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2027년 1월 1일부터 만 15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 접근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Kyriakos Mitsotakis) 총리는 온라인 플랫폼의 중독성 설계와 함께 청소년의 불안, 수면 문제 등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번 조치를 설명했다.
2026년 4월 8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초타키스 총리는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부모들과의 논의를 거쳐 결정을 내렸으며 “그리스가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 최초의 국가들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유럽연합(EU) 차원의 움직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는 이미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청소년의 스크린 타임을 제한하기 위해 부모용 통제 플랫폼을 마련한 상태다. 여론조사 기관 ALCO가 2월에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80%가 이러한 금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초타키스 총리 발언(요지)
“그리스는 이러한 이니셔티브를 취하는 첫 국가들 중 하나가 될 것이며, 그러나 마지막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유럽연합을 같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참고 사례로 호주는 2023년 12월에 세계 최초로 만 16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 접근을 금지한 바 있으며, 이 조치로 틱톡(TikTok), 알파벳의 유튜브(YouTube), 메타의 인스타그램(Instagram)과 페이스북(Facebook) 등이 차단 대상이 되었다. 메타, 스냅챗(Snapchat), 틱톡 등 주요 플랫폼들은 호주의 금지가 청소년 보호에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준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리스 정부는 현재로서는 플랫폼에게 이용자의 연령을 강제적으로 검증할 법적 권한을 부여하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EU와 그리스가 이미 제시한 메커니즘을 플랫폼들이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부모의 협조를 촉구했다. 디지털 거버넌스(Digital Governance) 장관 디미트리스 파파스테르지우(Dimitris Papastergiou)는 2027년 1월 1일부터 플랫폼이 사용자 제한 기능을 갖추지 못할 경우 EU의 디지털 서비스법(DSA)에 따라 전 세계 매출의 최대 6%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스 의회는 이 금지 조치를 법제화하기 위해 2026년 중반에 관련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영국, 말레이시아, 프랑스, 덴마크, 폴란드 등 여러 국가들도 소셜미디어 규제를 강화하거나 금지를 검토 또는 입법 절차를 진행 중이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국가 단위의 조치만으로는 미성년자의 인터넷 중독을 막기 어려우므로 조정된 EU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한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제안을 포함시켰다.
- EU 차원의 ‘디지털 성년 연령(digital age of majority)’을 15세로 설정
- 모든 플랫폼에 연령 인증 및 정기적 재인증 의무화
- 단일화된 집행 및 처벌 체계 수립
- 2026년 말까지 통합 시스템을 마련할 것
국무장관 아키스 스커르초스(Akis Skertsos)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EU 회원국들은 호주처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서 “국가 입법은 상당 부분 EU 입법에 의해 연계되고 영향을 받는다”며 EU 입법 프레임워크 없이는 개별 국가의 조치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 설명
본 기사에서 언급된 디지털 서비스법(DSA)은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과 투명성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EU법이다. DSA는 불법 콘텐츠 확산 방지, 알고리즘 투명성, 위험 평가 및 완화 조치 등을 규정하며, 이를 어길 경우 플랫폼은 전 세계 매출의 최대 6%까지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또한 ‘연령 인증(age verification)’은 사용자의 실제 나이를 확인하는 기술·절차를 말하며, 보통 신분증 확인, 신뢰할 수 있는 제3자 인증, 또는 민감정보를 최소화하는 암호화 방식 등이 제시된다. 다만 연령 인증은 개인정보보호(GDPR)와 충돌할 소지가 있어 법적·기술적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실무적 쟁점
첫째, 연령 검증의 기술적·법적 실행 가능성이다. 플랫폼이 전 유럽 사용자에 대해 신원 확인을 실시할 경우 개인정보 보호 규정(GDPR)과의 충돌, 데이터 저장 및 처리 주체 문제, 제3국 서버의 관할권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집행의 국경 문제다. 글로벌 플랫폼은 서버와 법인이 여러 국가에 분산되어 있어 한 국가의 법만으로 접근을 차단하거나 벌금을 부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셋째, 우회 접속과 대체 서비스의 등장 가능성이다. 사용자들이 VPN 등 우회 기술을 활용하거나 덜 규제된 대체 플랫폼으로 이동하면 규제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
경제·시장 영향 분석
이번 조치와 EU 차원의 규제 강화 움직임은 글로벌 소셜미디어 기업의 유럽 내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구조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주요 영향 요인은 다음과 같다.
수익구조 변화: 광고 기반 수익은 사용자 수와 사용량에 직결되며, 특정 연령층(청소년)의 접근 제한은 플랫폼의 총 이용자 수 및 이용 시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그 결과 광고노출 감소·광고단가 하락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컴플라이언스 비용 증가: 연령 인증 시스템 도입, 정기 재검증 절차, 내부 위험 평가 및 보고 체계 구축 등은 초기 투자비용과 운영비용을 동반한다. 또한 EU 내에서 지켜야 할 법적 책임이 확대되면 법률·규제 대응 비용이 증가한다.
벌금 리스크: DSA에 따른 벌금(전 세계 매출의 최대 6%) 가능성은 플랫폼의 재무에 직접적인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광고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벌금과 규제 강화는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관련 산업 기회: 반면 연령 인증·신원확인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 부모 통제 및 디지털 웰빙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에는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규제가 곧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 관점의 시나리오
단기적으로는 규제 불확실성과 컴플라이언스 비용 우려로 관련 플랫폼의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규제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기업들이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사용자 보호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유럽 규제가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될 경우, 규제 적응력이 높은 기업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다.
전망 및 정책적 함의
그리스의 발표는 개별 국가 차원의 보호조치가 EU 차원의 통합 규제 노력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2026년 중반 그리스 의회 법제화→2027년 1월 시행이라는 일정은 플랫폼과 규제 당국 모두에게 준비 기간을 제공하지만, 기술적·법적 쟁점을 해결하지 못하면 실효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향후 관건은 연령 인증의 프라이버시 보호 설계, 국경간 집행 협력, 그리고 플랫폼의 기술적 수용성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조치는 단순한 접근 차단을 넘어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수면 문제, 사회적 영향 등에 대한 공공정책의 전환을 의미한다. 따라서 교육·복지·기술 규제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종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향후 EU 차원의 논의 진행 상황과 개별 플랫폼의 기술적 대응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