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상승에 설탕 선물 ‘쇼트 커버링’…가격 반등

국제 설탕 선물 가격이 유가 강세에 힘입어 반등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 상품거래소(NY ICE)에서 2025년 3월물 원당(#11) 선물은 전일 대비 0.15센트(+0.78%) 오른 19.46센트를 기록했고, 런던 ICE의 2025년 3월물 백설탕(#5) 선물 역시 4.70달러(+0.93%) 상승한 510.00달러에 마감했다.

2025년 7월 29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WTI 1월물이 8주 만의 고점을 경신하면서 설탕 시장 전반에 ‘쇼트 커버링(공매도 환매)’ 물량이 유입됐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사탕수수에서 바로 생산되는 에탄올 가격도 동반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글로벌 제당업체들은 수익성이 높은 에탄올로 가공 비중을 늘리고 설탕 생산 비중을 줄이려는 유인이 커진다. 결과적으로 시중에 풀리는 설탕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는 기대가 설탕 선물 시세를 지탱했다.

NY ICE 원당 선물 차트

그러나 지난 3개월간 설탕 가격은 전반적으로 약세 기조였다. 이날 뉴욕 원당 최근월물은 3개월 반 만에, 런던 백설탕은 전일 2년 9개월 만의 저점을 기록했다. 국제설탕기구(ISO)는 지난 11월 21일 2024/25 회계연도 세계 설탕 공급 부족 전망치를 ▲251만t으로 하향 조정했고, 2023/24 시즌의 잉여 공급량은 131만t으로 상향 조정해 공급 여건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태국의 생산 증가 전망도 약세 요인이다. 태국 사탕수수·설탕위원회(OCCS)는 10월 29일 2024/25 생산량이 전년 대비 18% 증가한 1,035만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태국은 세계 3위의 설탕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이다.

한편 인도 역시 변수다. 12월 19일 산제이 말릭 초프라 식품장관은 “국내 에탄올 혼합 목표를 충족하고 잉여 물량이 확인되면 설탕 수출을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시즌 약 100만t의 잉여 설탕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환율 또한 시장 심리에 영향을 끼쳤다. 최근 브라질 헤알화는 달러 대비 사상 최저치 근방에서 거래돼 왔으며, 이는 브라질 설탕 수출업체들의 달러화 수취 금액을 늘려 수출 유인을 강화했다.

WTI 원유 차트

하지만 브라질 내 극심한 가뭄과 고온이 설탕 공급 차질을 빚게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사탕수수 단지협회 오플라나(Orplana)에 따르면 올해 상파울루주에서 2,000건 이상의 화재로 최대 8만ha 농지가 피해를 입었으며, 이에 따라 최대 500만t의 사탕수수가 손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브라질 농업공급회사 코납(Conab)은 11월 21일 2024/25 시즌 설탕 생산 전망치를 4,600만t→4,400만t으로 하향했으며, 브라질 설탕산업협회 유니카(Unica)는 12월 중순까지 누적 생산량이 전년 대비 5.1% 감소한 3,971만t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129개 설탕 공장이 가동 중인데, 작년 같은 기간에는 185개가 가동됐다.” — 유니카 보고서 중

설탕 시장에 우호적인 요소도 남아 있다. 인도 식품부는 8월 30일 2024/25 시즌 에탄올 생산 규제를 완화해 설탕 수출 제한 조치가 더욱 길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ISO 역시 같은 날 2024/25 전 세계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1.1% 감소한 1억7,930만t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농무부(USDA)는 11월 21일 반기보고서에서 2024/25 세계 설탕 생산량을 사상 최대 1억8,661만9,000t으로, 인간 소비량을 역시 최대 1억7,963만t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기말 재고는 6.1% 감소한 4,542만7,000t에 그칠 것으로 예측해 공급 완충 여력이 줄어들 것으로 진단했다.


전문가 해설: ‘쇼트 커버링’과 에탄올 프리미엄

쇼트 커버링은 선물·주식시장에서 공매도 포지션(차입 매도)을 상환하기 위해 해당 자산을 다시 매수하는 행위를 뜻한다. 매수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에탄올 프리미엄은 사탕수수를 에탄올로 전환할 때 설탕 대비 얼마나 수익성이 높은지를 가늠하는 지표로, 유가가 상승하면 에탄올 가격이동일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설탕 공급을 줄이는 요인이 된다.

결국 설탕 선물 가격은 원유·환율·기후·정책 등 복합 변수의 교차점에 서 있다. 원유가 8주 고점을 유지할 경우 에탄올 전환 압력이 지속돼 단기적으로는 19~20센트대 지지선을 확인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브라질 헤알화가 반등하거나, 태국·인도의 수출 물량이 본격화되면 재차 약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

런던 ICE 백설탕 선물 차트

시장 참가자들은 ISO·USDA 보고서, 산지별 작황, OPEC+ 감산 동향 등 다각적인 정보를 주시해야 한다. 특히 북반구 주요 수요국의 하절기 소비 트렌드와 에탄올 정책 변화가 향후 가격 변동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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