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감시(Market Surveillance)가 규제 변화와 함께 전례 없는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해당 용어는 불공정 거래·시장 조작·내부자 거래 등을 탐지하기 위해 거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분석하는 모든 활동을 통칭한다.
2025년 9월 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규제 기관이 부여하는 감시 의무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전략이 대대적 재편을 요구받고 있다.
제목에 언급된 ‘새로운 시대’라는 표현은, 크게 두 가지 흐름을 시사한다. 첫째, 디지털·알고리즘 거래 비중의 비약적 증가다. 초단타 매매(High-Frequency Trading)부터 암호화폐 거래소까지 거래 환경이 복잡다변화하면서, 과거 표본 추출에 의존하던 전통적 모니터링 체계는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둘째, 규제 당국의 보고 요건(reporting obligation) 강화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과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물론, 유럽증권시장국(ESMA)도 ‘실시간 또는 근실시간(near-real-time)’ 보고 체계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추세다.
1. 규제 환경의 확장
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명성 확보를 위한 장치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2023년 미국 SEC는
“시장 조작 탐지를 위한 통합감시규칙(Consolidated Audit Trail, CAT)을 2026년까지 완전 가동한다”
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시스템은 매 거래 호가와 체결 데이터를 태그 방식으로 수집·보관해, 수사·감시 기관이 사건 발생 후 수초 이내에 거래 경로를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EU 역시 2024년 1월 발효된 MiFID II/MiFIR 3단계 개정안을 통해 거래소와 다자간거래시설(MTF) 및 조정거래플랫폼(OTF)에 동일한 시세 공개·보고 기준을 적용했다. 이로써 기관·개인투자자 모두가 단일 규제 틀 안에서 ‘누가, 언제, 무슨 가격에, 왜’ 거래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2. 기술적 진화와 산업 영향
AI 기반 패턴 인식과 머신러닝 변칙 탐지가 감시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룰(rule) 기반 시스템은 모범답안을 미리 입력해야 했으나, 최신 알고리즘은 비정상적 주문 흐름을 자체 학습해 이상 징후를 실시간 통보한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솔루션도 필수 요소다. 규제 데이터·로그의 보존 기간이 수년 단위인 탓에 온프레미스(On-Premise) 환경은 비용·확장성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실제 현업에서는 ‘RegTech(규제기술)’이라는 신조어가 확산 중이다. 이는 규제를 ‘피하기’보다는 기술적으로 ‘준수’하는 동시에, 내부 자원·비용을 최적화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3. 시장 참가자별 과제
1) 거래소·ATS대체거래소(Alternative Trading System)는 실시간 시장 이상 징후 감지 시스템, T+0 보고 프로토콜 구축 등 ‘인프라 선도 투자’ 압박을 받고 있다.
2) 브로커-딜러는 다중 자산을 포괄하는 통합감시 대시보드가 요구된다. 특히 주문생성 엔진이 복수 알고리즘을 호출하는 경우, 각 알고리즘 단위로 로그를 분산·저장해 거래 재현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3) 기관투자자(펀드·보험·연기금)는 ‘3개 이상 벤더 솔루션’ 도입 시 데이터 사일로(Data Silo)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API 표준화와 데이터 거버넌스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4. 일반 투자자를 위한 용어 해설
알고리즘 거래(Algorithmic Trading)란 컴퓨터 프로그램이 미리 설정된 전략·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주문을 실행하는 방식이다. 초단타 매매(HFT)는 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 단위로 매매를 수행해 미세 가격차를 노린다. 레그테크(RegTech)는 Regulation(규제)과 Technology(기술)의 합성어로, 규제 준수 과제를 IT·데이터 분석으로 자동화하는 산업을 뜻한다.
5. 전문가 시각과 전망
시장 구조 전문가들은
“규제 강도는 단기간 완화될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투명성·책임성·데이터 접근성을 중심으로 한 ‘감시 표준’이 국제 공통어가 될 것”
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2026년으로 예고된 미국 CAT 완전 시행, 2027년 유럽 통합보고포털(TDRTransaction Data Repository) 공식 출범은 글로벌 자본시장의 상시 감시 체제를 견인할 핵심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다만 개인 정보 보호 및 사법 관할권 충돌 문제도 만만치 않다. 거래 데이터의 국경 간 이동을 제한하는 로컬 법규가 상충할 경우, 시장 감시가 오히려 ‘블랙홀’이 될 우려가 존재한다.
6. 결론
요약하면, 시장 감시는 더 넓은 데이터 영역과 더 엄격한 규제 요건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복합 과제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규제·거버넌스 세 축의 균형이 깨질 경우, 자본시장의 공정성‧안정성은 물론 투자자 신뢰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 기업과 기관은 ‘규제 준수 비용’을 단순 비용이 아닌 위험관리 투자로 인식해야 하며, 관련 솔루션 공급업체 역시 투명한 알고리즘·확장성 높은 아키텍처 제공을 통해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결국 ‘감시’의 강화는 거래 생태계가 성숙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규제·기술·시장 3박자가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자본시장은 보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