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기반의 플랫폼 기업 그래브 홀딩스(Grab Holdings)가 2025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월가 컨센서스를 뛰어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ride-hailing(차량 호출)과 food delivery(음식 배달) 등 핵심 사업 부문이 동시에 성장세를 이어 간 것이 호실적의 주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회사는 8억 1,9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LSEG(구 리피니티브) 집계 애널리스트 평균 전망치 8억 1,130만 달러를 소폭 상회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로도 고른 성장세를 보여 주주들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그래브는 최근 몇 년간 플랫폼을 ‘슈퍼앱(super-app)’으로 진화시키는 전략에 집중해 왔다. 하나의 애플리케이션 안에 차량 호출, 음식 및 식료품 배달, 디지털 결제·보험·엔터테인먼트 등 생활밀착 서비스를 통합하며 구독형 멤버십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용자는 월 구독료를 내고 배달료 할인, 우선 배차, 포인트 적립 등 부가 혜택을 받아 비용 절감과 편의를 동시에 누릴 수 있고, 회사는 안정적인 반복 매출(Recurring Revenue)을 확보하게 되는 구조다.
글로벌 거시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진행 중인 미·중 무역 협상은 관세 인상 및 공급망 재편 우려를 키우며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드리웠다.
그럼에도 동남아 경제 허브인 싱가포르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4.3%를 기록하며 ‘기술적 경기 침체(두 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를 피해 갔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코로나19 이후 탄탄한 내수 회복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거시 여건 속에서도 그래브는 2,000만 달러(약 268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 전년 동기 6,800만 달러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성과를 거뒀다. 비용 구조 최적화와 규모의 경제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 용어 해설
▶ 슈퍼앱(super-app): 다수의 디지털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올인원(통합형)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의미한다. 중국의 위챗(WeChat), 인도의 페이티엠(Paytm) 등이 대표 사례로 꼽히며, 동남아에서는 그래브와 고젝(Gojek)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 LSEG: London Stock Exchange Group의 약자로, 금융 정보·데이터·거래 플랫폼을 제공한다. 2021년 리피니티브(Refinitiv) 인수를 통해 분석 데이터 커버리지를 확대했다.*애널리스트 컨센서스 집계에 주로 활용된다
기자 해설 및 전망
그래브의 이번 실적은 두 가지 전략적 함의를 시사한다. 첫째, 디지털 생태계 확장과 구독경제 결합이 동남아 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 둘째, 비용 통제와 운영 효율 개편이 고성장 유니콘의 구조적 적자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증명 사례’가 된다는 점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1) 구독자당 평균 매출(ARPU) 개선 속도, (2) 동남아 각국의 규제·경쟁 지형 변화, (3) 거시 변수(환율·유가·금리 등)에 따른 소비자 지출 패턴 변화다. 특히 차량 호출 부문은 유류비 상승에 민감하고, 배달 부문은 플랫폼 수수료 규제 리스크가 상존해 있다. 그래브 경영진은 “기술 투자와 시장 다변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추후 분기 실적에서도 체질 개선의 일관성이 검증될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그래브의 2분기 실적은 ‘플랫폼+구독’ 모델의 수익성 잠재력을 실적으로 증명한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글로벌 공급망 충격, 금리 상승, 지역별 경쟁 심화 등 복합 변수가 여전히 상존하므로 투자·사업 확장 전략 수립 시 리스크 가중치를 면밀히 따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