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동향]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동남아 슈퍼앱 그랩 홀딩스(티커: GRAB)의 주가가 2025년 9월 17일(현지 시각) 미국 나스닥 정규장 초반부터 장중 한때 3.9%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2025년 9월 1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대형 투자은행 HSBC가 그랩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강등한 것이 주요 낙폭의 직접적 촉매로 작용했다.
피윳 샤우다리(HSBC 애널리스트)는 새 보고서에서 “최근 몇 달간 저가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가 과열권에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랩의 적정 가치 영역에 근접했다는 판단 아래 투자의견을 낮췄지만, 목표주가는 주당 6달러에서 6.20달러로 3.3% 상향했다.
[밸류에이션 논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랠리는 S&P 500 지수가 같은 날 0.1% 하락에 그친 것과 달리 그랩 주가를 연초 대비 두 자릿수 상승으로 이끌었다. 샤우다리는 “주가/매출(P/S) 지표가 역사적 평균을 상회하고 있어 단기 차익 실현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기술적 반등은 좋지만 펀더멘털을 앞지르는 순간엔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 — 피윳 샤우다리, HSBC
[긍정적 요소] HSBC는 동시에 2025~2027년 총거래액(GMV)과 EBITDA 추정치를 모두 상향 조정했다. GMV는 플랫폼을 통해 거래된 총 금액을 뜻하며, 앱 생태계의 성장 속도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는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보여준다.
GMV와 EBITDA가 동반 개선될 것이란 전망은 장기적 투자 매력도를 여전히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를 소폭 높였지만, 단기 밸류에이션 부담이 투자등급 하향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용어 해설]
*GMV(Gross Merchandise Value)란 전자상거래·모빌리티 플랫폼에서 소비자가 지출한 총 금액을 의미한다. 매출이 아닌 ‘거래액’ 지표이므로 직접 수익과는 다르지만, 플랫폼 규모와 성장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널리 활용된다.
*EBITDA는 세금·이자·감가상각비를 제외한 영업이익으로, 현금흐름의 질을 확인할 때 참고된다. 스타트업·IT 기업처럼 초기 비용이 큰 회사의 수익성 개선 여부를 살필 때 유용하다.
[전문가 시각] 본지 취재진이 종합한 결과, 최근 동남아 플랫폼 기업 전반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며 ‘리오프닝 소비 수혜주’로 분류된 그랩이 투자자의 주목을 받아 왔다. 하지만 단기 급등은 언제든 되돌림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밸류에이션 재점검이 필요하다.
실제로 그랩은 차량 호출·음식 배달·디지털 결제를 아우르는 ‘슈퍼앱’ 전략을 통해 매출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경쟁사 고지(GoTo, Sea Ltd.)와 함께 시장점유율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 판관비 지출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시장 참가자들이 유념해야 할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HSBC를 비롯한 글로벌 하우스들이 장기 추정치 상향이라는 긍정적 메시지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선 주가가 본질가치를 선행할 수 있다는 경고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결론] 6달러 초반에 형성된 HSBC의 목표가는 17일 종가 대비 소폭의 상승 여력을 시사한다. 시장은 이번 투자의견 강등을 ‘과열 부담 완화’ 신호로 해석하며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중장기 투자자는 플랫폼 생태계 확대와 현금창출력 개선 여부를, 단기 투자자는 기술적 지표와 거래량 추이를 병행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