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로 하락 마감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8월물은 전장 대비 -0.99달러(-1.47%) 내린 66.44달러에, 8월물 RBOB 가솔린-0.0300달러(-1.41%) 하락한 2.0953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두 종목 모두 이틀 연속 하락했으며, 특히 가솔린은 2주 만의 저점을 기록했다.

2025년 7월 2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8월 1일부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 인상이 세계 경기 둔화와 에너지 수요 감소를 야기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DXY 지수가 1.5주 만의 저점으로 밀려 유가 낙폭을 일부 완충했으나, 수요 둔화 우려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같은 날 발표된 미국 리치먼드 연은(Richmond Fed) 7월 제조업지수-20으로 급락해 11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컨센서스( -2 상승 예상)와 큰 괴리를 보이며 에너지 수요 전망을 한층 악화시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공개한 분기별 은행대출조사 또한 “2분기 유로존 대출 수요가 여전히 부진하다”고 지적해, 전 세계 경기 둔화 신호가 잇따랐다.


이라크 쿠르디스탄 원유 수출 재개 기대감

유가 하락 재료로는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 재가동 가능성이 크게 작용했다. 이 파이프라인은 2023년 3월 이후 가동이 중단됐으나, 이라크 정부가 반(半)자치지역 쿠르디스탄의 수출 재개 계획을 승인함에 따라 하루 23만 배럴(bpd) 규모의 공급이 시장에 복귀할 전망이다. 이라크는 OPEC 내 두 번째 생산국으로, 추가 공급은 공급 과잉(글럿) 우려를 가중시킨다.

EU의 러시아 제재·‘그림자 선단’ 억제

다만 유럽연합(EU)이 지난주 러시아에 대한 10차 제재 패키지를 통과시키며, 러시아 석유 수출에 새로운 제동을 걸었다. 제재에는 20개 러시아 은행의 SWIFT 퇴출, 러시아산 석유를 재정제(refining)한 제품에 대한 제한, 러시아 국영회사 로즈네프트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 정유소 블랙리스트 지정, 그리고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으로 불리는 105척의 선박 추가 제재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제재 대상 선박은 총 400척을 넘어섰다.


OPEC+ 증산·감산 시나리오 혼선

공급 전망은 혼재돼 있다. OPEC+는 7월 5일 회의에서 8월부터 하루 54만 8,000배럴의 증산을 결정해 시장 예상(41만 1,000배럴)을 상회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향후 추가 증산 가능성도 시사하며, 이는 과잉 생산국 제재유가 안정을 위한 ‘시장 압박 카드’로 해석됐다. 그러나 7월 10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OPEC+는 9월 증산 뒤 10월부터 증산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 속도로 증가해 2025년 4분기엔 세계 소비의 1.5%에 해당하는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고가 줄고 있다는 점이 유가 지지 요인으로 작용한다.” — Vortexa 리포트

해운 분석업체 Vortexa는 7월 18일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에 적재된 원유가 6,631만 배럴로 전주 대비 14%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기적으로 공급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이다.


EIA·베이커휴스 최신 지표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7월 24일 발표할 주간 재고에서 원유 재고는 150만 배럴, 가솔린 재고는 20만 배럴 감소가 예상된다.

EIA의 직전 주간 보고서(7월 11일 마감)에서는 원유 재고 -385만 9,000배럴(3주 만의 감소), 가솔린 +339만 9,000배럴, 디스틸레이트 +417만 3,000배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1,337만 5,000bpd로 사상 최고치(1,363만 1,000bpd, 2024년 12월 6일) 대비 소폭(0.1%) 낮았다.

시추 활동도 둔화세다. 베이커휴스(Baker Hughes)에 따르면 7월 18일 기준 가동 중인 미국 내 원유 시추rig는 422기로, 2021년 초 이후 최저치다. 2022년 12월 고점(627기) 대비 2년 반 만에 약 33% 줄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설명

RBOB 가솔린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어로, 미국 동부·남부 연안에서 주로 소비되는 개솔린 척도로 쓰인다. 그림자 선단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소유·운항 정보가 불투명한 선박단을 지칭한다. 리치먼드 연은 제조업지수는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지역 경기 지수로, -20 이하는 경기 침체 압력을 시사한다.


투자자 유의 사항

본 기사 작성 시점에 저자 리치 애스플런드는 언급된 증권에 직접·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 본 문서는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권유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바차트(Barchart) 공시 정책을 참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