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미·일·EU 무역 협상 진전이 에너지 수요 기대감 자극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 선물CLU25 가격이 24일(현지시간) 배럴당 0.78달러(1.20%)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다. 반면 9월물 RBOB 가솔린RBU25은 0.0127달러(−0.61%) 하락해 혼조세를 보였다.

2025년 7월 2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유가는 미·일·EU 간 무역 협상에 진전이 나타나면서 경기 개선 및 에너지 수요 확대 기대가 커진 데 힘입어 상승했다. 동시에 S&P 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로 뛰어오르면서 위험선호 심리가 강화돼 원유 매수세를 부추겼다. 다만 달러 강세와 엇갈린 미국 경제 지표가 상승 폭을 다소 제한했다.

전일 미국과 일본은

“상호호혜적 무역 협정”

에 원칙적 합의를 이뤘고,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곧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을 보도했다. 이런 연쇄적 무역 완화 신호가 글로벌 교역과 석유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미국 경제 지표의 명암

미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4,000건 감소한 21만7,000건으로 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22만6,000건)를 하회한 수치로, 노동시장 견조함을 시사한다. 그러나 7월 S&P 글로벌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49.5로 전월 대비 3.4포인트 급락하며 7개월 만의 최저치를 찍었고, 이는 예상치(52.7)를 크게 밑돌아 제조업 둔화 우려를 자아냈다.

크랙 스프레드 약세가 원유 가격 상단 제한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란 정유사가 원유를 가솔린·디젤 등으로 정제해 얻는 이익을 의미한다. 이날 스프레드가 2.5주 만의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정유사들이 원유 구매를 줄이는 유인이 커졌다. 이는 현·선물 가격 동반 하락압력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이라크 쿠르디스탄 지역 공급 재개 가능성

이라크 정부가 쿠르디스탄 자치정부(KRG)의 수출 재개 계획을 승인함에 따라 230,000배럴/일 규모의 원유가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을 통해 시장에 복귀할 전망이다. 이 파이프라인은 2023년 3월 이후 가동이 중단돼 왔으며, 이라크는 OPEC 내 두 번째 산유국이기 때문에 공급 증가에 따른 가격 부담이 제기됐다.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EU 제재 강화

지난 18일 EU는 러시아산 원유·정제유에 대한 추가 제재를 승인했다. 여기에는 러시아산 원유를 정제한 제3국산 제품 제한, 20개 러시아 은행의 SWIFT 결제망 차단, 그리고 러시아 “그림자 선박(shadow fleet)” 105척 제재가 포함됐다. 누적 제재 선박은 400척을 넘어섰으며, 인도 소재 대형 정유시설(러시아 로즈네프트 지분 보유)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OPEC+ 증산 계획과 그 영향

7월 5일 OPEC+는 8월부터 54만8,000배럴/일 증산에 합의해 시장 예상치(41만1,000배럴/일)를 뛰어넘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유사한 규모의 추가 증산”을 시사하며 카자흐스탄, 이라크 등 초과 생산국에 압박을 가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한편, 6월 원유 생산량은 1년 반 만의 최고치인 2,810만 배럴/일로 늘어났다.

그러나 7월 10일 블룸버그는 OPEC+가 10월 이후 증산 중단(pause)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증가하고 있어 2025년 4분기에 세계 석유시장이 하루 소비량의 1.5%에 해당하는 과잉 공급 상태에 직면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해상 저장량 감소 및 미국 재고 동향

해상 물류 분석업체 보텍사(Vortexa)는 7월 18일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 적재 원유가 전주 대비 14% 감소한 6,631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런 부동(浮動) 재고 감소는 공급 긴축 신호로 해석돼 가격을 지지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24일 발표)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5년 평균 대비 8.6% 부족했고, 가솔린 재고는 0.2% 초과, 디스틸레이트(난방유·경유) 재고는 18.5% 부족했다. 주간 원유 생산량은 전주 대비 0.8% 감소한 1,327만3,000배럴/일로, 2024년 1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000배럴/일)보다는 소폭 낮았다.


미국 시추설비 현황

베이커휴즈(Baker Hughes)에 따르면 7월 18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rig는 422기로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2년 반 만에 급감해 공급 측면의 하방 위험을 일부 완충하고 있다.

용어 설명: 크랙 스프레드와 RBOB 가솔린

크랙 스프레드는 정제기업이 원유 1배럴을 가솔린·디젤로 전환했을 때 얻는 이익을 말한다. 스프레드가 좁아지면 정제 마진이 줄어 원유 구매에 소극적이 되고, 이는 현물 및 선물 가격에 하락 압력을 준다.

RBOB 가솔린은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 환경청(EPA)이 정한 휘발유 규격을 충족하기 위해 산소화합물을 섞기 전 단계의 기준 휘발유다. 일반적으로 미국 휘발유 선물 가격 지표로 활용된다.


시장 전망 및 분석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 무역 장벽 완화, 소비 회복이 맞물릴 경우 WTI가 80달러 중반대까지 안착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반면 중국·유럽 경제지표 둔화, OPEC+ 추가 증산, 재고 누적 속도가 빨라질 경우 70달러 초반대 재차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특히 달러 인덱스가 연중 최고 수준을 유지하면 달러 표시 원자재인 석유 가격에 역풍이 불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 제재, 해상 재고 감소, 미국 시추 rig 축소 같은 공급 제약 요인이 버팀목 역할을 하는 만큼, 당분간 박스권 등락이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시장 참여자들은 다음 달 5일 개최될 OPEC+ 합동감시위원회(JMMC) 회의 결과와 8월 중순 발표될 EIA 단기 에너지 전망(STEO)에서 수요·공급 추정치가 어떻게 조정되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수치 및 지표는 2025년 7월 24일 기준이며, 투자 판단의 참고 자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