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코어, 런던 상장 유지 결정…미국 이전 검토 보류로 영국 증시에 숨통

글렌코어(Glencore Plc)주요 상장(primary listing)을 런던 증권거래소에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영국 자본시장은 최근 이어진 대형 기업들의 ‘런던 탈출’ 행렬 속에서 드물게 반전의 모멘텀을 확보하게 됐다.

2025년 8월 6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 소재 종합자원기업 글렌코어는 뉴욕으로 이전 시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를 다각도로 검토했으나, 현재 단계에서는 가치 창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게리 네이글(Gary Nagle)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 주요 거래소를 면밀히 비교·분석한 결과, 지금 당장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나 나스닥(Nasdaq)으로 건너간다 해도 주주 가치가 실질적으로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확인됐다”라며 “따라서 일단 런던 상장을 유지하되 상황을 계속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증시에 ‘희소식’…신규 IPO 급감 속 상징적 승리

런던 증시는 최근 수년간 신규 상장(IPO) 가뭄과 낮은 기업 가치 평가로 인해 몸집이 꾸준히 줄어들었다. 특히 독일 여행업체 TUI, 네덜란드 기반 식사배달 플랫폼 저스트잇 테이크어웨이닷컴(Just Eat Takeaway.com), 그리고 세계 최대 광산업체 BHP그룹 등이 잇따라 런던을 떠나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영국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 주주총회 승인 요건 완화, 상장 설명서(프로스펙투스) 간소화 등 제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역외 상장’ 고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예컨대 영국 교육기업 피어슨(Pearson)은 투자자들의 압박으로 미국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국내 시가총액 1위 에너지 기업 셸(Shell) 또한 뉴욕행을 통해 경쟁사 대비 ‘밸류에이션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지를 검토 중이다.

“미국 이전 효과 과대평가…지수 편입 장벽 높아”

애널리스트들은 글렌코어 주가가 최근 1년간 26% 하락한 만큼, 뉴욕 재상장을 통해 투자저변을 넓히는 방안이 유효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네이글 CEO는 “주가 약세는 결국 석탄 가격 하락이 주된 요인”이라며 단기 수급 요인에 더 방점을 찍었다. 그는 또한 “설령 뉴욕에 상장해도 S&P 500 지수 편입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결정적 고려사항이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 시장은 높은 유동성밸류에이션 프리미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로펌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즈 크레이머의 마이클 제이컵스 파트너 변호사는 “미국 상장 시 잠재 자본 규모가 커 보이지만 규제 부담·소송 리스크·공시 의무 확대 등 ‘숨은 비용’도 적지 않다”며 “특히 대형 벤치마크 지수 편입이 여의치 않을 경우 기대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런던 상장’이란 무엇인가? – 용어 해설

Primary listing은 기업이 주식 매매의 법적 기반을 두는 주 거래소를 의미한다. 다중 상장(dual listing)과 달리, 회계·감사·공시의무를 해당 거래소 기준으로 우선 적용받는다.

한편, S&P 500은 미국 대형주 500개로 구성된 대표 지수로, 편입 시 기관투자가 자금이 유입돼 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시가총액·유동성·수익성 등 엄격한 편입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해외 기업의 벽이 상대적으로 높다.

시장 반응 및 향후 관전포인트

글렌코어 결정 직후 8월 6일 런던 증시에서 동사 주가는 4% 약세를 기록했다. 일부 투자자는 뉴욕 이전 무산을 실망 요인으로 해석한 것이다. 반면 장기적으로 보면, 영국 내 자본시스템이 ‘핵심 기업을 붙잡아 둘 역량’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 시그널로 볼 여지도 있다.

영국 최대 자산운용사 리걸앤드제너럴(Legal & General)의 안토니오 시모에스(CEO)는 “해외 고객 자금이 영국 기업 투자를 고대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성장 촉진형 개혁을 이어가면 주식시장이 그 결과를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적 관전평

국가 경쟁력 관점에서, 이번 결정은 영국 당국의 제도 개선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② 기업 전략 측면에서는, 글렌코어가 광물·에너지 시장 변동성에 대응해 자본 지형 변화를 지속 관찰하겠다는 ‘옵션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③ 향후 원자재 가격글렌코어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 공급망 전략이 맞물릴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재차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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