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유 과잉공급 우려에 국제유가 하락…WTI·휘발유선물 약세

국제유가가 글로벌 공급 과잉 가능성에 다시 한 번 고꾸라졌다. 19일(현지시간)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코드: CLQ25)은 전일 대비 0.30% 하락한 배럴당 0.20달러 내린 66.08달러에 마감했고, 같은 달 인도분 RBOB 휘발유 선물(RBQ25)도 0.78% 떨어진 갤런당 0.0170달러 내렸다.

2025년 7월 1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하락은 이라크가 반(半)자치지역인 쿠르디스탄의 원유 수출 재개 계획을 승인하며 북부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이 곧 열릴 것이란 관측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쿠르디스탄 정부는 수출이 재개될 경우 하루 23만 배럴을 이라크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생산국인 이라크의 전체 공급량을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RBOB란 무엇인가? RBOB는 ‘Reformulated Gasoline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친환경 첨가제(산소화제) 혼합 전 단계에서 거래되는 휘발유 선물이다. 북미 정유·유통업계의 대표적인 벤치마크임에도 국내 투자자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달러 약세,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추가 제재, 그리고 미국 경기 회복세가 이날 장 초반 유가를 끌어올렸으나, 이라크발 공급 확대 전망이 이를 압도했다.”

시장 관계자 평가

EU, 러시아 에너지 부문 제재 수위 강화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대응해 러시아산 원유·정유 제품에 대한 제재를 한층 강화했다. 이번 14차 제재안에는 러시아 은행 20곳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접근 차단, 제3국에서 정제된 러시아산 석유제품의 유통 제한, 로스네프트(Rosneft) 지분이 있는 인도 대형 정유소 블랙리스트 포함,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으로 불리는 러시아계 원유 수송선 105척 추가 제재(총 400척 이상) 등이 담겼다.

EU 조치는 당장의 공급 차질보다 러시아 원유의 글로벌 유통 비용과 리스크를 높여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은 동시에 OPEC+의 증산 기조, 미국 셰일 생산 회복, 비OPEC 산유국의 생산 증가 가능성을 주목하며 공급 우위 시나리오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미국 경기지표 ‘서프라이즈’…에너지 수요 기대 키워

같은 날 발표된 미국 6월 주택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4.6% 증가한 132만1000건으로 예상치(130만 건)를 웃돌았다. 주택건축허가 건수도 0.2% 늘어난 139만7000건(시장 전망 –0.5%)을 기록했다. 소비심리를 가늠하는 미시간대 7월 소비자태도지수는 61.8로 5개월 만의 최고치였다. 이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함을 시사하며 석유·정제제품 수요를 떠받칠 가능성을 키웠다.

그럼에도 시장은 “수요보다 공급 변수의 불확실성이 더 크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OPEC+는 8월 1일부터 54만8000배럴/일의 증산을 결정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향후 유사한 폭의 추가 증산을 예고해 가격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OPEC+ ‘10월 이후 증산 중단’ 검토

블룸버그통신은 지난주 OPEC+ 내부에서 9월 증산(54만8000배럴) 이후 “10월부터 증산을 일시 중단하자”는 논의가 오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하반기 원유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늘어 2025년 4분기에는 글로벌 수요 대비 1.5% 초과 공급이 예상된다”고 경고한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이와 대조적으로, Vortexa 집계에 따르면 7월 11일 기준 7일 이상 움직이지 않은 원유 부유 재고는 전주 대비 4.6% 감소한 7803만 배럴로 집계돼 물량 부담을 다소 덜어냈다.

EIA·베이커휴스 주간 통계

7월 11일 주간 미국 원유 재고는 385만9000배럴 줄어 3주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면 휘발유 재고는 339만9000배럴, 중간유(디젤·등유) 재고는 417만3000배럴 각각 늘었다. 현재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8.0% 낮고,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21.1% 낮은 수준이다. 주간 미국 원유 생산은 0.1% 감소한 하루 1337만5000배럴로, 지난해 1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000배럴)보다는 소폭 낮다.

한편 베이커휴스에 따르면 7월 18일 기준 미국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 수는 전주 대비 2기 줄어든 422기로, 3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2년 반 동안 빠르게 감소하며 셰일 업계의 보수적 투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 분석 및 전망

기자는 복수의 시장 전문가와 애널리스트 발언을 종합해볼 때, ‘공급 증가 VS 수요 회복’의 힘겨루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 단기적으로는 이라크·카자흐스탄 등 OPEC+ 내부의 초과 생산과 러시아 우회 수출 물량이 가격의 상단을 억누를 가능성이 크다. 반면 미국·유럽의 경기 연착륙과 중국의 부양책이 맞물려 하반기 수요가 예상을 웃돌 경우 공급 과잉 우려가 완화될 여지도 있다.

주목할 만한 변수
① 8월 중 예정된 OPEC+ 장관회의에서 ‘증산 일시 중단’이 공식화될지 여부
② 미국 재무부의 러시아 원유 가격상한제(price cap) 강화 조치
③ 미국 허리케인 시즌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 차질 가능성

결론적으로, 장기 투자자라면 단기 가격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기보다 OPEC+의 정책 방향, 미국 재고·시추기 동향, 글로벌 경기지표를 복합적으로 관망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판단의 책임은 독자에게 있음을 알려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