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화정책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면서도, 주요 중앙은행(central bank)들은 금리 인하 가속 대신 ‘속도 조절’로 방향을 맞추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10월 30일(현지 시각) 25bp(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 인하를 단행했지만, 추가 인하 전망에는 선을 그으면서 시장이 기대한 ‘연속 인하’ 시나리오가 흔들리고 있다.
2025년 10월 30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연준의 이번 결정은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이 최근 회의에서 보여준 신중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특히 워싱턴 D.C.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으로 경제지표 공백이 발생하자 연준은 “시계(視界)에 안개가 끼면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제롬 파월 의장의 비유를 들어, 당분간 보다 신중한 행보를 예고했다.
같은 날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정책금리를 동결했고, 이는 주요 10개 중앙은행의 ‘보수적 완화’ 기조를 한층 또렷하게 만든다.
1. 스위스(SNB)
스위스국립은행(SNB)은 6월 기준금리를 0%로 인하한 뒤 ‘장기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개된 첫 회의록에서 SNB는 “강한 스위스 프랑을 견제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 복귀를 고려한다”는 시장의 관측을 일축했다.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 단계에서 추가 완화보다 통화가치 안정을 우선시하겠다는 판단이다.
2. 캐나다(BoC)
캐나다은행(BoC)은 미·중 무역갈등과 미국 관세로 경기 둔화 압력이 커지자 10월 30일 기준금리를 3년 만의 최저치인 2.25%로 25bp 인하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번이 마지막 인하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강력한 시그널을 발신했다. 금융시장에서는 2026년 12월까지 추가 인하 가능성을 40% 미만으로 본다.
3. 스웨덴(Riksbank)
스웨덴 리크스방크는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75%로 내린 뒤, ‘물가 상승률은 일시적’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국내 인플레이션은 고착화 양상을 보이며, 시장은 2026년까지 추가 인하 가능성을 20% 미만으로 가격에 반영했다. 이에 따라 스웨덴 크로나가 올해 달러 대비 15% 급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4. 뉴질랜드(RBNZ)
뉴질랜드 준비은행(RBNZ)은 이달 과감히 50bp를 내려 2.5%를 기록했다. 하지만 물가가 목표범위(1~3%) 상단에 머물고 있어, 11월 말 추가 인하 여부가 불확실하다. 시장은 ‘반반 확률’로 내기 중이며, 경기 부양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목표 간 균형이 관건이다.
5. 유로존(ECB)
ECB는 10월 30일 예치금리를 2%로 유지하며 세 번째 동결을 단행했다. 트레이더들은 이번 완화 사이클이 사실상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 2026년 7월 이전 추가 인하 확률을 50% 이하로 가격에 반영했다.
6. 미국(Fed)
연준은 25bp 인하 후 “데이터 공백 속 의사결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스티븐 미란(FOMC 비순회 의사)은 ‘더 큰 폭 인하’를, 제프리 쉬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동결’ 의견을 각각 제시하며 매파·비둘기파 간 균열을 드러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추가 25bp 인하 확률은 70%로, 결정 전 84%에서 후퇴했다.
7. 영국(BoE)
영란은행(BoE)은 최근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며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여전히 높다”고 강조했다. 11월 6일 회의에서도 동결 전망이 우세하지만, 12월에는 60% 확률로 한 차례 인하 가능성이 가격에 반영됐다. 9월 소비자물가가 목표치(2%)를 넘어선 영향이다.
8. 호주(RBA)
호주중앙은행(RBA)은 올해 2월 이후 총 75bp를 인하했지만, 9월 예상보다 뜨거운 물가 지표가 나오면서 스탠스를 매파 쪽으로 틀었다. 현재 시장은 2026년 2월 이후에야 추가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9. 노르웨이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9월 25bp 인하(4.0%)를 단행했으나, “기저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추가 완화는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크로네화는 올해 달러 대비 12% 올랐다.
10. 일본(BOJ)
유일하게 ‘인상 모드’인 일본은행은 10월 30일 금리를 동결했지만, “경제가 예상대로 움직이면 점진적 인상을 지속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발표 직후 엔화는 약세를 보였다. 미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엔화 약세 심화를 막기 위해 BOJ가 속도감 있게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용어 풀이
• 베이시스포인트(bp): 0.01%포인트 단위를 의미, 금리 인상·인하 폭을 정밀하게 표현할 때 사용된다.
• 셧다운(shutdown):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안 통과 실패로 일부 공공기관이 일시 업무 중단에 들어가는 상황.
• 매파·비둘기파: 중앙은행 내에서 각각 긴축 선호·완화 선호 성향을 가리키는 은어.
전문가 시각으로 볼 때, 주요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vs 경기부양’이라는 두 축을 조율하며, 초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가 여전히 우세하다. 때문에 글로벌 유동성 환경은 하반기부터 완화 폭이 줄어들고, 국채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투자자라면 크로스보더 자금 흐름과 달러 강세 둔화 여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 시장 참가자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