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급등세 속 옥스퍼드이코노믹스 “과속 우려… 숨은 리스크 경계”

글로벌 주식시장이 최근 몇 달 사이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영국의 경제 리서치 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는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폭이 크다“며 투자자들에게 경계심을 촉구했다.

2025년 7월 24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최신 자산배분 노트에서 “새로운 관세 부과와 연준(Fed)의 예상보다 완만한 금리 인하 속도가 경기 위험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첫 기준금리 인하를 2025년 10월로 예상하는 반면, 옥스퍼드는 12월로 늦춰 잡아 정책 기대와 실제 사이의 간극을 강조했다.

옥스퍼드는 글로벌 주식 비중을 ‘중립(neutral)’으로 하향하며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졌고, 유로존을 비롯한 주요 지역의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동 기관은 “관세의 경제적 충격을 둘러싼 안일함(complacency)이 커지고 있지만, 몇 주 안에 부정적 효과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실적 시즌: 낮은 눈높이·둔화하는 성장률

미국 기업들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예상치를 대체로 상회했지만, 옥스퍼드는 이를 “애널리스트들이 설정한 낮은 허들(low bar)”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2분기 S&P 500의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은 7%로 2023년 말 이후 가장 느린 속도를 기록했다.

“S&P 500 영업이익(EBIT) 마진은 전 분기 대비 2%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며, 이는 관세 부담이 늘어나는 가운데 기업들이 완화된 수요 속에서 비용 전가에 애를 먹고 있음을 시사한다.” — 옥스퍼드이코노믹스 보고서

EBIT 마진은 ‘세전(稅前)·이자비용 차감 전 이익’ 비율을 뜻한다. 일반 투자자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기업의 본질적인 현금 창출력과 비용 압력을 동시에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다. EPS는 ‘Earnings Per Share’의 약자로, 기업 수익성과 주주 가치 판단의 기초가 되는 지표다.

관세로 인한 마진 압박이 수 개 분기 더 지속될 것이라는 옥스퍼드의 전망은 시장 컨센서스와 대조적이다. 동 기관은 생산성 개선‘원 빅 뷰티풀 빌 법(One Big Beautiful Bill Act)’을 이유로 미국 기업의 장기 경쟁력이 유지될 것으로 봤지만,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역풍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유로존·순환주에 드리우는 그림자

유럽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분위기는 미국 대비 한층 흐리다. 예상치를 웃도는 기업 비율이 평균 이하이며, 강세 유로화가 수출기업의 매출·이익 전망치를 깎아내리고 있다. 옥스퍼드는 “독일·프랑스·이탈리아에 대한 언더웨이트(비중 축소)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최근 경기민감(순환) 섹터의 랠리도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밸류에이션이 장기 밴드 상단에 위치한 반면, 옥스퍼드는 “향후 몇 분기 경기 둔화”를 예상한다. 이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서비스·헬스케어 ‘비중 확대(Overweight)’, IT ‘중립(Neutral)’, 산업재·소재 ‘비중 축소(Underweight)’를 유지했다.

✔ 국가별 전략: 한국 비중 확대, 호주 비중 축소

국가별로는 대한민국을 ‘비중 확대’로 상향했다. 이유로는 견조한 EPS 모멘텀, 기업지배구조 개선 기대감, 다각화된 산업 구조글로벌 교역 역풍을 완화할 것이라는 점이 제시됐다. 반면 호주는 철광석 가격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상대적인 EPS 업그레이드 사이클이 둔화돼 ‘중립’으로 내려갔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지금은 랠리를 추격하기보다, 인내와 선택적 포지셔닝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동 기관은 “미국 주식의 구조적 우위를 유지하면서도, 관세와 이익 마진에 대한 안일함이 조정(디스어포인트먼트)을 촉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기자의 시각

이번 리포트는 ‘보이지 않는 관세 충격’‘지연되는 연준 완화’가 맞물리면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특히 유로존 경기 펀더멘털 약화, 순환주 고평가는 향후 한두 분기 주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반면 한국처럼 기업 구조 개선·다양한 산업 포트폴리오·첨단 기술 집중이 결합된 시장에는 중장기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관세 전가 능력과 생산성 향상을 분석하는 기업별 스크리닝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