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룸] 구글(Google)이 요청한 고정밀(1:5,000) 지도 데이터 해외반출 승인 여부가 또다시 미뤄졌다.
2025년 8월 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National Geographic Information Institute, NGII)은 구글의 지도 데이터 수출 승인 심사 기간을 60일 추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심사 기한 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구글 측이 “국가안보 우려를 해소할 대안을 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함에 따라 재연장 절차에 돌입했다.
구글은 자사 클라우드 데이터센터(해외 서버)로 한국의 상세 지형정보를 이전해 글로벌 서비스 품질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2007년과 2016년 두 차례 같은 요청을 국가안보상 불허한 바 있다. 이번이 세 번째 시도다.
“1:5,000 지도는 군사·치안시설 위치까지 식별할 수 있는 고해상도 자료로, 해외반출 시 적대 세력·사이버 해커가 악용할 위험이 있다.” —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
1:5,000 지도란?
‘1:5,000’은 지도상 1cm가 실제 50m에 해당함을 의미한다. 이는 도로폭·건물 윤곽·고도(높낮이) 등을 정밀하게 표시하는 수준이다. 일반 포털(예: 네이버·카카오)이 국내에서 제공하는 ‘일반지도(약 1:25,000)’보다 5배 이상 정교하다.
국가안보와 산업 경쟁력 사이의 고민
정부는 남북 분단 현실과 군사기밀 유출 위험을 들어 반출을 꺼리고 있다. 반면 IT업계는 “글로벌 플랫폼 간 지도 품질 격차가 커져 국내 스타트업·개발자들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물류 드론·AR 내비게이션 같은 첨단 산업은 고정밀 지도를 기반으로 성장한다”며, 기밀 유지 장치를 병행한 ‘조건부 허용’ 해법도 거론한다. 다만 관련 법·제도 정비와 국방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가정보원 등 여러 기관의 이해 조정이 필수적이다.
절차상 다음 단계
연장된 60일 동안 구글은 보완 자료를 제출하고, 국토지리정보원은 관계 부처 합동점검, 국가공간정보위원회 자문 등을 거쳐 재판단한다. 시한은 2025년 10월 초로 예상된다.
만약 다시 불허될 경우, 구글은 △지도 해상도 저하 △실시간 교통·위치 서비스 품질 저하 △AR·VR 기반 신규 서비스 지연 등 글로벌 플랫폼 경쟁력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승인될 경우, 국내 산업계는 빅테크와의 데이터 비대칭 심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시각·전문가 의견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쟁 시대에는 지도 데이터도 무기”라며 ‘절대 불허’ 방침을 주장한다. 반면 경제학자들은 “데이터 국수주의(Data Nationalism)가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한다.
바로 알기: 데이터 해외반출 규제
한국은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해상도 1m 이하 지도·항공사진을 해외에 반출할 때 정부 승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엄격한 편에 속한다.
이번 결정 연기는 국가안보와 산업 발전을 둘러싼 규제 딜레마를 다시금 부각시켰다. 향후 60일 동안 정부와 구글이 보안·기술·법적 다층적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