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 과잉 전망에 설탕 선물가 4년 만의 저점 부근 하락

■ 뉴욕·런던 설탕 선물 동반 하락
10월물 뉴욕 ICE 원당(#11) 선물은 25일(현지시간) 전장 대비 –0.28센트(–1.69%) 하락 마감했고, 같은 달물 런던 ICE 백설탕(#5) 선물도 –9.20달러(–1.92%) 떨어졌다. 두 상품 모두 최근 4년여 만의 저점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2025년 7월 2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설탕 가격 약세의 직접적인 배경은 인도가 차기 마케팅 연도(2025/26)부터 설탕 수출을 다시 허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인도 기상청(IMD)이 7월 21일 기준 몬순 누적 강수량이 ‘평년 대비 6%↑’라고 밝히면서 대풍(大豊) 가능성이 제기되자, 투자자들은 글로벌 공급 과잉을 선반영해 매도를 확대했다.

NY·ICE 선물에서 ‘#11’과 ‘#5’는 각각 원당(Raw Sugar)·백설탕(White Sugar) 계약 번호를 의미한다. #11은 뉴욕 ICE에서 거래되는 원당(정제 전 사탕수수 설탕) 선물의 대표적인 월물이고, #5는 런던 ICE에서 거래되는 정제 설탕 선물이다. 두 시장은 전 세계 설탕 가격의 벤치마크로서 식품·음료 기업과 트레이더가 직·간접적으로 활용한다.

■ 인도·브라질 공급 확대 가능성
블룸버그 통신은 23일, “인도 정부가 10월 시작되는 차기 시즌부터 자국 제당사에 수출 쿼터를 재배정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협동조합제당연맹(NFCSF)은 6월 2일 발표에서 2025/26년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19% 증가한 3,5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4/25년 5년 만의 최저치(2,620만 톤, 인도제당협회 집계)에서 반등하는 규모다.

브라질도 증산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타그로(Datagro)는 “건조한 날씨 덕분에 브라질 제당공장이 사탕수수 수확·파쇄를 앞당겨, 7월 상반기에만 320만 톤의 설탕을 추가로 시장에 공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분석사 코브리그(Covrig)는 같은 기간 가용 사탕수수의 54%가 설탕 생산에 투입될 것이라 전망했다.

“브라질 센터-사우스 지역 누적 설탕 생산은 6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4.3% 줄어든 1,224.9만 톤”이라고 브라질사탕수수산업협회(Unica)는 21일 발표했다. 하지만 건조한 기후가 지속되면 당분(糖分) 함량이 높아져 하반기 생산량은 빠르게 만회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 가격 급락 후 수요 회복 신호
설탕 가격이 4년 만의 저점까지 떨어지자 일부 국가·기업의 매수세도 포착됐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6월 중국의 설탕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1,435% 급증한 42만 톤을 기록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17일 “코카콜라가 미국 내 음료 생산 시 고과당 옥수수시럽(HFCS) 대신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미국 설탕 소비가 현행 1,100만 톤에서 4.4% 늘어난 1,150만 톤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국제기구·기관 전망
설탕 전문 트레이더 체자니코(Czarnikow)는 6월 30일 보고서에서 “2025/26년 세계 설탕 공급이 8년 만에 최대인 750만 톤 흑자(공급 과잉)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농무부(USDA)도 5월 22일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년 세계 생산 1억8,931.8만 톤(+4.7% YoY)·소비 1억7,792.1만 톤(+1.4%)·기말 재고 4,118.8만 톤(+7.5%)을 전망했다.

반면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2024/25년 세계 설탕 시장이 547만 톤 적자(9년 만의 최대)로 전환될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를 추가 하향 조정했다. ISO는 같은 보고서에서 태국의 2024/25년 설탕 생산이 1,000만 톤(+14% YoY)으로 증가해 적자 폭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4년 저점 배경과 향후 변수
결국 시장은 ‘단기 적자 VS 중장기 흑자’의 엇갈린 시나리오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4개월간 30% 넘게 급락한 현 시세에는 브라질·인도·태국의 증산 기대, 그리고 전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 둔화 리스크가 주가 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 반등이 나타나더라도 1파운드(0.4536㎏)당 17센트선 이상으로 올라설 동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한다.


전문가 시각 및 용어 해설

1) 사탕수수·사탕무
전 세계 설탕은 약 80%가 사탕수수, 20%가 사탕무에서 생산된다. 사탕수수는 열대·아열대 기후에서 자라므로 브라질, 인도, 태국, 호주 비중이 크다. 사탕무는 온대 기후 작물로서 유럽·러시아·미국 등이 주 생산지다.

2) 원당·백설탕
원당(Raw Sugar)은 96~98% 정도의 당분을 가진 갈색 설탕이다. 정제 과정을 거쳐 불순물을 제거하고 99% 이상으로 당분을 높이면 흰색의 백설탕(Refined Sugar)이 된다.

3) HFCS(고과당 옥수수시럽)
옥수수를 전분당으로 가공해 만든 감미료로, 생산 단가가 낮아 미국 음료 시장의 주류 감미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비만·당뇨 등 건강 문제가 부각되면서 일부 소비자와 기업은 사탕수수 설탕으로 회귀하고 있다.


편집자 분석

글로벌 설탕 시장은 ISO·USDA의 상반된 수급 전망 안에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인도의 잠재적 증산은 가격을 억누르지만, 기상 변수와 정책(예: 인도 정부의 수출 제한·해제 여부)은 상시 상존하는 ‘표면 위의 불확실성’이다. 현재 시세는 중기 공급 과잉을 상당 부분 선반영했으나, 엘니뇨·라니냐 같은 극단적 기후 변동이나 에탄올 가격 급등(브라질의 생산 전환 트리거)이 언제든 반등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외 식품 기업은 2025년 상반기까지 저점 매수를 통해 원가 안정화 전략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 본 기사에서 언급된 선물 가격·수급 전망치는 정보 제공 목적일 뿐, 투자 자문이 아니다.

기사 작성 시점 기준, 원문 저자인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관련 종목에 대한 직접·간접적인 투자 포지션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