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동향] 18일 국제 설탕 시세가 다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뉴욕 ICE 원당 3월물(SB H26)은 전일 대비 1.71% 떨어진 반면, 영국 런던 ICE 백설탕 12월물(SW Z25)은 0.95% 밀리며 4.25년 만의 근월물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5년 10월 18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가격 약세의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설탕 공급 과잉 전망이다. 금융 데이터 기업 BMI 그룹은 2025/26 연도 세계 설탕이 1,050만 t의 순잉여(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고, 분석업체 코브리그 애널리틱스도 같은 기간 흑자를 410만 t로 내다봤다.
“공급이 이렇게 많아지면 투기적 매수세가 붙기 어렵다”는 것이 현지 딜러들의 전언이다.
브라질發 공급 압박
지난 7개월간 원당 선물가는 내리막을 걸어왔다. 뉴욕 원당 9월물(SB V25)은 지난달 4년 6개월래 최저치까지 밀렸다. 핵심 요인은 세계 최대 생산국 브라질의 증산이다. 업계 단체 유니카(UNICA)는 9월 하순 브라질 중남부 설탕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8% 늘어난 313만 7,000t이라 발표했다. 같은 기간 사탕수수의 설탕 전환 비율 역시 47.73%에서 51.17%로 상승했다. 2025/26 누적 생산량도 0.8% 증가한 3,352만 4,000t에 달해 가격의 하방 압력을 키웠다.
인도·태국, ‘풍년’ 시그널
두 번째 악재는 인도다. 인도 기상청(IMD)에 따르면 9월 말까지 누적 몬순 강수량은 937.2㎜로 평년 대비 8% 많아 최근 5년 중 가장 강한 우기를 기록했다. 이에 전국협동조합설탕공장연맹(NFCSF)은 2025/26년도 생산이 전년 대비 19% 증가한 3,490만 t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전년도 생산이 5년 만의 최저치인 2,620만 t로 급감했던 점을 감안하면 되돌림 폭이 상당하다.
설탕 트레이더 숙덴(Sucden)은 인도가 2025/26년에 400만 t 정도를 에탄올로 전환하더라도 잉여 물량이 남아 최대 400만 t의 설탕을 수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기존 시장 예상치(200만 t)를 두 배 웃도는 수준으로, 세계 2위 생산국인 인도의 공급 확대는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세계 3위 생산국 태국도 마찬가지다. 타이슈가밀러(TSMC)는 2025/26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5% 늘어난 1,050만 t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태국 사탕수수위원회(OCSB)는 이미 2024/25 생산이 14% 증가한 1,000만 t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일시적 반등 요인도 존재
다만 시장에는 간헐적인 쇼트커버(공매도 청산) 수요가 유입되기도 한다. 10월 2일 UNICA가 중남부 사탕수수의 BRIX(당도)가 전년 동기 160.07kg/t에서 154.58kg/t로 떨어졌다고 발표하자, 원당 선물은 2개월 만에 고점을 형성했다. 당도가 낮으면 설탕 수율이 줄어 장기 공급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국제기구·공공기관 전망
국제설탕기구(ISO)는 8월 29일 보고서에서 2025/26 시즌 6년 연속 글로벌 공급 부족을 예상했다. 다만 수급 적자는 23만 1,000t으로 2024/25시즌(488만 t)보다 크게 축소될 것으로 봤다. 생산은 3.3% 늘어난 1억 8,060만 t, 소비는 0.3% 증가한 1억 8,080만 t로 추계했다.
미 농무부(USDA)는 5월 22일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 세계 생산이 4.7% 늘어난 1억 8,931만 8,000t(사상 최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인류 소비는 1.4% 증가한 1억 7,792만 1,000t로 추정했다. 브라질 4,470만 t(+2.3%), 인도 3,530만 t(+25%), 태국 1,030만 t(+2%) 등 주요 생산국 모두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동 기간 재고는 7.5% 뛴 4,118만 8,000t로 잡혔다.
용어·지표 해설
- 원당 #11: 뉴욕 ICE 거래소에 상장된 원당(원당·정제 전) 선물 계약. 글로벌 벤치마크로 활용된다.
- 백설탕 #5: 런던 ICE에서 거래되는 정제 설탕 선물 계약. 품질 규격이 높아 제과·음료 업계가 주로 참고한다.
- BRIX(브릭스): 사탕수수나 과즙의 당 함량을 나타내는 지표(㎏/t). 값이 낮을수록 수율이 떨어진다.
- 쇼트커버: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해 매수에 나서는 행위. 가격이 급등할 때 나타나기 쉽다.
전문가 시각 및 국내 영향
국내 식음료 업체들은 설탕 수입의 70% 이상을 브라질·태국에 의존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 원재료비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므로, 일부 기업은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을 적극 활용해 가격 변동 위험을 헤지하고 있다. 한편, 국제 설탕 선물이 4년 저점을 재차 확인함에 따라 국내 소매가 인하 요인이 생기지만, 유통·물류비와 환율이 상쇄해 최종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발생할 전망이다.
특히 ISO와 USDA 모두 중장기적으로 공급이 증가한다고 전망하지만, 기후 변화·정제 설비 가동률·에탄올 전환 정책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전문가들은 “설탕이 농산물 중에서도 변동성이 큰 품목”이라며, 재고 확대와 선물시장 모니터링을 동시에 권고했다.
종합하면, 브라질·인도·태국발 공급증가 신호가 당분간 설탕 가격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당도 하락, 정책 변수 등이 혼재해 있어 가격 반등의 여지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