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로이터) — 글로벌 증시의 연일 하락 속에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며, 엔화가 반등하고 미국 달러가 주요 통화 대비 보합권을 지켰다. 특히 며칠간 이어진 전 세계 주식 매도세가 심화되자, 외환시장에서 위험회피 성향이 두드러졌다.
2025년 11월 19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엔화는 전일 달러 대비 9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한 뒤 0.1% 상승세로 돌아섰으며, 달러당 155.49엔에 거래됐다. 이는 안전자산 선호가 환율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달러인덱스는 6개 주요 통화 바스켓 대비 미국 달러의 가치를 측정하는 지표로, 이날 아시아 조기 거래에서 99.594로 보합을 나타내며 1주일 최고치 부근에서 머물렀다. 동시에 미국 재무부 채권(미 국채)에는 매수세가 유입되며 안전자산 선호가 채권시장에도 확산됐다.
주식시장은 주초부터 전세계적 조정을 겪고 있다. S&P 500 지수는 4거래일 연속 하락 중이며, AI(인공지능) 관련주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미국 주가지수 선물 역시 수요일 아시아 장에서 낙폭을 확대했다.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또 다른 재료로는 미 노동부가 화요일 발표한 주간 실업수당 청구 관련 데이터가 꼽힌다. 데이터에 따르면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 사이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미국인 수가 급증했다. 이는 고용 여건 둔화 우려를 자극했다.
IG(시드니)의 시장분석가 토니 시카모어는 “10월 1일 미국 연방정부의 연방 업무 중단 이후, 미 노동부가 발표한 첫 데이터였는데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더 중요한 시험”은 지연 발표된 목요일의 9월 비농업부문 고용(Non-farm Payrolls) 지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리정책과 관련해선, 투자자들이 연방준비제도(Fed)의 완화 가능성에 대한 베팅을 소폭 상향하고 있으나, 연내 인하 시점을 둘러싸고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특히 연준 내부에서도 금리 인하를 늦출지 여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연방기금 선물 시장에서는 CME 그룹의 FedWatch 도구를 기준으로, 12월 10일 회의에서 0.25%p(25bp) 금리 인하가 단행될 암시 확률이 46.6%로 집계됐다. 이는 하루 전 42.4%에서 상승한 수치다.
리치먼드 연은의 토머스 바킨 총재는 화요일, “앞으로 나올 데이터와 현장 인터뷰가 경제의 진로를 더 명확히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동료 위원들이 고용시장 보호를 위한 인하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동결 사이에서 의견이 갈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화요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비판을 재개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당장 내보내고 싶다… 하지만 사람들이 나를 말리고 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5월에 만료될 예정이다.
또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화요일, 트럼프 대통령이 추수감사절Thanksgiving 이후 차기 연준 의장 최종 후보들을 면담한 뒤, 크리스마스 이전에 지명자를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의 자본흐름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의 미 국채 보유는 9월에 9개월 연속 증가했다. 일본은 8월 2022년 이후 최대인 1조1,890억 달러를 보유하며, 비(非)미국 국가 중 최대 보유국 지위를 유지했다.
호주달러(AUD/USD)는 초기 거래에서 0.65085달러를 기록하며 0.1% 하락했다. 이는 3분기 임금 상승률이 완만한 흐름을 유지했다는 데이터 발표 이후 나타난 반응이다. 뉴질랜드달러(NZD/USD)는 0.5659달러로 0.2% 하락했다.
유로(EUR/USD)는 1.1580달러로 거의 변동이 없었으나, 미국장에서 기록한 1주일 최저 1.1572달러에 근접해 거래됐다. 영국 파운드(GBP/USD)는 1.3148달러로 변동 없음을 기록했다.
분석과 맥락: 안전자산 선호와 외환시장 동학
이번 외환시장의 핵심은 “리스크오프(risk-off)”로 요약된다. 주식시장의 급격한 조정과 고용 지표의 불확실성이 겹치면, 통상 엔화와 미 국채 같은 전통적 안전자산에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엔화는 일본의 대외순자산 규모와 포지션 청산 흐름 등 구조적 요인으로 위기 국면에서 강세를 보이기 쉽다. 다만 최근 몇 분기 동안 엔화는 금리 차 확대와 캐리 트레이드 요인으로 약세를 겪어왔으며, 이번 반등은 전형적 위험회피 속 일시적 강세라는 점에서 지속성은 향후 데이터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달러인덱스가 99.594로 1주 최고 부근에서 보합을 유지한 점은, 달러가 동시에 ‘유동성 피난처’이자 ‘정책 기대’의 중간 지점에 서 있음을 시사한다. 연준의 12월 인하 베팅(46.6%)이 소폭 높아졌음에도 달러가 급락하지 않은 것은, 주식 조정과 채권 매수가 맞물리는 환경에서 미 달러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용 지표의 변동은 이번 국면의 변수다. 실업수당 수급자 증가는 경기 둔화 신호로 읽히지만, 데이터의 지연·불연속이 확인된 만큼, 시장은 9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제공할 방향성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고용이 예상보다 둔화한다면, 연준의 선제 인하 기대가 더 커질 수 있으며, 반대로 견조한 수치가 나온다면 정책 불확실성이 재부각될 여지가 있다.
정책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연준 내부의 견해차와 정치권의 발언은 단기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다. 바킨 총재의 언급처럼 연준 내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정책 시차와 인플레이션-고용 균형에 대한 해석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차기 의장 인선 일정 역시 시장에 심리적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실제 금리경로는 궁극적으로 데이터에 의해 좌우된다.
국채 수급 측면에서는, 일본의 미 국채 보유가 9개월 연속 증가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달러 유동성과 수익률 곡선에 구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비미국 최대 보유국의 매수세는 변동성 국면에서 금리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기 쉽다.
용어 설명
안전자산: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상대적으로 가치가 잘 보존된다고 인식되는 자산. 대표적으로 엔화, 미 국채, 금 등이 거론된다.
달러인덱스(DXY):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덴크로나, 스위스프랑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다.
연방기금 선물·CME FedWatch: 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하는 연준의 차기 회의 금리결정 확률을 파생상품 가격으로 추정해 보여주는 도구다.
베이시스 포인트(bp): 금리 단위로, 1bp = 0.01%p다. 25bp는 0.25%p 금리 변화를 뜻한다.
비농업부문 고용(NFP): 미 노동부가 매월 발표하는 핵심 고용지표로, 농업 부문을 제외한 전체 일자리 변화를 보여준다. 통상 임금·실업률과 함께 통화정책 전망을 가늠하는 데 사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