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 달러 강세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변수 부각
12월물 WTI 원유(티커: CLZ25)는 -1.47달러(-2.42%) 하락 중이며, 12월물 RBOB 가솔린(티커: RBZ25)은 -0.0612달러(-3.06%) 떨어졌다. 가솔린 선물 가격은 1.5주 최저로 내려섰다. 동시에 달러인덱스(DXY)가 1.5주 최고로 상승해 달러 강세가 원자재 가격(달러 표시)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여기에 Axios 보도로,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 비공개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새 계획 초안을 논의해 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일부 완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한편,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재고 통계는 혼조였다. 원유 재고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가솔린과 중간유 재고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해 상품 스프레드에 부담을 더했다.
2025년 11월 19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유가에는 하락 요인과 지지 요인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지지 요인 측면에서, 데이터 업체 보텍사(Vortexa) 집계에 따르면 11월 상반월(1~15일) 기준 러시아 석유제품 수출이 하루 170만 배럴(bpd)로 3년 넘는 기간 중 최저로 감소했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 시설 타격이 이어지며 최근 3개월간 최소 28곳의 정유소가 공격 대상이 됐고, 10월 말까지 러시아 정유 능력의 13~20%가 가동 중단되면서 일일 최대 110만 배럴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미국과 EU의 대러시아 신규 제재(석유기업·인프라·탱커 대상)가 러시아 원유 수출 억제에 추가 압박을 가하는 중이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유가의 하방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주 금요일 이란의 오만만 유조선 나포 사건이 발생했으며, 미군의 베네수엘라 공격 가능성에 대비한 병력 증강도 전해졌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12위 산유국으로, 중남미발 공급 리스크가 글로벌 수급 균형에 미칠 잠재 영향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공급·수요 균형 재점검: OPEC, EIA, IEA 업데이트
지난주 수요일 OPEC은 3분기 글로벌 석유시장 균형에 대한 기존 추정치를 적자(수급 타이트)에서 흑자(공급 초과)로 수정했다. 구체적으로 전월 -40만 bpd(적자)에서 이번에는 +50만 bpd(흑자)로 변경했다. 동시에 EIA는 2025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일 1,359만 배럴에서 1,359만 bpd로 상향(전월 1,353만 bpd → 이번 1,359만 bpd)했다.
OPEC+는 11월 2일 회의에서 12월 산유량을 +13만7,000 bpd 증산한 뒤, 2026년 1분기에는 증산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초과공급 조짐에 따른 선제 대응이다. IEA는 10월 중순에 2026년 글로벌 석유시장 흑자가 일 400만 배럴로 사상 최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OPEC+는 2024년 초 단행한 일 220만 bpd 감산을 단계적으로 복원 중이나, 아직 1.2백만 bpd가 추가로 남아 있다. 한편, OPEC의 10월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5만 bpd 증가한 2,907만 bpd로 2년 반 만의 고점을 기록했다.
해상 저장·재고 동향: 공급 부담 신호
보텍사는 11월 14일 기준 7일 이상 정박 중인 유조선의 해상 저장 원유가 주간 +1.1% 증가한 1억 3,410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4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단기 초과공급 신호로 해석되며 시장 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EIA 주간 보고서는 혼조였다. 가솔린 재고는 +230만 배럴 증가해 시장 예상치(+5만 배럴)를 크게 상회했다. 중간유(증류유) 재고는 +17.1만 배럴로, -110만 배럴 감소 전망과 달리 예상 밖 증가를 기록했다. 반면, 원유 재고는 -343만 배럴로, -200만 배럴 기대보다 큰 감소였다. WTI 인도 거점인 쿠싱(Cushing) 재고도 -69.8만 배럴 줄었다.
이번 EIA 자료에 따르면, 11월 14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5.0%, 가솔린 재고는 -3.7%, 증류유 재고는 -6.9% 낮은 수준이었다. 미국 원유 생산은 해당 주 주간 -0.2% 감소한 일 1,383.4만 bpd로, 직전주의 사상 최고치(1,386.2만 bpd)에서 소폭 되돌림을 보였다.
베이커휴즈(Baker Hughes)가 11월 14일로 끝난 주에 발표한 미국 석유 시추기(리그) 수는 전주 대비 +3기 증가한 417기였다. 이는 8월 1일 기록한 4년 최저치(410기)보다는 소폭 높은 수준이지만, 2022년 12월의 5.5년 최고치(627기)에서 지난 2년 반 동안 큰 폭의 감소가 진행됐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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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정리: 이해를 돕기 위한 핵심 개념
DXY(달러인덱스):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가치 지수를 의미한다. 달러가 강세면 달러로 가격 책정되는 원유 등 원자재 가격에는 일반적으로 하락 압력이 작용한다.
RBOB 가솔린: 미국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무첨가 개솔린 선물(RBOB)로, 정유·유통 단계의 기준 가격 역할을 한다.
EIA: 미국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으로, 원유·석유제품 재고 및 생산 통계의 표준 지표를 제공한다.
OPEC/OPEC+: 산유국 협의체(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을 포함한 확대 협의체(OPEC+)를 말한다. 이들의 증감산 정책은 글로벌 유가의 핵심 변수다.
보텍사(Vortexa): 유조선 이동·저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시간 석유 수송 및 재고 흐름을 추적·추정하는 분석 기관이다.
쿠싱(Cushing): WTI 선물의 실물 인도 거점(미국 오클라호마주)으로, 현물 수급을 가늠하는 핵심 허브다.
증류유(distillate): 경유·등유 등 중간유 제품군을 의미한다. 산업·난방 수요와 연계돼 경기 민감도가 높다.
bpd: barrels per day(일일 배럴) 단위로, 산유량·소비량 표기에 사용된다*.
해설 및 전망: 단기 변동성 확대, 수급·환율·지정학의 3중 변수
단기적으로 유가의 핵심 압박 요인은 달러 강세와 제품 재고(가솔린·증류유) 증가다. 달러가 1.5주 최고로 뛰자, 달러 표시 원유 가격의 상대적 부담이 커졌고, 제품 재고가 예상보다 빠르게 쌓이면서 정제마진(크랙 스프레드) 약화 우려가 부각됐다. 반면, 러시아 정유시설 타격과 수출 둔화, 대러 제재는 공급 측 지지 요인으로 남아 하방을 제한한다. 해상 저장 급증은 단기 초과공급 신호로 해석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전개와 제재 강도에 따라 구조가 재차 긴축될 소지도 있다.
중기적으로는 OPEC+ 정책 경로가 관건이다. 12월 소폭 증산 후 2026년 1분기 동결 방침은 신중한 공급 복원의 성격을 띤다. 다만 IEA가 전망한 2026년 400만 bpd 초과공급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OPEC+는 추가 복원 속도를 늦추거나 유연하게 조정할 여지가 있다. 미국 생산이 역사적 고점권에서 소폭 흔들리나, 기술·효율 개선과 자본규율이 유지되는 한, 고원형(plateau) 공급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낮다는 점은 급락 방어 요인이나, 제품 재고의 반등은 수요 측 피크아웃 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
지정학 변수는 방향성보다 변동성을 키우는 형태로 반영된다. 이란의 유조선 나포와 베네수엘라 관련 군사적 긴장은 중동·중남미 리스크 프리미엄을 상존시킨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관련 보도가 현실화한다면, 러시아 공급의 제약 리스크가 일부 완화돼 리스크 프리미엄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제재 강화나 시설 추가 피해가 발생하면 공급 차질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 요컨대, 환율·수급·지정학의 3중 변수가 교차하면서 단기 등락폭 확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시 및 고지
기사 작성 시점 기준,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본문에서 언급된 어떠한 증권에도(직·간접적으로)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 본문 정보와 데이터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관련 정책은 바차트의 공시(Disclosure) 정책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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