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 본토 주식시장에서 신용융자(마진-파이낸싱) 잔액이 2조 위안을 돌파하며 2015년 급락 직전의 고점 수준에 근접한 반면, 공매도(주식대차) 잔액은 규제 강화 이후 급격히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8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UBS 분석은 중국이 2010년 도입한 ‘신용융자·대차거래’ 제도가 전체 상장사의 3분의 2 이상을 포괄하고 있으며, 시가총액의 약 2%·일일 거래대금의 10%를 차지하는 시장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올해 8월 기준 신용융자 잔액이 2조 위안(약 2,760억 달러)에 이르러 2015년 버블 붕괴 직전 수준에 육박했다고 지적한다. 반면 공매도 잔액은 77억 위안으로, 2021년 고점(1,470억 위안) 대비 95% 이상 축소돼 전체 시가총액의 0.01%에 불과하다.
공매도 활동 위축의 가장 직접적 원인은 2024년에 도입된 증권차입-대여 전면 중단 조치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일부 증권사의 자체 재고(branch inventory)를 활용해 공매도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지만, 거래량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용어 해설: 신용융자·공매도란 무엇인가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반대로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먼저 매도한 뒤, 향후 주가가 하락했을 때 되사서 상환함으로써 차익을 얻는 전략이다. 두 제도 모두 양방향 베팅을 가능케 해 시장 유동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과도한 활용 시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위험도 내포한다.
UBS는 “
신용융자 잔고가 한 주 동안 5% 이상 급증하면 시장이 ‘리스크-온(risk-on)’ 모드로 전환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고 분석했다. 즉, 레버리지 자금이 늘어날수록 투자자들은 대형주보다 소형·고변동성 종목으로 자금을 몰려 시장을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다.
계좌 수 기준으로는 개인투자자가 750만 계좌 이상으로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실제 레버리지 규모 측면에서는 헤지펀드·고액자산가가 더 적극적으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UBS는 “신용융자를 활용한 매수 거래의 연간 회전율은 14배, 공매도는 53배에 달한다”는 점을 근거로, 단기 매매 성향이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주식 선택(스톡-픽킹) 관점에서 UBS는 ‘공매도 데이터’가 일관되게 유용한 선행지표라고 평가했다. 반면 신용융자 잔고만 단독으로 활용할 경우, 개인·기관 수급이 뒤섞인 특성 탓에 예측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UBS 모델은 신용융자·공매도 데이터를 뮤추얼펀드 보유·해외 자금 유입 등 다른 포지셔닝 지표와 결합해 운용했을 때, 2017년 이후 연환산 15%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규제와 시장 인프라의 균형
중국 당국은 2015년 폭락 사태 이후 투기 억제·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주기적인 규제 강화에 나서 왔다. 2024년 증권 대차 중단 조치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 결과 공매도 규모가 크게 줄어든 반면, 신용융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시장의 ‘숨은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인프라 측면에서 신용융자·대차거래 제도는 가격발견·유동성 공급이라는 순기능을 제공하지만, 레버리지 확대가 주가 급변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미세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자 해설
단기적으로는 공매도 억제가 변동성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왜곡 및 유동성 경직성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신용융자 잔고가 2015년 고점에 근접함에 따라, 추가 레버리지 확장이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동향을 시장 심리의 온도계로 삼아, 업사이드와 다운사이드 리스크를 동시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