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동반 상승하며 10월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1.5주 만에, 10월물 RBOB 휘발유는 2.5주 만에 각각 고점을 갱신했다.
2025년 8월 2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물 WTI는 전일 대비 0.34달러(0.54%) 올랐고, 10월물 RBOB 휘발유 계약도 0.0224달러(1.14%) 상승했다.
가격 상승의 직접적 배경은 20일 발표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원유와 휘발유 재고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한 사실이 확인된 점과, 같은 기간 발표된 글로벌 제조업 지표가 시장 기대를 웃돌며 석유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한 데 있다. 그러나 달러화 지수(DXY)가 1주 최고치로 반등하면서 달러 표시 원자재 가격의 추가 상승 여력은 일부 억제됐다.
제조업 회복세가 수요 전망을 지지
미국의 8월 S&P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 대비 4.5포인트 급등한 53.3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49.7)를 크게 상회했다. 이는 3년 만에 가장 빠른 확장 속도다. 유로존 역시 8월 PMI가 0.7포인트 오른 50.5를 기록, 예상치(49.5)를 넘어섰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수축을 가늠하는 선행지표다. 제조업 활동이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이, 50을 밑돌면 위축이 진행된다는 의미다. 지수가 50선을 상회한 것은 글로벌 산업 생산 회복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이에 따라 에너지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WTI·RBOB란 무엇인가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세계 원유 벤치마크 중 하나로, 미국 텍사스·오클라호마 지역에서 생산되는 경질유를 의미한다.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는 북미에서 거래되는 휘발유 선물의 기준 상품이다. 이들 선물 가격은 미국과 글로벌 석유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된다.
지정학 리스크와 공급 변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대한 불확실성도 유가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는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에는 러시아의 목소리가 필수적이며 일방적 보장은 무의미하다”고 언급해 제재 완화가 조기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강화했다.
반면 OPEC+의 증산 움직임은 하방 압력 요인이다. OPEC+는 8월 2일 회의에서 9월 1일부터 일일 54만7,000배럴 추가 증산을 승인했다. 이는 2026년 9월까지 220만 배럴의 감산분을 단계적으로 복원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다. 7월 OPEC 원유 생산량은 전월보다 2만 배럴 감소한 2,831만 배럴로 집계됐다.
수송·저장 지표
시장조사기관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8월 15일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원유 운반선에 보관된 재고는 전주 대비 12% 감소한 8,249만 배럴을 기록했다.
같은 날 발표된 EIA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8월 15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5.6%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휘발유 재고는 평균 대비 0.7% 낮았고, 난방유·경유를 포함한 중간유 재고는 13%나 부족했다. 주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1,338만2,000배럴로 사상 최고치였던 2024년 12월 첫째 주 1,363만1,000배럴에 근접했다.
베이커휴즈는 8월 15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장비가 전주와 동일한 411기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2년 12월 기록한 627기 대비 34% 감소한 수치이며, 3년 9개월 만의 저점(410기)에서 사실상 횡보하는 모습이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재고 부족과 제조업 반등이라는 수급 개선 신호가 뚜렷하지만, 강달러·OPEC+ 증산·미국 생산량 증가라는 공급 확대 변수가 상존해 추세적 상승을 확신하기는 이르다. 금융시장에서 WTI 선물 가격의 핵심 지지선은 60달러, 저항선은 75달러 선으로 평가된다. 단기적으로는 PMI 발표 등 경기 선행지표가 추가로 호전될 경우 70달러 후반대 돌파를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 유지가 장기화할수록, 고硫·중질 유종을 대체할 경질유 수요가 늘어 원유 스프레드 구조에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투자자들은 단기 시세 변동보다 재고·생산·이동 지표의 방향성을 통해 중장기 전망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달러화 지수(DXY)는 유로, 엔, 파운드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달러가 강세면 달러 표시 원자재 가격은 상대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는다.
베이커휴즈 굴착기 수(리그카운트)는 미국 내 에너지 기업들이 실제로 가동 중인 시추 장비 수를 집계한 것으로, 미래 생산량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표로 간주된다.
이처럼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며 국제 유가는 단기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재고 수준·환율·OPEC+ 정책·미·러 지정학 위험 등 여러 변수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