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선물 가격이 주말에 급락했다. 미국 ICE 뉴욕 3월물 코코아(CCH26)는 금요일 -123(-2.33%) 하락 마감했고, ICE 런던 12월물 코코아 #7(CAZ25)도 -97(-2.50%) 밀렸다. 특히 런던 코코아 근월물 차트에서는 약 1년 9개월(1.75년) 만의 저점이 기록돼 약세 압력이 확인됐다.
2025년 11월 24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산림벌채 규정(EUDR) 시행 1년 연기 제안과 서아프리카 작황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가격을 누르고 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10% 상호관세 철회 발표가 추가 약세 요인으로 거론되면서, 단기 수급 균형은 공급 개선 우위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우선 EUDR(산림벌채 규정)의 1년 연기 가능성이 공급 우려를 완화했다. EUDR은 대두, 코코아 등 핵심 원자재가 유럽연합으로 수입되는 과정에서 원산국의 산림벌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규정이다. EU 회원국들은 수요일 시행을 1년 늦추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당초 12월 말로 예상됐던 이 규정의 적용이 미뤄질 경우, 아프리카·인도네시아·남미 등 일부 산림벌채 지역으로 분류되는 산지에서 농산물 수입을 계속할 수 있게 되어 공급 차질 우려가 감소한다.
서아프리카 작황 기대도 약세를 키웠다.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 농가들은 코코아 나무 생육 상태가 양호하며, 최근 건조한 날씨가 수확된 원두의 건조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가나 농가들 역시 우호적인 기상으로 코코아 꼬투리(팟)가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글로벌 초콜릿 기업 몬델레즈(Mondelez)는 최근 조사에서 서아프리카의 최신 코코아 팟 수치가 5년 평균 대비 7% 높고, 지난해보다 “유의미하게(materially)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아이보리코스트의 메인 크롭(main crop) 수확이 막 시작된 가운데, 현지 농가의 품질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가격에는 정책 변수도 작용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금요일 미국 내에서 재배되지 않는 원자재에 부과하던 10% 상호관세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는데, 여기에 코코아가 포함된다. 관세 부담이 낮아질 경우 수입 측면에서의 공급 유입이 상대적으로 원활해져 선물 가격의 추가 압박으로 작용했다.
수요 측면의 둔화도 약세를 뒷받침했다. 10월 30일, 헤르시(Hershey)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할로윈 시즌 초콜릿 판매가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2024년 미국 연간 캔디 판매에서 할로윈 비중은 약 18%로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컸다. 한편, 아시아 코코아협회는 10월 17일 3분기 아시아 코코아 그라인딩이 전년 대비 -17% 감소한 183,413톤으로, 9년 만의 최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유럽 코코아협회도 10월 16일 3분기 유럽 그라인딩이 전년 대비 -4.8% 줄어 337,353톤으로, 10년 만의 3분기 최저였다고 발표했다. 북미의 경우 전미과자협회 집계로 3분기 북미 그라인딩이 전년 대비 +3.2% 늘어난 112,784톤으로 나타났지만, 새로운 보고기관 추가로 인해 데이터가 왜곡됐다는 지적이 함께 제시됐다. 관련해 리서치업체 서카나(Circana) 데이터에 따르면, 9월 7일까지의 13주 동안 북미 초콜릿 캔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 넘게 감소했다.
다만 공급 타이트함을 지지하는 신호도 병존한다. ICE 모니터링 미국 항만 코코아 재고는 금요일 기준 173만 3,345포대로 8.25개월래 최저를 기록했다. 또한 세계 최대 산지 아이보리코스트의 수출 속도 둔화도 확인됐다. 월요일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11월 16일까지의 신규 마케팅 연도 누적 항만 선적 물량은 516,787톤으로, 전년 동기 548,494톤 대비 -5.7% 감소했다.
나이지리아(세계 5위 산지)의 감산 전망도 가격을 지지한다.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는 2025/26 연도 생산이 전년 대비 -11% 감소한 305,000톤으로, 2024/25 연도 예상치 344,000톤을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해 9월 코코아 수출은 전년과 동일한 14,511톤으로 보고됐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2023/24 글로벌 코코아 공급부족을 -494,000톤으로 60년 넘는 기간 중 최대라고 수정 발표했다. 같은 기간 세계 생산량은 전년 대비 -13.1% 감소한 438만 톤으로 추정됐고, 재고/그라인딩 비율은 27.0%로 46년래 최저를 기록했다. 다만 2024/25 연도에는 글로벌 코코아 잉여가 142,000톤으로, 4년 만의 첫 흑자(잉여)가 예상됐다. 이와 함께 2024/25 세계 생산은 전년 대비 +7.8% 증가한 484만 톤으로 제시됐다.
참고: 용어 설명과 맥락시장이해
– ICE(Intercontinental Exchange): 미국 소재의 선물·옵션 거래소로, 코코아·커피·설탕 등 소프트 상품과 에너지, 금리 등 다양한 파생상품이 거래된다.
– 근월물·네어리스트(Nearest-futures) 차트: 가장 만기가 가까운 선물 계약을 기준으로 한 가격 흐름 차트를 의미한다. 현물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 단기 수급을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 캐리오버(negative carryover): 직전 거래일(또는 이전 이벤트)에서 발생한 재료가 다음 거래일에도 가격에 부정적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뜻한다.
– 그라인딩(grindings): 코코아 원두를 가공해 버터·파우더 등으로 전환하는 분쇄·가공량을 말한다. 실수요(초콜릿·제과 생산) 흐름을 가늠하는 핵심 수요 지표다.
– 재고/그라인딩 비율(stocks-to-grindings ratio): 가용 재고를 연간 가공(소비) 규모로 나눈 지표로, 낮을수록 수급이 타이트함을 시사한다.
– 메인 크롭(main crop): 연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수확기 물량을 뜻한다. 서아프리카는 메인 크롭이 연간 공급을 좌우한다.
–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 상대국의 관세에 상응해 부과하는 관세 구조로, 특정 품목군에 일괄 적용될 수 있다. 이번 철회 대상에는 미국 내 비재배 원자재가 포함됐고 코코아도 그중 하나다.
바차트 코멘트정보
놓치지 마세요: 원유부터 커피까지, 바차트의 프리미엄 상품 분석 뉴스레터를 무료로 구독할 수 있다.
기자 해설: 공급 반등과 수요 둔화의 힘겨루기
이번 급락은 공급 측 상향 조정 기대와 수요 측 실망이 동시에 가격에 반영된 전형적 사례다. EUDR 시행 연기가 실현될 경우 유럽 수입 차질 우려가 약화되어, 단기적으로는 서아프리카·인도네시아·남미발 공급 흐름이 매끄러워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서아프리카 작황 회복 신호와 미국 관세 철회라는 정책 완화가 겹치며 공급 과잉 리스크를 시장이 선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재고/그라인딩 비율 27%와 같은 구조적 타이트함(2023/24)은 여전히 시장의 하방 경직성을 지지한다. 실제로 ICE 모니터 재고의 8.25개월 최저와 아이보리코스트 수출 둔화는 단기 공급 흐름이 매끄럽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가격 변동성은 확대될 공산이 크며, 작황 실현치(아이보리코스트·가나), 정책 일정(EUDR 최종 결정), 수요 지표(아시아·유럽 그라인딩, 북미 판매량)가 향후 방향성을 좌우할 것이다. 특히 아시아·유럽 그라인딩 부진은 실수요 약화의 초기 신호일 수 있어, 연말·연초 시즌성과 결합해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요약하면, 공급은 개선되고 수요는 둔화되는 데이터가 맞물린 가운데, 중립선은 점차 하향되고 있다. 다만 공급 개선은 예상 단계의 불확실성을 포함하며, 재고의 낮은 절대 수준과 산지 물류 리스크는 여전히 급격한 반등 가능성을 내포한다. 투자자·수급 당사자는 서아프리카 기상·병충해·물류 변수, EUDR 최종 타임라인, 할로윈·성수기 판매 데이터를 집중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공시·면책
본 기사 게재일 기준,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본문에 언급된 어떠한 증권에도(직·간접적으로)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 본문 정보와 데이터는 정보 제공 목적만을 위한 것이다. 또한, 본문에 표현된 견해와 의견은 작성자 개인의 것이며, 나스닥(Nasdaq), Inc.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