동안 약 $3000억의 부(富) 증가를 경험했다. 세계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터키의 금 보유액 가치가 급등해 터키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절반 수준에 달했기 때문이다.
2026년 2월 27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금값이 작년 여름 이후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터키의 금 비축 총액은 $7,500억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는 터키의 명목 국내총생산이 약 $1.565조임을 고려할 때 국제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중앙은행은 이 중 약 $6,000억이 가정과 기업의 은행권 밖 보유, 통상적으로 터키에서 ‘매트리스 밑’ 또는 ‘베개 밑'(under‑the‑mattress 또는 under‑the‑pillow)로 불리는 형태로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는 터키에서 금이 안전하고 휴대 가능한 실물 자산 저장 수단으로 오랫동안 선호돼 온 전통을 반영한다.
세계 금값이 오름세를 보인 지난 1년 동안 금화, 팔찌, 기타 소장품 등 실물 금의 가치가 두 배로 뛴 결과, 가계의 소비 여력이 강화되면서 연간 물가 상승률이 30%를 넘는 상황에서도 지출이 지속됐다. 경제학자들과 터키 중앙은행은 이 같은 현상이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안정화)의 경로를 복잡하게 만들고,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둔화시켰다고 지적한다.
금 보유 확대와 소비 심리
금값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무역 교란과 지정학적 불안정성에 영향을 받아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지난달 금 시세는 온스당 $5,000까지 치솟았다. 터키인들에게 이번 글로벌 금값 상승은 거의 10년에 걸친 인플레이션과 통화 위기로 인해 소득과 저축이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일종의 숨통을 트여준 셈이다.
이스탄불의 한 금은방에서 현금으로 금 1그램을 산 21세의 에어컨 기술자 푸르칸(Furkan)은 “나는 1년째 실물 금에 투자하고 있다. 저축할 때마다 한 조각씩 사왔다“고 말하면서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믿는다. 차를 사는 것이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 인용문은 가계가 금 보유를 통해 실현된 자산 가치 상승을 소비로 연결하는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터키는 인도, 독일, 베트남과 함께 가계의 금 보유 비율이 높은 국가에 속한다. 결혼식 등의 경조사에서 금을 선물로 주고받고 세대를 넘어 물려주는 관습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어 금은 인플레이션과 리라 가치 하락에 대한 헤지(hedge)가 되며, 이슬람 전통에서는 이자가 붙는 은행 예금보다 금과 같은 실물 자산이 허용되는 투자 수단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중앙은행과 은행권의 금 보유 현황
중앙은행은 또한 가계·기업이 외부에서 보유하는 금 외에 은행 예금과 투자펀드에 보관된 약 $800억의 금이 있고, 중앙은행 자신이 보유한 금 준비고가 약 $800억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 금 비축은 약 $7600억(기사 표의 합계 기준 $760억로 표기된 점을 본문 수치와 맞추어 설명함)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명목 GDP 대비 금 보유 비율을 약 48.5%로 만든다.
용어 설명: ‘매트리스 밑'(under‑the‑mattress)과 ‘부(wealth) 효과’
금이 은행 시스템 밖에서 가정이나 개인이 직접 보관하는 형태를 영어 관용어로 under‑the‑mattress라고 표현한다. 이는 비공식적 보관을 의미하며, 터키에서는 실물 금을 집에 보관하거나 소액 상인에게 맡기는 관행이 일반적이다. 한편 중앙은행이 언급한 “부(wealth) 효과”는 자산 가치의 상승이 소비를 촉진하는 경제학적 메커니즘을 뜻한다. 자산 가격이 오르면 보유자의 소비 성향이 높아져 총수요가 증가하고 이는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주택가격과 지역별 영향
중앙은행은 최근 블로그 게시물에서 2023년 4분기 이후 글로벌 금값이 오르기 시작한 시점부터 금 보유 비중이 높은 지방에서 주택가격 상승폭이 더 컸다고 지적했다. 이는 가계가 금 관련 자산을 처분하거나 금으로 형성된 부의 효과를 활용해 주택을 구매할 때 신용에 의존하지 않고도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앙은행은 이러한 현상을 “신용에 의존하지 않는 구매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강하게 유지된다”며 부(wealth) 효과의 명확한 신호로 규정했다.
금리 정책과 인플레이션 전망
터키 중앙은행은 금값 상승과 그에 따른 국내 수요 강세를 감안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1월에 기준금리를 시장 기대보다 적은 폭인 100bp(1%포인트) 인하해 37%로 조정했다. 같은 기간 월간 소비자물가는 거의 5% 상승했으며 중앙은행은 연말 물가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한편 금 가격은 1월 한 달 동안만도 거의 25% 급등했으며, 이 기간에 터키 내에서 발생한 부(wealth) 효과 규모는 약 $800억에 달했다. 이는 연간으로 집계했을 때 약 $3,000억에 이르는 부가 가계와 기업의 자산가치를 끌어올린 셈이다.
소매업자 관찰: 판매에서 구매로의 전환
이스탄불의 금상점 주인 아심 구르셀(Asim Gursel)은 지난 1년 동안 고객들이 금을 팔아 자동차나 첫 주택을 구매하는 사례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는 과거 고객들이 주택을 팔아 금을 사들이던 관행과는 반대되는 흐름이다. 이러한 변화는 금 보유의 가격 상승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고 있음을 현장 수준에서 보여준다.
향후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금값의 추가 상승은 터키 경제에 양면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한편으로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금 보유 가치의 상승을 통해 회복되면서 단기 소비가 확대될 수 있다. 이는 경제 활동을 촉진하고 경기 회복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강한 내수 수요가 지속되면 디스인플레이션 경로가 훼손되어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완화를 서두르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결과적으로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거나 필요시 금리를 다시 인상하는 등 보다 신중한 접근을 취할 가능성이 커진다.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금 보유에 따른 소비 확대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과 실물 자산의 안전자산 기능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만약 글로벌 금값이 하락하면 금 보유로 인한 부(wealth) 효과가 축소되어 수요가 감소할 수 있으며, 이는 단기적으로는 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금값이 추가 상승할 경우, 정책당국은 금융 조건의 긴축을 통해 수요를 억제하려 할 것이다. 특히 주택시장과 지역별 자산 가격의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지역별 또는 수요관리적 조치가 검토될 수 있다.
마무리
요약하면, 국제 금값의 급등은 터키 가계의 자산 가치를 크게 끌어올려 소비를 촉진하는 동시에,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터키의 금 보유 비중이 GDP 대비 매우 높은 상황에서 금 가격 변동은 통화정책, 주택시장, 가계 소비 패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중앙은행의 정책 스탠스와 금값의 국제적 흐름이 물가와 성장 경로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