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안진=로이터】 안토니우 구테흐스( António Guterres ) 유엔 사무총장은 30일(현지시간) 중국 북부 항만도시 티안진(天津)에서 열린 안보 포럼 계기 회동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다자주의를 뒷받침하는 중국의 역할은 근본적”이라고 평가했다.
2025년 8월 30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구테흐스 총장은 “다자주의가 도전에 직면한 지금, 중국의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등장하는 새로운 외교·정책 양상은 때때로 ‘쇼’처럼 보이며 비즈니스와 정치가 뒤섞이는 양상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은 다자주의 체제의 주춧돌이며, 우리는 그 점에 대해 대단히 감사한다.”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 상하이협력기구(SCO)란?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sation, SCO)는 2001년 출범한 역내 안보·경제 협력체다.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 4개국(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을 원회원국으로 출발했으며, 이후 인도·파키스탄·이란 등이 정회원으로 참여했다. 이번 회의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중앙아·남아·동남아·중동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연대를 과시할 예정이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번 SCO 정상회의 참석차 티안진을 방문했으며, 회의 기간 중 시 주석과의 별도 환담을 가졌다. 그는 “세계 질서가 복합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다자주의를 지탱하려면 유엔과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언제나 유엔의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남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에서 유엔의 중심적 역할을 전폭 지지하고, 세계 평화·번영을 위한 공동 책임을 기꺼이 짊어지겠다”고 화답했다.
포럼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정상은 기후변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인도주의 위기 등 글로벌 현안을 두루 논의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중 갈등과 같은 민감한 의제는 공개석상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구테흐스 총장은 “다자주의의 규범과 절차를 흔드는 일방적 조치는 장기적으로 국제사회 전체에 비용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탈(脫)글로벌화’를 외치는 일부 서방 정치권 동향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중국은 세계 최대 개발도상국으로서, 개발 의제를 유엔과 함께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겠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 시각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구테흐스 총장의 이번 발언을 유엔과 중국 간 ‘전략적 동맹’에 대한 재확인으로 본다. 베이징 소재 인민대학의 장신(張新) 교수는 “미·중 경쟁 구도에서 중국이 ‘다자주의 수호자’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서방 일부 외교가는 “유엔이 특정 회원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기관의 중립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SCO 정상회의는 9월 1일까지 이어지며, 공동선언문에는 ‘다자주의 강화’와 ‘국제법 준수’가 핵심 문구로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관영매체는 이를 두고 “미·중 긴장 속에서도 중국이 국제평화 건설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 용어 설명
다자주의(Multilateralism)는 여러 국가가 국제규범과 제도를 통해 협력·문제를 해결하자는 접근법이다.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는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등 신흥·개도국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최근 국제질서 재편 논의에서 부상하고 있다.
한편, 유엔은 2024년부터 신임 ‘미래 정상회의(Summit of the Future)’를 준비 중이다. 구테흐스 총장은 “중국의 적극적 기여가 기대된다”고 언급했지만, 구체적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로이터는 “올해 들어 유엔과 중국 당국 간 고위급 대화가 15차례 이상 진행됐다”고 전하며, 이는 전년 대비 25%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출처: 로이터 기사, 유엔 공식 통계