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발(Reuters) ─ 미국 초대형 기술기업들이 발표할 인공지능(AI) 관련 설비투자(Capex) 계획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S&P 500 지수의 AI 랠리를 흔들 잠재적 변수로 부상했다.
2025년 10월 2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AI 비즈니스 인프라 구축을 위해 투입되는 막대한 자본 지출은 2022년 11월 ChatGPT 출시 후 증시를 견인해 온 핵심 동력으로 평가된다. S&P 500은 올해 들어 약 17% 상승했고, 3년 전 강세장이 시작된 이후 90%나 뛰었다. 투자자들은 25년 전 닷컴 버블과의 유사성을 경계하며 작은 흔들림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엔비디아(Nvidia)를 필두로 한 AI 대표 종목들이 랠리를 주도해 왔다. 특히 엔비디아는 시장 선도적 AI 칩과 폭발적 주가 상승을 바탕으로 시가총액 5조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며 세계 최대 기업으로 등극했다. 이러한 열풍 속에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알파벳(Alphabet·구글 모기업), 메타 플랫폼스(Meta), 아마존(Amazon) 등 ‘빅테크 4대 기업’의 대규모 투자는 AI 산업 성장의 견인차이자 테마에 대한 강한 신뢰의 표시로 해석된다.
투자 지속 여부가 AI 테마의 바로미터
F/m 인베스트먼트의 시니어 포트폴리오 매니저 돈 네스빗은 “이들 기업이 AI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를 유지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투자가 둔화되면 AI 테마 전반에 경고등이 켜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아마존, 오라클(Oracle) 등 5개 기업의 연간 Capex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2배로 늘어 2,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2027년에는 약 5,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월가는 분기 실적 발표에서 투자 규모, 현금흐름 대비 지출 비중, 예상 수익률 등에 관한 경영진의 발언을 샅샅이 해석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메타는 수요일(현지시간) 실적을, 아마존은 목요일, 엔비디아는 11월 19일 발표한다.
다만 과거 설비투자 사이클이 과잉 설비로 귀결된 사례를 떠올리며 일부 투자자들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LPL파이낸셜의 제프 북빈더 수석 주식전략가는 “90년대 말 닷컴 버블에서 본 것처럼 ‘낭비적 Capex’가 거품 여부를 가르는 핵심 신호”라고 지적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신호가 시장을 움직인다
월가 투자자들은 현 시점에서 ‘더 많은 AI 투자’를 바라고 있다. 알파인 매크로의 닉 죠르지는 “하이퍼스케일러가 지출을 줄인다면 해당 기술의 수익화 가능성에 스스로 확신이 없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이코노미스트는 5대 하이퍼스케일러가 영업현금흐름의 60%를 Capex에 투입하고 있으며, 이는 사상 최고치라고 분석했다.
용어 설명: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란 방대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클라우드·AI 서비스를 대규모로 제공하는 기업을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엔비디아 등이 대표적이다.
글렌미드 보고서에 따르면 AI 하이퍼스케일러의 최근 자유현금흐름(FCF) 마진은 평균 15%로, 1990년대 통신사들이 광섬유 인프라 투자에 나섰을 때 기록한 3.5%보다 월등히 높다. 이는 재무 건전성이 과거 버블 당시보다 견조하다는 의미다.
글렌미드의 마이클 레이놀즈 투자전략 부사장은 “수년간 시장은 ‘에셋 라이트(asset-light)’ 모델을 선호했지만, 올해는 대규모 Capex를 집행하는 기업들이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수요 가설이 실현되는지 검증할 단계”라고 설명했다.
지출이 미치는 파급 효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는 거대한 시가총액 덕분에 주요 지수의 방향성을 좌우한다. 이들 4개사와 애플(Apple), 엔비디아, 테슬라(Tesla)는 ‘매그니피션트 세븐(Magnificent Seven)’으로 불리며 S&P 500 시가총액의 35%를 차지한다.
씨티그룹 전략가들은 S&P 500 소속 80여 개 기업(시총 비중 약 50%)이 AI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돼 있다고 추산한다.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 분석에 따르면, 28개 AI 관련 종목이 ChatGPT 출시 이후 글로벌 시가총액 증가폭 48조 달러의 약 3분의 1을 설명한다.
호라이즌 인베스트먼트 서비스의 CEO 척 칼슨은 “AI Capex는 데이터센터 구축을 견인하고, 이는 산업재·건설·유틸리티 업종까지 혜택을 주는 연쇄효과를 낳는다”며 “AI 테마는 ‘수많은 촉수’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전문적 시각 및 전망
향후 몇 분기 동안 기업들이 Capex 확대를 이어가면 서버·반도체·전력 장비 수요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금리 고점 인식과 경기 둔화 우려가 맞물릴 경우 투자가 지연되거나 축소될 수 있으며, 이는 AI 밸류체인 전반에 조정 압력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11월 19일 실적 발표는 AI 인프라에 대한 고객사의 주문 트렌드를 가늠할 결정적 이벤트로 꼽힌다. 만약 수요가 둔화 조짐을 보인다면, 현재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급격히 축소될 위험이 있다.
종합하면, 대규모 Capex 지속 여부가 AI 주도 증시 랠리의 연속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부상했다. 투자자들은 과잉 투자와 성장 둔화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이번 주 발표될 빅테크들의 재무 및 전략적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