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기상이변 피해 우려로 은퇴자들이 이주를 재고해야 할 11개 미국 도시

은퇴 후 정착지를 고민하는 미국인이라면 ‘생활비’만큼이나 ‘기후 리스크’를 따져봐야 한다. 미국 AARP가 발표한 보고서는 최근 몇 년간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 기상현상이 빈발하면서 홍수·폭염에 취약한 도시들이 늘고 있다고 경고한다.

2025년 7월 24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AARP는 ‘Extreme Weather Events’를 지표로 삼아 은퇴자에게 위험할 수 있는 11개 도시를 선정했다. 평년 대비 폭염일 수의 증가, 연평균 홍수 피해액, 2050년 예상 피해 증가율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온화한 겨울이 곧 안전한 은퇴지라는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다.


‘Extreme Heat Threshold’란?

보고서에서 사용한 ‘Extreme Heat Threshold’는 1970년 이후 각 도시에서 상위 1%에 해당하는 고온 기준치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그 도시 사람들이 ‘정말 덥다’고 느끼는 임계 기온을 수치로 제시한 것이다. 예를 들어 댈러스·포트워스는 99°F(섭씨 약 37.2℃)를 넘어설 때가 여기에 해당한다.

‘Average Annual Flood Loss’란?

연평균 홍수 손실액은 주택·상업시설·인프라가 물적 피해를 입음으로써 발생하는 금전적 손실을 달러화로 환산한 수치다. 홍수 보험 청구액,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복구 비용, 경제활동 중단 손실 등이 모두 포함되며, 기후 관련 재정리스크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홍수·폭염 이중고, ‘11개 주의 도시’ 상세 현황

다음 표는 AARP가 선정한 도시별 수치를 요약한 것이다.

  • 1위 머틀비치(사우스캐롤라이나) — 폭염일 수가 1970년보다 오히려 18일 줄었지만, 연평균 홍수 손실액 3,990만 달러, 2050년 손실 58.8% 증가 예상.
  • 2위 윌밍턴(노스캐롤라이나) — 임계 기온 90°F, 폭염일 5일 증가, 손실액 2,170만 달러, 증가율 68.5%.
  • 3위 롤리(노스캐롤라이나) — 임계 기온 91°F, 폭염일 34일 증가, 손실액 540만 달러, 증가율 13.3%.
  • 4위 칼리지스테이션(텍사스) — 임계 99°F, 폭염일 24일 증가, 손실액 430만 달러, 증가율 5.8%.
  • 5위 오스틴(텍사스) — 임계 101°F, 폭염일 28일 증가, 손실액 3,660만 달러, 증가율 8.4%.
  • 6위 보이시(아이다호) — 임계 92°F, 폭염일 23일 증가, 손실액 2,290만 달러, 증가율 24.7%.
  • 7위 찰스턴(사우스캐롤라이나) — 임계 92°F, 폭염일 14일 증가, 손실액 1억5,620만 달러, 증가율 100.4%.
  • 8위 휴스턴(텍사스) — 임계 97°F, 폭염일 33일 증가, 손실액 1억4,580만 달러, 증가율 52.0%.
  • 9위 더럼(노스캐롤라이나) — 임계 91°F, 폭염일 34일 증가, 손실액 540만 달러, 증가율 13.3%.
  • 10위(공동) 댈러스·포트워스(텍사스) — 임계 99°F, 폭염일 14일 증가, 손실액 7,840만 달러, 증가율 5.5%.
  • 10위(공동) 프로보(유타) — 임계 93°F, 폭염일 15일 증가, 손실액 740만 달러, 증가율 3.8%.

폭염과 홍수의 ‘덫’…은퇴자 재정 계획에 직격탄

일반적으로 은퇴자의료비, 고정 수입, 생활비를 기준으로 정착지를 선정한다. 그러나 기후 리스크가 높아지면 주택 보험료 상승재산 가치 하락이 뒤따라 결과적으로 총생활비가 급증할 수 있다.

특히 보험사들은 지속적인 홍수·폭염·허리케인 발생 지역에서 보험 인수 거절 또는 보험료 폭등으로 리스크를 전가하는 추세다. 예컨대 플로리다 남부에서는 최근 2년간 주택 보험료가 평균 40% 가까이 올라 은퇴자들의 ‘고정비 지출’을 악화시키고 있다.


‘따뜻한 곳 선호’ 트렌드, 재고 필요

과거에는 ‘따뜻한 겨울 = 이상적 은퇴지’라는 공식이 통했으나, 폭염·습도·홍수가 중첩되면서 건강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고령자는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 열사병·심혈관 질환 위험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섭씨 30℃ 이상 고온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경우 65세 이상 사망률이 평균 12% 증가한다고 추산한다.


전문가 조언

기후재난 연구기관 ‘Climate Central’의 존 밀러 선임연구원은 “은퇴자라면 예상 수명 주기에 걸친 기후 시나리오를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은 점검 리스트를 제시했다.

  1. 해당 지역의 장기 기후 전망 및 30년 선형 예측.
  2. 홍수 지도(Flood Map)해수면 상승 위험도.
  3. 지역 정부의 재난 대응 인프라 및 보험 시장 동향.
  4. 주택단지의 방수·차열 설계 여부.

또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주택과 내열 소재를 사용한 건축물은 초기 비용이 다소 높더라도 장기적으로 의료비·냉방비 지출을 절감하는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하나?’

전문가들은 폭염·홍수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퍼시픽노스웨스트, 북동부 일부 주, 고지대 내륙 도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예컨대 워싱턴주 스포캔이나 메인주 포틀랜드는 연평균 기온 변동 폭과 해수면 상승 리스크가 낮아 차세대 ‘기후 피난처(climate haven)’로 꼽힌다.

다만, 이러한 지역 역시 주택가격 상승인구 급증이 동반될 수 있어, 종합적인 재정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맺음말

기후 변화는 더 이상 젊은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20~30년의 은퇴 생활이 폭염·홍수·가뭄 등 복합 기후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따뜻한 겨울’ 하나만을 기준으로 이주를 결정하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 충분한 정보와 리스크 분석을 통해 ‘기후 회복력’이 확보된 도시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