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수익률 상승에 힘입어 달러 지수↑…유로·엔·금 가격 동시 변동

[시장 개요] 20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다시 한 번 DXY 지수 기준 0.31% 상승하며 투자가들의 이목을 끌었다. 10년 만기 미 국채(T-note) 수익률이 오르자 달러 매수 심리가 강화됐다는 진단이다.

2025년 9월 20일, 바차트닷컴(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 강세 배경에는 영국 파운드 약세, 유럽 물가 둔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파운드는 영국 정부의 8월 재정 적자가 예상을 상회하면서 2주 만에 저점으로 밀려 달러화의 상대적 매력을 키웠다.

DXY 지수는 장중 한때 더 큰 폭으로 올랐으나,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가 ‘올해 추가 금리 인하 두 차례’를 언급하자 차익 실현 매물이 유입돼 상승 폭이 다소 축소됐다. 카시카리는 “이번 주 25bp(0.25%p) 인하는 적절했으며 연말까지 두 번 더 인하가 필요하다”고 밝혀 시장의 완화 기대를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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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준 독립성 논란
시장에서는 연준 독립성 훼손 가능성이 달러의 중·장기 펀더멘털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 이사를 해임하려는 시도를 하고, 스티븐 미랜 백악관 경제자문관이 현직 유지 상태로 연준 이사직에 지원한 점이 외국인 투자자의 달러 자산 매도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연방기금선물(Fed funds futures)은 10월 28~29일 FOMC에서 91% 확률로 25bp 추가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 이는 불과 한 달 전 65% 수준에서 빠르게 높아진 수치다.


[유로화 약세]
같은 날 EUR/USD 환율은 0.33% 하락했다. 독일 8월 PPI(생산자물가지수)가 전월비 ‑0.5%, 전년비 ‑2.2%를 기록해 15개월 만의 최대 하락 폭을 보인 것이 결정적이었다. 독일 정부가 4분기 국채 발행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0% 늘려 인프라·국방 지출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점도 유로화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ECB 내부 발언은 엇갈렸다. 마리오 센테누 이사는 “성장률이 잠재치 이하이고 인플레이션도 목표치를 하회할 전망이므로 추가 완화 가능성이 더 크다”고 언급한 반면, 마다르 무러 이사는 “현 정책은 약간의 완화적 스탠스일 뿐이고 추가 인하 필요성은 없다”고 말했다. 시장은 ECB가 사실상 금리 인하 사이클을 마무리했다고 평가하는 반면, 연준은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가 유력하다는 점이 유로 약세·달러 강세를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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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금리스왑 시장은 10월 30일 ECB 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불과 2%로 반영했다.


[엔화·일본은행]
엔화(USD/JPY)는 0.03% 소폭 강세로 마감했다. 일본은행(BOJ)이 연간 3300억 엔 규모의 ETF 보유분을 시장에 매각하겠다고 밝히면서 양적완화(QE) 축소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 8월 전국 CPI가 전년 대비 2.7% 상승해 예상치(2.8%)를 밑돌자, 물가 목표 달성 지연이 확인되면서 상승 폭은 제한됐다.

BOJ는 2명 반대, 7명 찬성으로 기준금리를 0.50%로 동결했고,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미국 관세 영향과 차기 총리의 재정정책 등을 더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자유민주당(LDP)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은 재정확장에 호의적인 것으로 알려지며 BOJ의 독립성에 간접 지지를 보냈다는 평가다.


[귀금속 시장]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물 금 선물은 온스당 27.50달러(0.75%) 상승한 반면, 달러 강세·국채 금리 상승·증시 호조 등 상쇄 요인도 존재했다. 같은 달 은 선물은 1.98% 올라 귀금속 전반이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에 화답했다.

투신사·ETF 자금은 금·은 시장으로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금 ETF 보유량은 전일 기준 2년 3개월래 최고치를, 은 ETF는 3년래 최고치를 각각 경신했다. 다만 무러 이사의 매파적 발언과 달러 강세는 금 가격 상단을 제한했다.

“정책 불확실성, 미·일·프 정치 리스크가 대두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유지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프랑수아 바유루 총리가 불신임안 통과 후 사임했으며,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잇단 선거 패배로 물러났다. 정치 공백이 재정확대와 통화완화 가능성을 넓혀 금 가격엔 호재로 꼽힌다.


[용어 정리]
DXY는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지수화한 것, PPI는 생산자가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 변동률, T-note는 미국이 발행하는 2~10년 만기 국채를 일컫는다. 각각 외환·물가·채권 시장의 핵심 선행지표로 국내 투자자에게도 영향력이 크다.

[전문가 시각]
달러 강세는 단기적으로 금리·성장 차별화에 근거하지만, 연준 독립성 훼손 논란이 장기펀더멘털을 흔들 소지가 있다. 또한 BOJ의 ETF 매각은 ‘일본판 양적긴축’으로 해석될 수 있어 글로벌 유동성 저하 압력을 키울 전망이다. 반면 ECB가 사실상 정책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은 유로화 약세를 완충한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달러화는 연말까지 완만한 조정 가능성을, 금·은은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도 포트폴리오 헤지 수단으로서 매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책 리스크가 잦아드는 시점에는 달러와 채권금리 반락이 동반될 수 있어 금 가격의 상단이 다시 열릴 가능성도 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