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10월물과 10월물 RBOB 휘발유 가격이 2% 안팎 급락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6년 잉여 공급 추정치 상향과 미국 고용지표 부진에 주목하며 향후 석유 수요 둔화를 우려했다.
2025년 9월 12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WTI 10월물은 배럴당 1.30달러(−2.04%) 하락한 62.47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RBOB 휘발유 10월물 역시 갤런당 0.0287달러(−1.43%) 밀렸다.
가장 큰 하락 재료는 IEA의 신규 전망이다. IEA는 2026년 전 세계 원유 초과 공급량을 하루 333만 배럴로 상향 조정했는데, 이는 불과 한 달 전 예상치보다 36만 배럴 늘어난 규모다. 기관은 “OPEC+가 단계적으로 유휴 생산 능력을 복구하겠다는 계획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발표된 미국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38만 건으로, 3년 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미 노동시장 악화를 시사했다. 투자자들은 소비 둔화→에너지 수요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며 원유 매도폭을 확대했다.
지정학적 변수와 OPEC+ 정책 변동
일부 상승 요인도 존재한다. 폴란드 영공에 진입한 러시아 드론 격추, 이스라엘의 카타르 도하 공습 등 유럽·중동 지역 긴장 고조는 공급 차질 우려를 자극해 유가를 지지했다. 중동은 전 세계 산유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나 OPEC+의 증산 기조는 상쇄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그룹은 10월부터 하루 13만 7,000배럴을 추가 증산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는 8~9월 두 달간 늘렸던 54만 7,000배럴보다는 적지만 공급 확대 흐름 자체는 유지됐다.
러시아 정유시설이 우크라이나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아 8월 평균 정유 처리량이 510만 배럴/일로 3년 3개월 최저치를 찍은 점은 일시적 공급 타이트닝 요인이다.
사우디 가격 인하·유조선 재고 증가…약세 요인 가중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10월 아시아 수출 가격을 배럴당 1달러 인하했다. 시장 예상치(−0.50달러)를 두 배 웃도는 폭이다. 업계에서는 “수요 약화 시그널”로 해석했다.
시장조사업체 보텍사(Vortexa) 자료에 따르면 9월 5일 주간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 재고가 7,769만 배럴로 전주 대비 6.8% 늘었다. 저장 물량 증가는 통상 현물 시장 공급 과잉으로 연결된다.
미국 재고·리그·생산 동향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9월 5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3.2% 낮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은 주간 0.5% 증가해 1,349만 5,000배럴/일로 사상 최고치(1,363만 1,000배럴/일)에 근접했다.
베이커휴스 집계 미국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는 한 주간 2기 늘어난 414기로, 8월 1일 기록한 4년 최저치(410기)에서 소폭 반등했다. 다만 2022년 12월 고점(627기)과 비교하면 34% 감소한 수준이다.
전문가 해설: 낯선 용어 간단 정리
WTI는 미국 텍사스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표적 경질유로, 국제 유가 벤치마크로 활용된다. RBOB는 미 규제 기준에 맞춰 산출되는 가솔린 선물로, 북미 휘발유 시장 가격 지표다. IEA는 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이며,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非)회원 산유국의 협의체다.
기자 시각 및 전망
“단기적으로는 공급 과잉에 대한 경계가 유가 상단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동·유럽발 지정학 리스크, 러시아 정유능력 훼손, 미국 재고 감소 등 상충 요인이 혼재해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
필자는 “OPEC+가 연내 추가 감산 카드를 재가동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단기 가격 저점 형성 구간에서는 재고 축적 수요가 재차 유입될 것”으로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