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휘발유 시세] 1일(현지시간) 9월물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1.83달러(-2.64%) 하락했다. 같은 만기 RBOB(레폼드 블렌디드 옥탄 부스트) 휘발유 선물도 -0.0646달러(-2.97%) 떨어졌다.
2025년 8월 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 및 에너지 수요 위축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매도세를 강화했다. S&P 500 지수가 2주 만의 최저치로 밀려난 점도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해 원유 수요 전망을 악화시켰다.
전일 늦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무역수지 흑자국에 대해 최소 15% 관세(글로벌 최저세 10%)를 8월 7일 0시부터 부과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보호무역 강화는 세계 교역량 축소 → 제조업 활동 위축 → 에너지 소비 감소라는 경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7월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은 7만3천 명 증가에 그쳤고, ISM 제조업지수도 48.0으로 떨어져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 노동부와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지표가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돌면서 미국 내 석유·석유화학 제품 수요 둔화 우려가 부각됐다.
◇ WTI·RBOB란 무엇인가
WTI는 미국 텍사스주 쿠싱(Cushing)에서 인도되는 중질유로, 국제 원유시장의 벤치마크 가격으로 활용된다. RBOB는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 동부 연안(PADD 1)에서 거래되는 휘발유 선물 기준물이다.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두 상품 모두 미국 내 소비·재고 변화와 직결돼 글로벌 정제마진과 유통가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 지정학 변수: 러시아·우크라이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10일 이내에 우크라이나와 휴전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경고했다. JP모건체이스는 “러시아산 원유에 세 자릿수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제한적인 OPEC+ 여유 생산능력을 고려하면 공급 충격을 피해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EU 역시 7월 중순 러시아 석유에 대한 새로운 제재 패키지를 통과시켰다. 이번 패키지에는 러시아 정유 제품을 수입·재수출하는 제3국들에 대한 제한,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20개 러시아 은행 추가 배제, 그리고 ‘섀도 플릿(shadow fleet)’으로 불리는 러시아 우회 선박 105척 추가 지정이 포함됐다. 이로써 제재 대상 선박은 400척을 넘어섰다.
◇ OPEC+ 생산정책 및 재고 동향
블룸버그는 7월 10일 “OPEC+가 9월 54만8천 배럴(bpd) 증산 이후 10월부터 증산 중단(pause)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1분기부터 전 세계 재고가 하루평균 100만 배럴씩 쌓이고 있으며, 2025년 4분기에는 수요 대비 1.5% 초과 공급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OPEC+는 7월 5일 회의에서 8월 1일부터 54만8천 bpd 증산을 결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카자흐스탄·이라크 등 초과 증산국을 견제하기 위해 연속적인 유사 규모 증산이 뒤따를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공급 과잉 및 가격 하락 압력으로 해석된다.
6월 OPEC+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36만 bpd 증가한 2,810만 bpd로 1년 반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 이라크·쿠르디스탄 파이프라인 이슈
3월 2023년 이래 가동이 중단됐던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의 재개 움직임도 유가를 짓눌렀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쿠르디스탄 자치정부(KRG)의 23만 bpd 수출 재개 계획을 승인했다. 이라크는 OPEC 내 두 번째 산유국으로, 실제 수출이 재개될 경우 시장에 적지 않은 물량이 풀리게 된다.
◇ 재고·시추 환경
EIA(미국 에너지정보청) 주간 보고서(7월 25일 기준)에 따르면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5.6%, 휘발유 재고는 -0.7%, 중질유(디젤 등) 재고는 -15.2% 낮은 수준이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은 1,331만4천 bpd로, 사상 최고치(2024년 12월 첫째 주 1,363만1천 bpd)에 근접했다.
다만 채굴 전망은 악화되고 있다. Baker Hughes 집계에 따르면 7월 22일 기준 미국 가동 중인 원유 시추 굴착기(리그)는 415기로,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2년 반 사이 200기 넘게 급감한 수치다.
◇ 유조선(탱커) 저장 증가
리서치업체 Vortexa는 7월 25일 주간 기준 7일 이상 정박 상태로 머무는 해상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23% 증가한 8,499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해상 저장 증가는 곧 육상 저장 공간 포화 및 수요 부진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 ISM 제조업지수란?
ISM(미 공급관리협회) 제조업지수는 50을 기준으로 확장·수축을 판단하는 선행지표다. 48.0은 제조업 활동이 9개월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산업용 연료 수요 감소의 전조로 해석된다.
◇ SWIFT·Shadow Fleet 용어 해설
- SWIFT: 전 세계 200여 개국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국제결제·통신망. 제재국 은행이 배제될 경우 국제 송금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 Shadow Fleet: 제재 대상 원유를 실어나르기 위해 선박 등록국·선사 정보를 위장하거나 AIS(자동식별장치)를 끄고 운항하는 선단을 가리킨다. EU의 추가 제재로 400척 이상이 동결됐다.
◇ 향후 전망 및 리스크
트레이더들은 1) 미·중·EU 동시 경기둔화, 2) OPEC+ 증산 지속, 3) 지정학 리스크라는 세 갈래 변수를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 만일 러시아 제재 수위가 당초 예고대로 상향되면 단기 공급쇼크가 발생할 수 있지만, 동시다발적인 경기 둔화와 재고 누적이 상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전문가 코멘트 및 면책
기사 작성자 리치 애스플런드는 해당 증권이나 파생상품에 대해 직접·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판단에 따른 손실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