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은이 연말 랠리로 급등하며 역사적 수준에 근접했다. 12월 중순을 지나며 투자자들의 경기·통화정책 기대 변화와 지정학적 불안이 결합되면서 귀금속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25년 12월 23일, 로이터(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현물 금은 온스당 최고 4,497.55달러까지 거래됐다고 전했다. 현물 은은 최고 69.98달러로 사상 최고치 부근에 머물렀다. 이 같은 가격 수준은 연초 대비 상당한 상승을 의미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연말에 귀금속이 기록적 가격을 경신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연휴를 수익 실현의 계기로 삼지 않은 점이 가장 큰 시사점”이라고 미쓰비시(Mitsubishi)의 애널리스트들이 진단했다.
거시·지정학적 요인
올해 금값은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와 달러 약세에 힘입어 여러 차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연준(Federal Reserve)의 추가 완화와 글로벌 성장 개선으로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면서 금에 대한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2025년 한 해 달러는 거의 10% 하락해 8년 만에 최악의 해 경로에 놓였다.
금융사 골드만삭스는 2026년 12월에 금 가격이 온스당 4,9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OANDA 산하 MarketPulse의 애널리스트 자인 바우다(Zain Vawda)는 “최근의 물가와 고용 지표 이후 금리 인하 베팅이 강화되며 귀금속 수요를 촉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전자산 수요도 강하다. 중동의 긴장 상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 합의 불확실성, 최근 미국의 베네수엘라 유조선에 대한 조치 등 지정학적 불안 요소들이 지속되며 금과 은에 대한 피난처 수요를 지지한다.
ETF 유입·중앙은행 매수 추세
분석가들은 중앙은행의 금 매수와 강력한 투자 수요가 2026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컨설팅업체 메탈스포커스(Metals Focus)의 매니징디렉터 필립 뉴먼(Philip Newman)은 중앙은행들이 2025년에 약 850톤의 금을 매입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24년의 1,089톤보다는 감소한 수치이나, 그는 “절대적 관점에서 여전히 매우 건전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물리적 금을 기초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2020년 이후 최대 유입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금협의회(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올해 지금까지 약 820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돼 이는 금으로 환산하면 약 749톤에 해당한다.
한편 보석용 수요는 높은 가격 압박으로 약화되고 있다. 메탈스포커스는 인도의 보석 소비가 1~9월에 전년 대비 26% 감소한 291톤으로 집계됐으며 4분기도 부진할 것으로 보여 약세가 2026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금괴·주화 형태의 소매 투자 수요는 기록적 가격과 강세 전망 속에서 증가해 같은 기간 인도에서 13% 늘어난 198톤을 기록했다.
은(銀)의 초고속 상승과 특징
현물 은은 올해 들어 140% 이상 급등해 금의 상승률(70% 이상)을 크게 상회했다. 이러한 급등은 투자 수요의 강세, 미국의 중요한 광물 목록(critical minerals list)에 은이 포함된 점, 그리고 모멘텀 기반 매수세가 결합된 결과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애널리스트 수키 쿠퍼(Suki Cooper)는 은 관련 상장지수상품의 순유입이 이미 4,000톤을 넘었다고 언급했다.
Mitsubishi 애널리스트들은 “모멘텀과 펀더멘털이 추가 상승을 지지하지만 포지셔닝 과열과 연말 유동성 부족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실질금리가 낮고 물리적 공급이 타이트한 한 트레이더들은 조정 시 매수를 시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술적 관점에서 은은 이미 과매수 상태라는 지적이 있다. 현재 금 한 온스를 사기 위해 필요한 은의 양은 약 64온스로, 4월의 105온스에서 크게 축소됐다. StoneX의 애널리스트 로나 오코넬(Rhona O’Connell)은 “금-은 비율을 이용한 트레이딩이 분명히 있을 것이나, 열기가 사그라들면 금과 은의 성과는 분리되고 은은 상대적 저조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용어 설명
물리적 백업(physically-backed) ETF는 해당 금속을 실제로 보유하는 ETF를 말한다. 이러한 상품은 투자자가 간접적으로 금이나 은의 실물을 보유하지 않고도 가격 변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구조이다. 금-은 비율(gold-silver ratio)은 금 한 단위(온스)를 구매하기 위해 필요한 은의 온스 수를 나타내는 지표로, 역사적으로 귀금속 간 상대가치를 판단하는 데 사용된다.
향후 전망과 시장 영향 분석
시장 구조상 금과 은의 추가 상승 여지는 존재하나 단기적 변동성은 커질 가능성이 크다. 주요 변수로는 연준의 금리 정책 전환 시점과 속도, 달러 지수의 흐름, 지정학적 리스크의 지속 여부, 그리고 중앙은행의 매수 지속성 등이 있다. 금리 인하가 현실화하면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뺀 수치) 하락으로 귀금속 수요가 늘어나는 전형적 경로가 강화된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재가속화하거나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돼 조정이 올 수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단기 트레이딩 수요와 장기적 비중 확대로 포지션이 엇갈릴 수 있다. ETF 자금 유입과 중앙은행 매수는 가격 지지 요인이지만, 보석 수요의 약화와 공급 측의 특수성(은의 산업적 수요, 금의 재고 및 채굴량 등)은 향후 가격 경로에 혼재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은은 산업용 수요와 투자 수요가 동시에 작용하므로 가격 변동성이 금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
종합하면, 연준 정책 완화 기대, 달러 약세, 중앙은행 및 ETF의 강력한 수요가 귀금속 상승의 구조적 배경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포지셔닝 과열과 연말 유동성 부족은 단기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리스크 관리와 포지션 분산을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기자: Sherin Elizabeth Varghese, Ishaan Arora / 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