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휘발유 선물 가격 동향
1월물 WTI 원유(CL F26)는 금요일 -0.10달러(-0.17%) 하락 마감했고, 1월물 RBOB 휘발유(RB F26)도 -0.0058달러(-0.32%) 내렸다. 장 초반 1주일 고점을 기록했던 유가는 결국 하락 반전해 약세로 마감했다. 장중 반락의 직접적 배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로,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제재가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확대되며 글로벌 원유 공급 증가 가능성이 부각된 데 있다. 반면 장 초반에는 미 달러 인덱스(DXY)가 1.5주 최저로 내려서며 달러 약세에 따른 원유 수요 지지 기대가 유가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추가로 수요일 발표된 베이커휴즈의 미국 가동 중 원유시추기 수가 4년래 최저로 감소했다는 소식도 단기 미국 생산 둔화를 시사하며 저가 매수를 유입시켰다.
2025년 11월 2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유가 하락 재료의 핵심은 전쟁 리스크 완화 기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종전 제안이 향후 합의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미국 대통령 특사 위트코프가 다음 주 러시아 방문이 예상된다는 보도가 전해지며 평화협상 기대는 한층 커졌다. 이러한 기대는 단기적으로 제재 완화→러시아 공급 회복→글로벌 재고 확대라는 공급 측 가속 요인으로 읽히며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이미지: WTI 원유 선물 동향 개요(출처: Barchart)
OPEC+는 이번 일요일(현지시간) 화상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시장은 동 조직이 2026년 초 증산 중단 계획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최근 재고 및 생산 지표가 시사하는 초과공급 리스크를 감안해 공급 조절 의지를 재확인하는 성격으로 해석된다. 다만 당일 장에서는 전쟁 리스크 완화 기대가 더 강한 재료로 작용해 OPEC+의 수급관리 의지는 가격 하단 방어 재료에 머물렀다.
이미지: RBOB 휘발유 선물 동향 개요(출처: Barchart)
러시아 수출·정제 차질과 제재, 그리고 지정학 변수
유가는 또 다른 축에서 러시아의 원유·석유제품 수출 축소 소식으로 하방이 제한되는 모습을 보였다. 데이터 기업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11월 상반월(1~15일) 러시아의 석유제품 선적은 하루 170만 배럴(bpd)로 3년 넘는 기간 중 최저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3개월 동안 최소 28개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격한 것으로 전해졌고, 이로 인해 러시아 내 연료 부족이 심화되며 원유 수출 역량이 제약받고 있다. 10월 말까지 공격으로 러시아 정제 능력의 13%~20%가 가동 중단되었고, 최대 하루 110만 배럴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미국과 EU의 신규 제재(러시아 석유기업·인프라·유조선 대상)도 러시아산 공급 축소를 뒷받침하며 유가의 급락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잠재적 군사 행동에 대비한 병력 증강이라는 지정학 리스크가 원유 가격의 바탕 지지로 남아 있다고 전해졌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12위의 산유국으로, 해당 지역의 긴장이 고조될 경우 공급망 혼선과 중남미 원유 흐름 차질이 심리적 프리미엄을 형성할 수 있다.
저장·수급 지표: 해상 저장 증가와 공급 우위 신호
보텍사(Vortexa)는 11월 21일로 끝난 주 기준 7일 이상 정박해 있는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주간 기준 +9.7% 증가한 1억 1,431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약 2.25년래 최고 수준으로, 단기 수요 둔화 또는 거래 대기 물량의 증가를 시사한다. 해상 저장의 증가는 통상 현물 수급의 느슨함 또는 가격 구조(contango) 요인과 연동될 수 있어, 트레이더들은 선·현물 스프레드 변화를 주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달 초 OPEC은 3분기 글로벌 석유시장에 대한 자체 추정을 공급부족에서 공급과잉으로 수정했다. 미국 생산이 예상치를 상회했고, OPEC 자체 생산도 늘어난 결과다. OPEC은 3분기 글로벌 시장이 하루 50만 배럴의 공급과잉 상태였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월 -40만 배럴 부족 전망에서 크게 뒤집힌 수치다. 동시에 EIA는 2025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1,359만 bpd로 상향(전월 1,353만 bpd에서) 조정했다.
OPEC+는 11월 2일 회의에서 12월 산유량 +13만7,000 bpd 증산 후, 2026년 1분기에는 증산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IEA는 10월 중순 2026년 글로벌 원유 잉여가 하루 400만 배럴로 사상 최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OPEC+는 2024년 초 단행한 220만 bpd 감산을 순차적으로 되돌리는 중이나, 아직 120만 bpd의 추가 복원이 남아 있다. 한편 10월 OPEC 생산량은 +5만 bpd 늘어난 2,907만 bpd로, 2.5년래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 재고·생산·시추기: 타이트한 재고, 소폭 생산 둔화
EIA(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11월 21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3.8%, 휘발유 재고는 -3.3%, 중간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6.9% 낮다. 미국 원유 생산은 11월 21일로 끝난 주에 전주 대비 -0.1% 감소한 1,381.4만 bpd로 집계됐으며, 11월 7일 주의 사상 최고치 1,386.2만 bpd에서 소폭 후퇴했다. 이는 재고의 상대적 타이트함과 생산의 미세한 둔화가 공존함을 시사한다.
베이커휴즈는 11월 28일로 끝난 주 미국 가동 중 원유시추기가 -12기 감소한 407기를 기록해 4년래 최저로 내려섰다고 밝혔다. 지난 2.5년 동안 미국 시추기는 2022년 12월 5.5년래 최고치 627기에서 큰 폭으로 줄었다. 이는 중장기 투자 사이클 상 자본규율과 비용 상승, 그리고 가격 변동성을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이미지: 달러 인덱스 DXY 동향 개요(출처: Barchart)
시장 맥락과 해석: ‘평화 기대’ 대 ‘공급 제약’의 줄다리기
당일 시장은 두 개의 힘이 충돌했다. 하나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과 미국 특사 파견 계획으로 구체화된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 기대다. 이는 제재 완화→러시아 공급 정상화 경로를 상정하게 만들어, 선물곡선의 공급 우위 시그널을 강화했다. 다른 하나는 러시아 정제 차질·수출 제약과 대베네수엘라 긴장 같은 지정학적 상방 리스크, 그리고 미국 시추기 감소와 재고 타이트라는 기초체력이다. 이들 요인은 가격 하단을 떠받치며 급락을 억제했다.
또한 달러 약세는 원유를 포함한 달러 표시 원자재의 상대가치를 높여 통상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쟁 리스크 프리미엄 해소라는 구조적 재료가 이를 압도했다. 동시에 해상 저장 증가는 단기 수급의 느슨함 또는 거래 대기 물량 확대를 시사, 현물-선물 스프레드의 재조정을 예고한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평화 모멘텀의 현실화 가능성과 OPEC+의 공급관리 의지, 러시아/베네수엘라 리스크의 균형점에서 방향을 모색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분석 관점에서, 단기적으로는 정치·외교 이벤트 리스크가 가격의 변동성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OPEC+ 회의에서 2026년 초 증산 중단 계획이 재확인될 경우, 공급과잉 우려가 확대되더라도 하방 완충이 작동할 수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선의 진전이 구체적 제재 완화로 이어질 경우, 러시아산 공급 회복 경로는 현물시장 재고를 눌러 선물곡선의 콘탱고 확대로 나타날 수 있다해석. 다만 러시아 정제시설의 물리적 피해와 해상보험·운송 제약 등 비가격 요인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급 회복의 속도는 제한적일 수 있다.
용어 설명
WTI: 미국 텍사스 서부산 원유로, 국제유가의 대표적 벤치마크다. RBOB: 휘발유 선물의 표준 규격으로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다. DXY(달러 인덱스): 달러 가치를 주요 통화 바스켓 대비로 나타내는 지표다. OPEC+: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주요 비OPEC 산유국의 협의체다. Vortexa(보텍사): 해상 유류 물동량과 저장 데이터를 추적·분석하는 에너지 데이터 업체다. bpd: 하루 배럴 단위(barrels per day)의 생산·소비·수출입 속도 단위를 뜻한다. 베이커휴즈 시추기: 주간 산유·가스 유정의 가동 수를 집계한 선행 지표다.
공지: “원유에서 커피까지”라는 문구로 소개된 바와 같이, 바차트(Barchart)는 상품시장 분석 콘텐츠를 제공한다.
면책: 본 보도의 작성자 Rich Asplund는 기사 게재 시점에 언급된 어떤 증권에도 직·간접 보유 포지션이 없었다고 밝혔다. 기사에 포함된 모든 정보와 데이터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조언이 아니다. 관련된 Barchart Disclosure Policy가 별도로 존재한다. 또한, 본문에 담긴 견해와 의견은 작성자 개인의 것으로 나스닥(Nasdaq, Inc.)의 공식 입장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