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최초의 경구용 체중 감량제 출시 경쟁 가속화

[글로벌 제약‧바이오] 세계 주요 제약사들이 경구용(알약) 비만 치료제 출시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주사제로 판매되는 엘리 릴리(Eli Lilly)의 ‘Zepbound’와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Wegovy’로 촉발된 체중 감량 열풍은 2030년대 초까지 1,500억 달러(약 200조 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8월 1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가 판매 중인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주사제는 주 1회 투여가 필요하지만, 다수 기업은 동일 또는 유사 효능을 지닌 하루 한 번 복용 가능한 알약을 개발 중이다.

알약은 주사제 대비 생산 공정이 간단하며, 초기 ‘Zepbound’와 ‘Wegovy’에서 드러났던 공급난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엘리 릴리·노보 노디스크를 포함한 글로벌 빅파마뿐 아니라 중견 바이오텍까지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 GLP-1이란 무엇인가?

GLP-1은 식후 소장에서 분비되어 인슐린 분비 촉진, 위 배출 지연, 식욕 억제 등을 유도하는 호르몬이다. 체중 감량 효과가 탁월해 당뇨병 치료제에서 비만 치료제로 적응증이 확대됐다. 한국 투자자·소비자에게 생소할 수 있는 ‘비펩타이드(non-peptide) 경구 GLP-1’은 펩타이드 구조가 아닌 소분자 화합물 형태로, 체내 흡수율과 복용 편의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 주요 기업별 경구용 비만 치료제 개발 현황

① 엘리 릴리(Eli Lilly)
엘리 릴리의 ‘Orforglipron’하루 한 번 복용하는 비펩타이드 GLP-1 작용제다. 72주간 진행된 후기 임상(3상)에서 최고 용량 투여군이 평균 12.4% 체중 감소를 기록했다. 릴리는 2025년 말까지 미국 FDA를 비롯한 글로벌 규제 당국에 허가 신청을 제출할 계획이며, 이를 대비해 대규모 생산 설비 확충에 착수했다.

②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Oral Semaglutide’는 주사제 성분인 세마글루티드를 알약으로 전환한 제품이다. 후기 임상에서 15% 내외 체중 감소가 확인됐으며, 현재 미국 FDA 심사가 진행 중이다. 최종 결정은 2025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노보 노디스크는 차세대 경구 복합제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③ 스트럭처 테라퓨틱스(Structure Therapeutics)
비펩타이드 경구 GLP-1 작용제 ‘GSBR-1290’은 중간 단계(2상) 연구에서 12주간 평균 6.2% 체중 감소를 나타냈다. 회사는 올해 4분기 추가 중간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④ 머크(Merck)
머크는 한쏘우 파마(Hansoh Pharma)와 협력해 소분자 GLP-1 작용제 ‘HS-10535’를 개발 중이다. 현재 시험관 단계(in vitro) 연구가 진행 중이며, 향후 초기 임상(1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ECC5004’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에코진(Eccogene)이 공동 개발한 하루 한 번 복용 GLP-1 수용체 작용제다. 초기 임상에서 유의미한 체중 감소 신호우수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후기 2상을 단독으로 주도할 계획이다.

⑥ 로슈(Roche)
로슈는 카모트 테라퓨틱스(Carmot Therapeutics) 인수 이후 ‘CT-966’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초기 임상에서 비당뇨 비만 환자 대상 4주간 위약 조정 평균 6.1% 체중 감소를 달성했다.

⑦ 바이킹 테라퓨틱스(Viking Therapeutics)
바이킹은 GLP-1과 GIP(당 대사 관련 호르몬) 이중 표적 경구제 ‘VK2735’를 개발하고 있다. 280명의 과체중·비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중간 임상에서 13주 차 최고 12.2% 평균 체중 감소를 기록했다.

⑧ 화이자(Pfizer)
화이자는 당초 ‘Danuglipron’하루 두 번 복용하는 경구 GLP-1로 개발했으나, 2상에서 내약성 문제가 드러나 개발을 중단했다. 이후 하루 한 번 복용 가능하도록 방출 속도를 조절한 서방형 제제를 1,400명 규모로 시험했지만, 간 안전성 우려가 해소되지 않아 비만 시장 진입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 전문가 시각과 시장 파급력

시장 조사기관들은 경구용 비만 치료제가 출시될 경우 처방 접근성 확대, 복약 순응도 향상, 보험 급여 확대 등으로 주사제 대비 더 빠른 시장 침투가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특히 1인치 당 단가(ASP) 하락에도 불구하고 환자 풀의 기하급수적 증가매출 총액은 1,500억 달러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다만, 위장 장애·담낭 질환·췌장염GLP-1 계열 복합 부작용에 대한 규제 당국의 검토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안전성 데이터 축적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내 관련 기업 및 투자자 역시 글로벌 파트너십·CMO(위탁생산) 기회를 타진하고 있어, 향후 한국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편입 여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