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 인프라 기업 글렌파른(Glenfarne)이 스위스계 독립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 건보르(Gunvor)와 20년짜리 액화천연가스(LNG)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계약은 텍사스주 브라운즈빌에 건설 예정인 ‘텍사스 LNG(Texas LNG)’ 수출 프로젝트의 상업성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글렌파른의 자회사 텍사스 LNG는 연간 50만 t 규모의 LNG를 (0.5 MTPA) ‘FOB(Free On Board·본선 인도 조건)’ 방식으로 건보르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이 계약은 양사가 2022년 맺었던 예비 공급의향서(Heads of Agreement)를 구속력 있는 확정 계약으로 전환한 것이다.
글렌파른은 “이번 계약 체결로 브라운즈빌 프로젝트의 최종투자결정(Final Investment Decision·FID)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최종투자결정은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서 실제 공사 착공 전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경제성·기술성·시장성’을 최종 점검한 뒤 자금을 집행하기로 확정하는 절차를 가리킨다.
LNG, 그리고 FOB 조건이란 무엇인가
LNG(액화천연가스)는 천연가스를 영하 162 ℃로 냉각해 액체로 만든 연료다. 부피가 약 600분의 1로 줄어들어 해상운송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FOB 조건은 매도인이 화물을 본선(本船)에 적재해 인도하면 위험부담과 비용이 매수인에게 이전되는 국제 무역조건이다. 따라서 구매자인 건보르는 선적 이후의 운송·보험을 직접 책임지게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LNG 수요
로이터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가스 시장이 요동치면서, 아시아·유럽의 수입업체들이 미국산 LNG를 장기 계약으로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23년 미국은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도약했으며,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주가 신규 수출터미널의 핵심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브라운즈빌 프로젝트의 현재 위치
텍사스 LNG는 멕시코만과 가깝고 깊은 해수면을 보유한 텍사스주 최남단 브라운즈빌 항 인근에 400만 t 이상의 연간 수출 능력을 갖춘 설비를 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엔지니어링·조달·건설(EPC)은 북미 인프라 분야 경험이 풍부한 키윗(Kiewit) 그룹이 담당하며, 상업운전 개시는 2030년 전후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환경적 함의
전문가들은 이번 계약을 통해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 전환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LNG는 석탄 대비 탄소배출량이 약 40% 적다는 점에서 과도기적 청정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주요 환경단체들은 메탄 누출과 추가 화석연료 의존을 이유로 LNG 확장을 우려하고 있어, 탄소포집·저감 기술(CCUS)을 병행한 지속 가능한 개발전략이 요구된다.
건보르·글렌파른의 전략적 이해
건보르는 2023년 기준 하루 평균 240만 배럴의 원유·가스·전력 등을 거래하는 글로벌 상위 트레이더다. 탄력적인 물류 네트워크를 갖춘 건보르는 미국 걸프만에서 유럽·아시아로 향하는 LNG 수급 라인을 강화해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려는 복안이다. 글렌파른 입장에서는 고정 고객 확보를 통해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유리하게 조달할 수 있으며, 이는 FID 지연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로 이어진다.
국제 가스 시장 전망과 한국의 시사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글로벌 LNG 수요가 연평균 3.4%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도 2022년 LNG 수입량이 4,610만 t으로 세계 3위였으며, 장기 계약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발 공급망 다변화가 한국의 도입단가 안정과 빛가스발전기지 연료조달에 일조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텍사스 LNG 프로젝트가 상업화되면 향후 한국 가스공사(KOGAS) 등 공기업·발전사의 포트폴리오 옵션이 한층 넓어질 수 있다고 평가한다.
결론 및 전망
글렌파른과 건보르 간 20년 장기 LNG 계약은 텍사스 LNG 브라운즈빌 프로젝트의 투자 확정을 앞당기는 촉매제다. 동시에 에너지 시장에 만연한 공급 불확실성을 완화하며, 미국 걸프만의 생산·수출 인프라 확장세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의 허가 절차, 자금 조달 구조, EPC 진척 상황 등이 프로젝트 성공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