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은 월요일(현지시간) 배럴당 1.55달러(2.38%) 오른 주간 최고치로 마감했다. 같은 달물 RBOB 휘발유 가격도 1.88% 상승해 1주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25년 7월 29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가격 급등의 직접적 배경은 글로벌 원유 공급이 빠듯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휴전을 위한 시한을 앞당기겠다고 발언하면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부각됐다.
■ 핵심 가격 동향
– 9월물 WTI: +1.55달러(+2.38%)
– 9월물 RBOB 가솔린: +0.0388달러(+1.88%)
■ 공급 차질 재점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가 10~12일 안에 휴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러시아 에너지 수출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50일 시한을 대폭 단축한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이 조치가 실제로 시행되면 러시아산 원유에 세 자릿수 관세가 부과돼 시장에 공급 쇼크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를 겨냥한 제재는 이미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20개 러시아 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 △제3국에서 정제된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 대한 제한 △인도 로스네프트 합작 대형 정유공장 블랙리스트 포함 △러시아 ‘그늘 선단’(shadow fleet) 선박 105척 추가 제재 등 패키지를 승인했다. 그 결과 제재 대상 선박은 400척을 넘겼다.
■ 수요 측면의 긍정적 요인
같은 날 발표된 무역 협상 진전 소식도 가격을 지지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이 무역 합의에 도달했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중 양측이 무역 휴전(trade truce)을 3개월 연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교역 개선은 에너지 수요 회복 기대로 이어진다.
다만 미 달러화 강세는 원유 가격 상승폭을 일부 제한했다. 일반적으로 석유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 원유 소비국의 실제 구매력이 약화된다.
■ OPEC+ 생산 전략 변동성
7월 10일 블룸버그는 산유국 협의체 OPEC+가 10월부터 증산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는 9월 한시적 증산 54만8000배럴/일(bpd) 이후의 조치다. 단체는 하반기 수요 둔화를 우려해 과잉 공급을 피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7월 5일 정례회의에서 OPEC+는 8월 1일부로 하루 54만8000배럴 추가 증산을 결정했다. 예상치였던 41만1000배럴을 웃도는 규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추후 동일 규모 추가 증산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라크·카자흐스탄 등 초과 생산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재고가 일 100만 배럴씩 증가 중이며, 2025년 4분기엔 세계 석유 소비의 1.5%에 해당하는 초과 공급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 지역별 추가 공급 변수
이라크는 쿠르드 자치구 북부 유전에서 터키 지중해 항으로 이어지는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 운영 재개 계획을 승인했다. 2023년 3월 중단된 해당 노선이 회복되면 하루 23만 배럴이 시장에 유입될 전망이다.
또한 해상 저장 데이터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7월 25일로 끝난 주 동안 7일 이상 정박한 부유식 저장 원유가 전주 대비 23% 증가한 8,499만 배럴로 집계됐다.
■ 미국 내 지표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7월 18일 기준)에 따르면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8.6%이며 휘발유 재고는 +0.2%, 중간류 재고(난방·항공유 등)는 –18.5%로 나타났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은 하루 1,327만3천 배럴로 전주 대비 0.8% 감소했다.
석유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는 7월 22일 주간 미국 가동 원유 시추기 수가 7기 줄어든 415기를 기록,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라고 밝혔다. 2022년 12월 최고치(627기) 대비 급감한 수준이다.
■ 용어 설명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 텍사스 중‧서부에서 생산되는 경질유를 말하며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국제 벤치마크다.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는 북미 여름철 친환경 규격 휘발유 선물이다. OPEC+는 13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회원 산유국으로 구성된 협의체다. SWIFT는 전 세계 은행 간 결제 메시지를 중계하는 국제망으로, 제재 대상 은행은 달러 결제에서 사실상 배제된다.
■ 기자의 시각
에너지 시장은 지정학·공급·수요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인도·중국 등의 대응, 그리고 OPEC+의 증산·동결 전략이 단기 가격 흐름을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보인다. 특히 중동산·미국산 원유가 러시아 물량을 대체하게 되면 항만 물류와 해상 운임까지 연쇄적으로 변동성을 띨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현 시점 국제유가는 공급 차질 우려가 지배하는 초과 변동 구간에 진입했다. 투자 및 수입 의사결정 시 지정학 리스크와 산유국 정책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