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당 선물가격이 상승하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 ICE 원당 10월물(#11, 종목코드 SBV25)은 전일 대비 0.07센트(+0.43%) 오른 파운드당 16.38센트에 마감했고, 런던 ICE 백설탕 10월물(#5, 종목코드 SWV25)은 3.80달러(+0.82%) 상승한 톤당 468.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8월 5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상승은 단기 매도 포지션을 정리하려는 쇼트 커버링(short covering) 수요와 파키스탄의 수입 확대 의지가 맞물린 결과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주 10만t의 설탕을 매입한 데 이어 이번 주에도 추가로 10만t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혀 시장 심리를 끌어올렸다. 당국은 국내 설탕 가격 안정을 위해 해외 조달을 서두르고 있다.
참고로, ‘쇼트 커버링’은 하락을 예상하고 매도(숏) 포지션을 잡은 투자자가 손실을 줄이거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되사들이는 행위를 말한다. 해당 과정에서 매수 물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단기적으로 급등할 수 있다.
브라질 공급 증가는 여전히 하방 압력이다. 7월 31일~8월 1일 주간 뉴욕 원당은 1.5주 만에, 런던 백설탕은 4주 만에 각각 저점을 갱신했다.
브라질 사탕수수산업협회(UNICA)는 7월 상반월 중남부(Center-South) 지역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15% 증가한 340만t에 달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설탕수수 압착분 중 설탕 비중은 54%로 전년 동기의 50%에서 확대됐다. 이는 에탄올보다 수익성이 높은 설탕 생산에 집중한 결과다.
시장조사기관 다타그로(Datagro)도 “건조한 날씨가 수확·압착 여건을 개선했으며, 제당소들이 에탄올보다 설탕에 배분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브라질발 공급 증가가 가격의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도 수출 재개 가능성도 공급 과잉 우려를 키운다. 블룸버그는 인도 정부가 10월 시작되는 2025/26 시즌부터 설탕 수출을 허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8월 4일 기준, 인도 기상청(IMD)은 누적 몬순 강수량이 500.8㎜로 평년 대비 4% 많다고 발표했다. 인도 설탕·바이오에너지 제조협회(ISMA)는 2025/26 시즌 200만t의 수출 허가를 요청할 계획이다.
세계 2위 생산국인 인도는 2024/25 시즌 생산이 5년 만의 최저치(2,620만t)로 감소했지만, 전국협동조합제당연맹(NFCSF)은 2025/26 시즌 생산이 19%(약 3,500만t)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확대된 파종 면적과 충분한 강우가 근거다.
최근 4개월 가격 조정으로 뉴욕 원당은 지난달 4.25년 만의 최저치, 런던 백설탕은 4년 만의 최저치를 각각 기록했다. 다만 가격 급락이 수요 반등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6월 설탕 수입은 전년 대비 1,435% 급증한 42만t을 기록했다. 코카콜라가 미국 내 음료에 사용되는 감미료를 고과당 옥수당(HFCS) 대신 사탕수수 설탕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하면서 미국 설탕 소비는 4.4% 증가한 1,150만t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내다봤다.
브라질 감산·기상 리스크도 지지 요인이다. UNICA에 따르면 2025/26 시즌 중간 집계(7월 중순 기준) 브라질 중남부 설탕 생산은 전년 대비 9.2% 감소한 1,565.5만t이다. 브라질 농업공급회사 코납(Conab)도 가뭄과 폭염으로 2024/25 시즌 생산이 3.4% 감소한 4,411.8만t이라고 밝혔다.
태국 공급 확대는 반대 요인이다. 사탕수수·설탕위원회(OCSB)는 태국 2024/25 시즌 생산이 1,000만t으로 1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태국은 세계 3위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이다.
국제설탕기구(ISO)와 USDA 전망 비교
ISO는 5월 15일 2024/25 시즌 세계 설탕 공급이 547만t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9년 만의 최대 적자 규모다.
반면 미국 농무부(USDA)는 5월 22일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 시즌 세계 생산이 4.7% 늘어난 1억 8,931.8만t, 소비는 1.4% 증가한 1억 7,792.1만t, 재고는 7.5% 늘어난 4,118.8만t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FAS(해외농업서비스)는 브라질이 4,470만t, 인도가 3,530만t, 태국이 1,030만t을 각각 생산할 것으로 예측했다.
ISO와 USDA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는 기상 변수와 국가별 정책 방향에 대한 가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ISO는 기상 리스크에 무게를 두는 반면, USDA는 작황 개선과 기술 발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향후 관전 포인트투자자 참고
① 파키스탄 추가 수입 물량과 시기
② 인도 정부의 수출 허가 여부와 정확한 규모
③ 브라질 중남부 지역의 가뭄·고온 지속 여부
④ 중국·미국 등 주요 소비국의 ‘가격 메리트’ 매수 지속성
⑤ 곡물·에너지 시장과의 상관관계(에탄올·옥수수 가격) 등이다.
기사 작성 시점 기준, 저자 리치 애스플런드는 해당 증권에 대한 직접‧간접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 기사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조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